억부법(抑扶法)의 단점
억부법이 존립(存立)하려면 기본적으로 원국에 대해 왕쇠강약 판단을 정확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 형편은 그럴 수 있지 않다. 왕쇠강약 판단이 학자들끼리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지목하는 억부 용신도 학자마다 달라진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필자는 가장 큰 원인을 土의 존재 때문이라고 본다.
사실상 지지의 土는 같은 오행인 듯해도 다른 오행이기 때문에 이점이 강약판별(强弱判別)에서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辰未戌丑은 각각 木火金水와 土가 섞인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다. 따라서 土가 있는 한 정확한 강약판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이 억부법의 큰 단점 중의 하나이다.
억부법은 일간(日干) 중심의 중화를 지향하는 간법이므로 어디까지나 일간이 중심이다. 그러나 작금의 억부법은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되어 일간이 아닌 용신이 중심이 되어버렸다. 용신이 최고이므로 용신을 위해서는 일간이 어떻게 되든 관심이 없고 오로지 초점이 용신에만 가 있다.
용신을 정하는 목적은 일간을 위함이고, 일간을 강화하거나 약화하여 사주를 균형이 잡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는 수단을 찾기 위함인데, 마치 사주가 용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 것처럼 목적을 바꿔 버렸다. 그 때문에 희신(喜神)을 찾을 때도 (일간이 아닌) 용신을 돕는 오행을 찾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희신이란 것은 일간을 위한 차선(次善)의 용신인데도 불구하고, 희신을 용신을 위한 것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래서 억부법은 결국 용신 지상주의(至上主義) 이론이 돼버리고 말았다.
격용은 또한 보는 학자마다 다를 수 있어서, 하나의 특정 사주를 놓고 상호 토론해보면, 이를 정격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종격으로 보는 사람도 있으며, 정격으로 보는 사람 중에서도 보는 사람마다 억부용신이 제각각 다르다. 심지어 木火土金水 다섯 가지 용신이 다 나올 때도 있는데, 그 제각각의 용신으로도 각각 사후(事後) 통변을 멋지게 잘해 내기도 한다. 그래서 “명리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이론이 돼 버린 것이다.
억부법의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간명(看命)이 학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간명이 들어맞지 않으면 명주가 살아온 결과를 보고 나서, 거기에다 강약과 용신을 거꾸로 끼워 맞추어 나가는 어처구니 없는 행위를 흔히들 하게 되었다.
억부법은 오로지 억부용신만 중시하는 편협하고도 왜곡된 이론이 돼 버렸다.
용신을 '일종의 수단'으로 취급하지 않고 '최선의 목적'으로 취급해버린 이론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