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영주시 단산면의 두레골 서낭제. 정월대보름날인 지난 9일 새벽에 제관들이 순흥의 충절의 표상인 금성대군을 모신 사당에서 소를 제물에 올려 제를 지내고 있다. 서낭제는 한 해 마을의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제사이다. |
제사를 주관하는 주민들은 제사를 며칠 앞두고 풍기나 영주장에서 소를 구하는데 , 제물소는 이때부터 ‘귀하신 몸’이 된다. 소를 사러 장을 가면서 "양반님 모시러 간다"고 하고, 일단 소를 고르면 값을 깎는 법이 없다. 또 값을 치르고는 그 자리에서 ‘근봉(謹封)’이라고 쓴 종이를 소에게 씌우고 소 앞에 엎드려 절을 한다.
소를 몰고 돌아올 때도 그 대접은 더욱 극진하다. 갈림길에서 소가 딴 길로 가면 “이 쪽 길로 가십시다”, 걸음이 느리면 “조금 빨리 가십시다”라고 깍듯이 존댓말을 한다. 만약 중도에서 소가 걸음을 멈추면 소 앞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가기를 빈다.
두레골에 모셔진 소는 며칠 동안 호강을 이어간다. 제관은 소에게 아침저녁으로 문안 절을 올리고, 제사에 쓸 기름을 짜고 남은 참깻묵에 콩을 섞어 끓여 끼니마다 소에게 바친다.
우리 선조들이 제사에 쓰이는 제물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지를 엿볼 수 있고, 충절의 표상인 금성대군에 대한 예의도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이종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