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글판
글은 이 세상 사람들의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말은 인간의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그래도 좋은 글은 마음에 담아두고 싶어서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 모음 [정리 :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
업무차 종로로 나가기 위해 광화문 앞을 지날때면 교보빌딩에 붙은 대형 표어(?)를 만나게 된다. 짧은 글귀지만 아름답고 가슴속에 쏙 들어오는 그 글들을 모아봤습니다.
초기의 문안은 구호, 계몽적 성격의 직설적인 메시지가 주로 담긴 표어와 격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7년 말 우리나라에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고통과 절망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자 신용호 창립회장은 “기업 홍보는 생각하지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고, 이듬해 봄 고은 시인의 ‘낯선 곳’에서 따온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문안이 걸리면서 드디어 광화문글판에 시심(詩心)이 녹아들었다.
광화문글판은 이후 시의적절한 문구로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다. IMF 외환위기로 인력구조조정이 횡횡하던 지난 1998년 겨울, 그 당시 걸린 ‘모여서 숲이 된다/ 나무 하나하나 죽이지 않고 숲이 된다/ 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는 고은 시인의 시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줬다. 2000년 봄에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라는 문안으로 밝은 미래에 대한 도전과 희망을 전파하기도 했다.
1년에 4번, 계절의 변화에 발맞춰 새 옷을 입는 광화문글판의 문구는 문학인, 교수,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를 통해 선정된다. 교보생명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민들의 공모작과 선정위원들의 추천작을 놓고 여러 차례의 투표와 토론을 거쳐 최종 선정한다.
지금까지 공자, 헤르만 헤세, 알프레드 테니슨, 파블로 네루다, 서정주, 고은, 도종환, 김용택 등 동서고금의 현인과 시인 40여명의 작품이 광화문 글판으로 재탄생 했다. 광화문글판은 2007년 12월 사람이 아닌데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8년 3월에는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하는 ‘우리말 사랑꾼’에 선정됐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광화문글판 블로그를 만들어 광화문글판을 아끼는 시민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 광화문글판은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에도 강남 교보타워, 천안 연수원(계성원), 대전, 부산, 광주, 대구, 제주 등 7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 2010년 10월 8일 금요일 교보빌딩앞을 지나며 촬영 ⓒ 2011 한국의산천
▲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프라임경제] 20여년간 시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온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을 내 손안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스마트폰 앱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광화문글판의 아날로그적 컨텐츠를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공간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 또 관심 있는 글판 문안을 사진으로 저장하거나 ‘친구에게 보내기’를 이용해 다른 사람에게 문자나 이메일로 전송해 줄 수도 있다. 글판에 실린 문안뿐만 아니라 원문까지 감상할 수 있어 감동은 배가 된다. 이번 앱은 시민들 요구에 의해 개발됐다. ‘광화문글판 블로그’에 방문한 수많은 시민들이 스마트 폰 어플리케이션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한 것. 한 네티즌은 “글이 너무 좋아 친구와 지인들에게 전해 주고 싶어요”라며 앱 개발을 제안했다. 또 한 네티즌은 “광화문글판은 계절이 바뀌면 다시 볼 수 없잖아요. 글판의 향기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해 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
아이튠즈나 아이폰의 앱 스토어에 접속해 ‘광화문글판’을 입력하면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다만 이번 광화문글판 앱은 아이폰에서만 가능하다. 최첨단의 상징인 스마트폰과 아날로그적 상징인 광화문글판이 조화를 이뤄 글판의 감성적인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광화문글판의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가 모바일 환경에서도 이어져 더 많은 시민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얼음새꽃 * 곽효환 시집, 지도에 없는 집, 2010, 문학과지성사.
아직 도래하지 않은 더 좋은 날을 기다리며 여행이란 빈집을 드나드는 바람처럼 그렇게 떠나는 것이다. 길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며, 마음의 길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어 세상의 길과 맞닿게 해서 마음과 세상이 한줄로 이어지는 자리에서 삶의 길은 열린다.
최고의 삶 - 서은영
우리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은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지는 잎을 보면서
- 박재삼
초봄에 눈을 떴다가 한여름 뙤약볕에 숨이 차도록 빛나는 기쁨으로 헐떡이던 것이 어느새 황금빛 눈물이 되어 발을 적시누나.
나뭇잎은 흙으로 돌아갈 때에야 더욱 경건하고 부끄러워하고 사람들은 적막한 바람속에 서서야 비로소 아름답고 슬픈 것인가.
천지가 막막하고 미처 부를 사람이 없음이여! 이제 저 나뭇잎을 우리는 손짓하며 바라볼 수가 없다. 그저 숙이는 목고갯짓으로 목숨은 한풀 꺾여야 한다. 아, 묵은 노래가 살아나야 한다.
겨울 강에서
-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겨울 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낯선 곳 - 고 은
떠나라 아메리카가 아니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떠나라 떠나라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살다보면 또 하루 하루의 반복이 계속되고 천양희 시인의 '어떤 일생' 처럼 오르다 말고 걸어가다 마는 삶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한국의산천-
Tip 고운 詩하나
어떤 일생 - 천양희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는 병이 있는데 이 병은 시베리아
오르다 말고 걸어가다 마는 어떤 일생
시집 '너무 많은 입'(창작과 비평, 2005)中에서
<시작노트>
사람의 일생에는 누구에게나 동터 오르는 여명기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일생도 있다 삶이란 견디는 것이 아니라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천양희[千良姬, 1942.1.21~]
1942년 1월 21일 부산 출생. 경남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화음?, ?아침?이 추천 완료되어 문단에 등단한 이후 『기독교시단』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초기작 ?여자?에서는 그리워하나 그리워할 대상조차 생각나지 않는 절대적인 그리움을 노래하였다. 여성적인 따뜻한 문체가 돋보인다.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1983), 『사람 그리운 도시』(1988), 『마음의 수수밭』(1994), 『낙타여 낙타여』(1997), 『오래된 골목』(1998), 『너무 많은 입』(2005) 등을 발간하였다.
학력사항- 경남여자고등학교 - 이화여자대학교 - 국어국문학 학사 경력사항- 기독교 시단 동인 활동 [출전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
출처: 한국의산천 MTB 원문보기 글쓴이: 한국의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