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가임·노보셀로프 師弟 공동수상
신소재 '그래핀' 발견 공로… 특성 규명은 김필립 교수, 국내 물리학계 "아쉽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5일 차세대 꿈의 신소재로 꼽히는 그래핀(graphene)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52·Geim)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6·Novoselov) 박사를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두 사람은 모두 러시아 태생으로 가임 교수는 네덜란드 국적, 노보셀로프 박사는 러시아와 영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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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드레 가임 박사(왼쪽)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가 5일 2010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직후 맨체스터대학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사제지간인 두 사람은 2004년까지 이론상으로만 존재가 예견됐던 그래핀을 세계 최초로 분리하는 데 성공, 휘는 디스플레이와 지갑에 들어가는 컴퓨터 등 미래 전자산업의 혁신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AP연합뉴스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그래핀은 두께가 0.3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하지만 그 강도가 강철의 200배, 다이아몬드의 2배 이상이다. 또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휘거나 비틀어도 부서지지 않는다. 그래핀을 이용하면 종이처럼 얇은 모니터, 손목에 차는 휴대전화, 지갑에 넣을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사제지간인 두 사람은 지난 2004년 흑연에서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분리해냈다. 1947년 한 캐나다 학자가 "여러 층의 탄소로 이뤄진 흑연을 한 층만 분리하면 독특한 물리적 성질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한 이후, 그래핀을 실제로 분리하는 데 성공한 건 두 사람이 최초였다.
손영우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두 사람의 업적은 너무 간단해 보이지만 그 누구도 시도 못했던 방법"이라며 "그래핀 같은 2차원 결정은 안정된 상태에서 홀로 존재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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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균관대 나노과학기술원 홍병희 교수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최재영 박사팀이 그래핀을 이용해 만든 휘어지는 전자소자. /연합뉴스
국내 물리학계는 이번 발표를 접하고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그래핀 분리는 두 사람이 앞섰지만, 지난 2005년 그래핀의 독특한 물리적 특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인물이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김필립(43) 미국 컬럼비아대 물리학과 교수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물리학계에서는 그래핀 관련 업적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김필립 교수가 공동수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래핀을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도 한국 연구진이다. 그래핀은 연필심을 스카치테이프로 떼어내는 방식을 이용해 소량밖에 얻지 못했다. 성균관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홍병희 교수와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최재영 박사팀은 니켈판에 탄소막을 형성시키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대량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홍 교수팀의 이같은 연구결과는 지난해 1월 네이처(Nature)지에 소개됐다.
노벨 물리학상 시상식은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박사는 1000만크로네(약 16억7000만원)의 상금을 반씩 나눠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