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0일. 철도동호회와 기차여행기를 적는 사람들의 연합으로 환상선 여행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 주인장님께서는 철도동호인을 대표하는 각 동호회와 연합해 대규모의 철도동호인 모임을 계획하셨고 나 역시도 한 동호회의 운영자였는지라 따로 참가회원을 모집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도 꼭 가고싶은 여행이었지만 여행비사정도 사정이었는지라 침만 줄줄 흘리고 있는사이 당일자정 주인장님과 긍정적으로 연락이 되어 갑작스런 일정에 끼게 되었다
워낙 갑작스런 일정이었는지라 짐만 대충챙기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은 쉬 오지 않고 오전5시에 일어났을땐 한 두세시간 잔것같이 녹작지근 했으나 오늘 끼게될 여행의 설레임은 그것을 충분히 보상해주고도 남았다
택시로 대전정부청사역까지 간 다음 전철로 대전역까지 간다. 대전은 버스가 쉬 끊기는지라 주로 이런코스로 다니는데 전철이 개통된 후로는 택시비가 체감적으로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KTX #332열차는 대전에서 출발하는 열차였으나 부산이나 동대구에서 오는 줄 알고 도착시간에 맞춰 농땡이부리다가 출발 1분전에야 가까스로 차에 오를 수 있었다 열차는 바로 문닫고 출발--;;;
역시 여행의 설레임은 첫번째 타는 열차에서 강렬히 느낀다. 나중을 대비해 눈좀 붙이려 했건만 피곤함을 느끼는데 잠은 쉬 오지 않는다. 결국 명상속에서 1시간을 보내 서울역에 도착하여 접선장소 확인하고 오늘을 함께할 동료들과 만나게 되었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었다 오늘의 여행을 위해 자그만치 밤을 새신 분들이 많았고 영상을 찍기위해 무거운 장비도 개의치 않고 들고오신 분, 무거운 가운데 먹을 것을 손수 챙겨오신 분, 게다가 모 분의 생일이었는지라 생일케이크도 준비해갖고 오신 가운데 몸만 낀 내가 어쩐지 쑥쓰러워졌다
그 날의 환상선열차는 서울에서 출발해 승부까지 가고, 다시 승부에서 서울까지 돌아오는 #4435, #4436열차였다. 서울에서 중앙선노선을 타려면 경원전철선을 지나야 되는데 서울분들이신데도 열차가 경원선에 오르자 모두 신기해하신다. 물론 전철로도 몇번 타보지 않은 나로서는 별 감흥이 오지 않았지만 특별열차가 아니면 다닐 수 없는 길을 장거리열차를 타고 지나간다면 웬지 신기해마지 않을것 같다
열차 안에서는 손님들이 지루하지 않게 갖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다 마술사의 마술쇼, 그리고 후반에 있을 색소폰 연주등.....그러나 열차출발안내사항부터 열차가 지나가는 곳의 명소나 신기한 철도시설물을 입담좋게 소개하는 주인장님의 방송문안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중앙선은 통일호가 없어진 후로 정말 오랜만이었고 앞으로 이설될 노선이어서 꼭 타보고 싶었던 지라 제천에서 합류해도 괜찮을 것을 일부러 서울까지 오게 되었다. 중앙선은 용문까지 전철개통을 앞두고 그때와는 정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장항선과 함께 타보고 촬영하는데 가치있는 노선이다
열차는 예미역에서 함백선으로 갈아탄다. 강릉가는 새마을호가 없어진 뒤로 함백선은 웬간히 맘을 먹지 않으면 정말 타보기 어려운 노선으로 개인적으로는 정말 4년 만이다. 오르막을 일정하게 올라가는 태백선에 비해 함백선은 비교적 평탄한 곳을 달리다가 터널을 지난 후로는 저 아득히 높이 달리는 태백선과 합류하는 이벤트를 경험하다 보면 한번 경험했음에도 여간 신기하지 않다
열차가 탄광지대에 가까워 오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가이드의 말로는 올 겨울 환상선이 열번 운행하면 오늘 처음 눈이 내린 거라니, 그만큼 오늘 여행에서 눈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금상첨화였던 것이다. 추전에서 다시 열차가 출발할 즈음에는 내렸던 사람들이 머리에다 눈을 한바가지씩 이고 올정도로 그 눈이 절정에 달하였다
추전에서 승부로 넘어가는 철길도 전부 비경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오기 어려운 곳이라 하나도 빼놓지 않고 감상에 몰두한다. 개인적으로 석포에서 승부까지는 몇년전 도보로 어렵게 끊었던 길이라 그 감흥에 다시금 젖어본다. 사진을 촬영하러 다니면서 걸어다녔던 길을 열차나 자동차로 다시금 밟아보면 알수없는 감흥이 밀려오곤 한다
승부에서는 산골주민들이 간이점포에서 먹거리를 파시는데 삼겹살양념꼬치며 메추리통구이, 직접만든 메밀묵등 평소에는 구경도 못하던 것들이니 꼭 맛을 보았다. 승부도 처음에 혼자 왔을때는 정말 고독한 곳으로 느꼈었는데 많은사람들과 함께오니 시장한복판처럼 활기가 느껴졌다
승부를 떠나 풍기까지 오는데 간이 색소폰 공연이 있었다. 주무시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데에는 좀 시끄러울지 모르나 워낙에 연주를 잘하시는데다 승객들의 호응도 대단하였다
풍기에서는 각자의 저녁식사겸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주인장님께서 생강도너스를 추천하시길래 무려 두박스를 사왔으나 전혀 후회를 느끼지 않을만큼 맛이 좋았다.게다가 타지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특산물이 아닌가......
오늘의 여행은 정말 가치있는 여행이라고 느껴졌다. 전날에 제대로 잠을 못잔데도 불구하고 열차가 출발해서 도착하는 내내 끝까지 잠을 자지 않았으니 말이다.
첫댓글 ㅎ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