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지존의 광영(光榮)이 온 세상에 가득하여 넘치든 부족하든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소소한 웃음이 가득하기를 소원하며 일찌감치 눈을 뜬다.
북한산을 등지고 선 불광동의 아침도 감사함이 넉넉한데
남해의 잔잔한 바다 어울어진 녹동항의 아침을 어찌 불광동에 비교할까?
2015년도 각 지역별 부녀회 햇마늘 판매행사를 주관하기 위하여
녹동농협 소재 경매장을 찾았다.
5일간의 출장 후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은 피곤함이지만 진한 먼지와 함께
작황부진에 따라 부족한 마늘을 확보하기 위하여 경매장에서 동분서주할
구매팀장과 형준군의 수고가 눈에 선하여 산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고된 마늘망 작업으로 코 고는 소리가 모텔 전체를 진동하는 듯 하였지만 차마
잠자리를 피할 수 없었다.
농촌인구의 초고령화가 진전되며 절대 노동력에 의존하는 마늘의 재배면적이
크게 감소하여 어느 정도의 가격상승은 이미 예고하고 있었지만
설상가상으로 고온에 따른 겨울철 잦은 비와 뜻하지 않는 병해까지 가세하여
고흥지역의 농가별 마늘수확량이 10~30%가 감소되었다는 산지농협 관계자의
설명이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마늘과 고추, 배추.., 등 원물을 구입하는 도시 소비자의 경제사정도 예년에
비하여 녹녹치 않은 유리지갑인지라 100원, 200원을 저렴하게 공급해야하는
구매팀의 책임감도 소금과 우산장수의 아픔처럼 안타까움이 못내 자리한다.
망 작업 지휘뿐만 아니라 직접 손을 거듦으로서 인건비 하나만이라도
절감하여 판매원가를 낮춰보려는 노력이 석가탄신일의 녹동농협 마늘경매장을
따뜻하게 녹인다.
작년까지만 하여도 경매된 주대마늘 그대로를 각 부녀회에 공급하였지만
쓰레기 처리 등 환경오염과 관계된 여러 가지 제약조건으로 올해부턴
판매물량 전체를 망마늘로 대체하였다.
15개 150여명이 넘는 부녀회 봉사자원과 더불어 매년 마늘 산지직거래의
대미(大尾)를 그렇게 장식하였었는데..,
150여명의 손길을 이젠 산지에서 대체하여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마늘판매행사를 시작한다.
경매장에 출하된 상품 중에서도 최고만을 고집해온 '우리' 였기 때문에
산지 어느 동네 물건이 좋고 나쁜지를 이젠 제집 밥숟가락 셈하듯 눈에 익은
우리 아닌가?
부딪혀 보자. 안 되는 것은 없으니..,
6시, 알람과 함께 고양이 세수를 하고
전날 작업한 물량의 이상 유무를 파악한 뒤 경매장내에 차려진 함바식당에서
아침을 마주한다.
뷔페식 그릇 하나에 서너 가지의 찬을 담지만 맛과 정취는 고급 한정식
성찬(盛饌)에 부족하지 아니하다.
결사대로 맺은 망작업 어르신들!
귀신도 때려잡을 듯한 특전사로 이름하였지만
주대를 자르는 어르신의 연세는 80에 가까웁고, 50개를 셈하여 망에 넣는
어머니들 역시 70 내외이시지만 정신과 열정만큼은 청춘에 뒤지지 않으시다.
다만, 우리의 농촌 현실이 이러하니 불을 보듯 절대노동력에 의존하는
마늘의 재배면적은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는 한계구조를 지니고 있음이다.
오전 작업을 더하여 수요일 부녀회별 첫날 판매물량이 겨우 완료되었다.
오후작업을 지속하지만 부족한 경매물량을 안고 입이 마르는 답답함을 앉아서
바라볼 수 없음이라.
고흥군 도덕면에 소재한 또 다른 경매장을 찾아 부족한 물량을 일부
대체하고서야 석가탄신일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맑은 하늘에 황사보다 더한 마늘 미세먼지가 경매장을 낮게 드리운다.
(마늘 주대를 자른 망 작업 완성분 & 망 작업 현장)
(경매장으로 하역되는 마늘 & 또 한켠엔 적양파와 매실이 경매를 기다린다.)
(마늘 경매현장 & 수확된 마늘 경매장 하역작업 장면 -이리하여 농가의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니 농가밭에 찾아다니는 경매가 필요하다.)
(오후 망 작업 현장)
산지 숙박을 겸하여
양곡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산지미곡 담당자와의 미팅이 주어지지만 하늘의
조화가 참으로 야속하다,
마늘은 부족하여 난리이고 쌀은 넘쳐나 난리이니 같은 땅 위에서 이런 불공평이
또 있을까?
소주 한잔을 털어 넣고 눅눅한 피곤을 달래려 일어서는데 오죽 답답하였으면
짙은 한숨을 뱉어낼까?
.....
지인을 달래며 소주 한병이 홀라당 나뒹굴어 버렸다.
다시 컴 앞에 섰지만
창문 넘어 바다 위에 가득한 밤하늘의 별들이 쌀알 만큼이나 제멋대로
흐드러져 있다.
딸래미 녀석과의 따로국밥이 꽤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