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출신 자진 월북"
北 발표에 뒤늦게 현장 확인
삼성전자선 "그런 사람 없어"
합참 "폭력 혐의 지명수배자"
민간인 월북자에 의해 군 최전방 철책선이 뚫렸는데도, 군 당국이 하루가 넘도록 이를 몰랐던 것으로
드러나 군 경계태세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7일 "오늘 북한 조선중앙방송에서 남한주민 강동림(30)이 지난 26일 동부전선 군사 분계선을 넘어 자진 월북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전 전선에 걸쳐 철책훼손 흔적을 정밀 점검한 결과 동부전선(강원도 고성) 22사단에서 철책이 절단된 흔적을 확인했다"면서 "현재 정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남쪽으로 철책이 3중(重)으로 돼 있는데 현재까지 확인 결과 가장 남쪽에 있는 철책이 가로 30㎝, 세로 40㎝ 크기로 절단된 것을 확인했다"며 "북한에서 남측 주민이 자진 월북했다고 주장한 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월북한 강씨는 2001년 9월 18일부터 2003년 11월 10일까지 이 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지난 9월 12일 벌어진 폭행사건 등으로 지명수배돼 경찰에 쫓기고 있었다고 합참은 밝혔다. 특히 강씨는 이 부대 근무 당시 최전방 소초(GOP)의 기관총 사수로 근무해 철책선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던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월북사건으로 철책선이 뚫린 것은 2004년 10월 강원도 철원군 육군 열쇠부대 3중 철책 절단 사건 이후 처음이다. 이듬해 6월엔 북한군 초급병사 1명이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 인근 최전방 철책을 뚫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지난 1일 동해상으로 북한 주민 11명이 소형 선박을 타고 귀순해 우리 해안선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군경에서 발견하지 못해 해상 경계망의 허점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번에 월북자 철책선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군의 경계태세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 살고 있던 강동림이 26일 동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자진 월북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는 강씨에 대해 "남조선군 22사단 56연대 3대대 9중대 1소대에서 근무하는 동안 공화국(북한)을 동경해 의거(월북)하려 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매체들은 이어 "강동림은 제대 후 삼성 반도체회사 노동자로 있다가 퇴직해 의거하기 전까지 벌교읍의 어느 돼지 공장에서 일했다"며 "지금 해당기관의 따뜻한 보호를 받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측은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모든 직원을 조회했지만 강동림이란 이름은 없었다"며 "하청업체 직원인지 여부까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