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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로문협 원문보기 글쓴이: 민문자
한국현대시 1백 주년 기념식이 크라운 인사동 호텔에서 11월 1일 제21회 시의 날을 맞아 열렸다. 본부석에는 왼쪽으로부터 중국의 고자흔, 현대시협 부이사장 김용오, 일본의 오카 다카오, 한국시협 전이사장 김광림, 한국시협 이사장 오탁번, 현대시협 이사장 신세훈, 중국의 장통우, 현대시협 명예이사장 신규호, 고대교수 최병호 문학평론가, 일본 시인클럽회장 기타오카 준코 가 앉아 있었다.
제1부에서는 제14회 전국고교생 현상문예공모 본선백일장 입상자 시상식이 있었다. 이승목 현대시협 부이사장 사회로 열렸다. 시상식에서 장원에 양정고 3학년 장현수 군이 시조 “한강을 내려다보며”로, 차상은 풍덕고 3학년 최수현, 안양예고 3학년 장은실, 차하에는 군포시 수리고 이솔잎, 차하 경기 광명고 3학년 박은진, 차하 안양예고 3학년 김관옥, 장려 안양예고 2학년 한채민, 장려 고양예고 2학년 노지연, 장려 고양예고 2학년 박은선, 장려 안양예고 2학년 한지이 양등 ‘남산 팔각정’에 오른 학생시인 10 명이었다.
연세대 합격의 기쁜 소식을 받아 겹 영광을 안은 장원수상자 장현수 군이 “한강을 내려다보며” 시조를 낭송했다.
★ 한강을 내려다보며 / 장현수
남산 아래 등 푸른 척추가 누웠다.
굽혔다 펼치는 부드런 이음새
그 속엔 항상 지지해왔을 세포들이 흐른다.
하늘을 선삼아 경주하는 장기들
그 벌떡임 한가운데 세놓은 세포를
척추는 주춧돌처럼 미동도없이 받치고서
야태 거스름없이 일방통행 유지하며
세포가 분열을 거듭하며 늘어가는
이순간, 이순간에도 푸르게 누웠다.
제2부 시의 날 기념식에서는 신세훈 현대시협 이사장이 본행사 주관단체이사장으로서 개회사를 하였다. 이때에 우리나라에는 한국현대시협회와 한국시인협회 2대 시 단체가 있는데
지난해에는 한국시인협회, 금년에는 한국현대시협회가, 이렇게 번갈아서 ‘시의 날 기념식’을 주관해 오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오늘 참석하신 내외귀빈을 소개하였다.
중국 측에서는 중국시가학회 비서장 장통우(張同吾) 중국대표단장, 부단장 제1회 노신문학상을 수상한 인민문학 주간 한줘롱 (韓作榮), 제4회 노신문학상을 수상한 노신문학상 심사위원 롱롱(榮榮)시인, ‘인민문학’ 잡지사 사업발전부 주임 상전(商震) 시인, 중국시가학회이사 주셴수(朱先樹) 시인, 중국 인민 대외 우호협회 대외문화교류 부주임 구즈신(顧子欣) 시인, 헤이룽장성 작가협회 부주석 리치(李琦) 시인, 주하이시(珠海市) 작가협회 주석 후디칭 시인, 제4회 노신문학상 수상자 티엔허(田禾) 시인이 참석하였다.
일본 측에서는 기타오카 준코(北岡淳子) 일본 시인클럽 이사장과 오카 다카오(岡隆夫) 츄코쿠 시코쿠(中西國) 시인회 부회장이 참석하였다고 했다.
한국시인협회 오탁번 이사장이 기념서와 ‘시의날 선언’ 이 있었다.
동북아시인들이 함께 한 큰 행사로 현대시협 준비에 감사하며 양대 시협이 형제처럼 서로 돕는 행사로서 우리나라는 시인천국, 시인세상, 시인나라가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시인선배들의 공을 잊지 말자.’라고 하였다.
신규호 전 현대시협 명예이사장은 축사에서 “우리현대시가 1908년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시작되어 100년이 되었다. 개화기, 일제탄압시대 계몽주의, 해방공간과 4.19, 5.16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앞으로 100년, 200년을 맞게 될 즈음에 인터넷 정보화시대에 맞추어 변화하여나가 보다 더 새로운 모습으로 성숙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김광림 한국시협 전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 타국시인과 함께 자리를 한 것은 1980년 아시아시인대회를 일본 도쿄에서가 처음이었다. 81년 대만에서, 84년 도쿄에서, 86년 서울에서, 88년 대만에서, 90년 세계 시인대회를 서울에서 가졌고 93년 일본 세계시인대회에 구상 시인과 김광림 시인이 참가하여 ‘한국시는 말한다. 외국시인까지 추모하자.’라고 했다.
1999년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아시아 시인대회를 개최하였고 2000년 일본 동경에서 공동테마로 “20세기의 나”가 있었다. 현대시협 주관으로 2008년 동북아시인대회를 열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축사를 하였다.
제3부 에서는 제3차 동북아시인회의 한중일 대표 초청강연이 있었다.
제일먼저 한국측의 고대교수 최병호 문학평론가의 「서구시(西歐詩)의 충격과 주체적 시학(詩學)」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2008. 동북아 시집 P23>
“현대 인터넷은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시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없다면 시가 존재하지 않겠지요.” 시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정신적인 시를 주장하였다. 디지털과학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시가 필요하다는 시의 신비주의를 이야기 했다.
중국측의 고자흔(顧子欣) 시인의 발표는 “청량한 시의 하늘을 바라며” 였다.<2008. 동북아 시집 P53> 요약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의 세계에서 환경오염이 화제로 떠오르듯 시의 오염도 하나의 엄숙한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초기의 인류는 환경오염에 대해서 바로 알지 못하여 시인들은 다음과 같이 노래하기도 했다.
★ 나루터를 건너며/ 휘트먼(미국)
주물공장의 굴뚝이여
네 불길을 더욱 높여라!
저녁 나름에는 검은 그림자를 뿜어 내거라!
붉은 빛과 황금빛을 저 지붕들에 뿌려라!
★ 필립산에 올라 굽어보며 / 곽말약(중국)
하나하나 굴뚝들 한결같이 검은 모란꽃을 피웠구나!
오오, 20세기의 이름난 꽃이여!
근대 문명의 산모여!
★ 궁정체시 (宮庭體詩, 艶情詩) / 양 문제 때 시작 진 후주 수양제, 당태종의 궁정에 나타나다
객의 눈길을 헛돌리니 (上客徒留目)
바로 보지 못하고 늘어지기만 하더라(不見正橫降)
임이 방탕아인 줄 아시지만(知君亦蕩子)
천첩이 창녀인 줄도 아시는지요.(賤妾自倡家)
“시의 오염도 이미 세계적인 범위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청량한 시’를 위해서 시인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동료시인들에게 오염을 저지할 것을 호소하고 적어도 자기 자신은 오염을 발산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하였다.
한국측에서 김지향 현대시협 지도위원이 나와서 시낭독을 하였다.
★ 리모컨과 풍경 / 김지향 <2008. 동북아 시집 P103>
휴일
심심한 저녁 때
나는 창가에서 잠자는 리모콘을 깨운다
리모컨의 뇌세포는 나보다 훨씬 개수가 많은지
나보다 먼저 내 생각을 알고 있다
리모컨이 창 밖의 창을 열어제낀다
깊숙이 집어넣은 내 눈에 들어온 사람들
가라앉은 몸속에 다 저문 삶을 꼬깃꼬깃
접어 넣고 앉아 있다
사람을 지나 창밖으로 몸을 누인
강변북로로 간다
멀리 다림질이 잘된 빌딩 머리에
홍시 같은 햇덩이가 오늘도 어김없이
몸이 뭉개지고 있다
빌딩 목으로 넘어가는 다리 짧은 시간이
원추형으로 으깨진 핏덩이 몸을 끌어간다
꼴깍, 나의 리모컨 조리개가
전기 고압선에 얽혀 뇌세포 한 둘쯤 죽어버렸는지
강변 한쪽 풍경이 지워졌다 한쪽 구석은 접혀졌다
접혀진 풍경 옆구리 버티고 선 다리 사이
또 한개 다리가 강을 건너뛰고 있다
눈에 안약을 넣은 수은등이 파란 눈을 반짝이며
강변북로의 삶을 들어 보이고 있다
접혀진 풍경을 펴본다
뒤로 밀쳐진 사람들이 나온다 어둠이 되고 있는
사람의 의미 있는 아픔들이 내다본다
방금 빌딩 목울대로 넘어간 햇덩이의 각혈처럼
(바깥 풍경만 보는 이들은 아무도 접혀진 삶의 아픔을 모르지만)
눈치 빠른 나의 리모컨은 아직 자지도 않지만
남은 다른 쪽의 풍경을 다음 휴일로 넘겨버린다
깊은 밑바닥이 드러날 땐 얼른 조리개를 꺼버리는
리모컨, 나보다 지능지수가 얼마나 높은지?
중국측은 구즈신 (고자흔顧子欣) 시인이 시낭독을 하였다.
★ 세상에는 크나큰 사랑이 있어 / 구즈신(顧子欣) / 선용 옮김
원촨, 지도에서도 찾기 어려운 곳에
가장 큰 아픔의 덩어리로 가장 큰사랑을 모았네.
너를 위해 형제애와 인류의 양심이
높게 치솟아 이채로운 빛을 뿜어낸다.
혈액창고에, 헌혈로 혈액이 넘쳐나고
모금한 사람들은, 억만장자도 있고 거지도 있네.
생명 구제가 최고의 명령
누구든, 어디서 왔든 물어선 뭘 할까.
구하는 이가 누구든, 구제되는 자가 누구든
실로, 원촨의 구원은 바로 자신의 구원이 아니던가?
암암리에 서로를 지킨다는 묵계로
나에겐 천국이 없네, 네가 지옥에 있다면.
재난도 국경이 없고, 우애도 국경이 없다.
자그마한 지구는 기도의 촛불로 밝히고
원촨, 각기 다른 언어의 낱말이 되고
온세상의 눈길은 모두 이곳에 쏱아지네.
땅위에는 구원의 차량들이 모여들고
하늘엔 구원의 비행기들이
원촨은 자신이, 중국은 신념이, 인류는 확신이 있네.
크나큰 사랑의 빛이 온누리를 비추어주니까.
일본측에서 오카 다카오(岡隆夫) 츄코쿠 시코쿠(中西國) 시인회 부회장이 「서구시로 부터의 탈피와 향후의 아시아 시(詩)<2008. 동북아 시집 P75>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나는 이 행사가 막바지에 이른 시각도 되고 다른 행사 참가를 위해서 오카 다카오(岡隆夫)의 발표도중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2008. 동북아 시집 P75>에 실린 발표논문 발췌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서구시의 르네상스, 소네트 이입 발전 영국시인의 아버지 G. 초서, 대극작가이자 시인 세익스피어, 둘째 낭만파 운동 신비주의 시인 블레이크, 자연미를 노래한 워즈워즈, 풍자시인 바이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은 셀리, ‘美는 眞이고 眞은 美이다.’라고 한 키츠, 괴테, 이들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 권리를 주장하였다.
구어시(口語詩)를 확립하여 ‘현대시의 아버지’ 모더니즘의 완성자라 불리는 토마스 하디와 로렌스가 있었고 노벨상수상 시인 예이츠 는 상징주의를 완성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후 T.S. 엘리엇이 ‘황무지’와 같은 그때까지 시도해 본적이 없는 혼란하고 탈구조적인 소위 모자이크 풍의 스타일로 표현했다. 이것은 J. 조이스의 ‘율리시즈’와 같이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미국시에 영향을 끼친 시에 대해 언급을 하자면 휘트먼과 디킨슨은 낭만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유로운 스타일의 개인의 존엄과 자유, 미국의 자유를 노래하였다. 디킨슨은 성경의 4행시를 자신의 시형식으로 하여 전인미답으로 영시를 쓴 최고의 여류시인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후 R. 프로스트, W. 스티븐스, W.C. 윌리엄스, R. 로웰이 모더니즘이라 하고 A. 긴즈버그는 포스트모던의 대표적 시인이다.
셋째 일본시는 도쿠가와 막부의 쇄국정책에 의해 세계문예사조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19세기 명치 정부가 중국과 한국의 문화를 배워야 하는 것을 망각하고 서양문화의 유입에 전력했다. 일본은 강렬한 자유사상과 자아탐구,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사상에 경도되어 프랑스나 독일의 시인들, 폴 발레리의 순수시 등을 소개하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일본 군부를 중심으로 한 해외침략과 지속적인 무모한 전쟁은 패전으로 일본이 얼마나 큰 고통과 재난을 끼쳤는가를 알고 그 죄악의 무거움을 통감하며 회개하는 마음을 가졌다. 이 자리를 빌어서도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일본의 또 하나의 불행은 패전후 제1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작품화한 엘리엇의 ‘황무지’의 사상, 즉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부터 시작한 것이다. 사실주의(리얼리즘)도 성숙기의 모더니즘도 결핍된 상태에서 ‘아레치(荒地)’라는 시인집단이 일본시단을 20년 이상 지배한 것이다. 낭독이나 음독은 무시되고 난해한 시를 쓰는 것이 당연하며 눈으로 읽는 실상이다가 1970년 경부터 겨우 ‘시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하고 낭만파,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이 혼재하고 있었다. 여러 면에서 노력해온 결과 진정으로 실력을 길러온 것은 이시카키 린, 요시하라 사치코, 시라이시 가즈코, 싱카와 가즈에, 이바라키 노리코 등의 여류시인들이며 싱카와 시인은 지금도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인과 일본시인들이 해야 할 것을 생각해보면 첫째, 자국의 고전과 그 문화를 재검토하여 거기서 일본 고유의 문화를 재발견해야 한다.(고지키, 니혼쇼키, 만요슈, 고킨슈, 겐지모노가타리 등)
둘째, 이웃나라인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한국이 얼마나 고도의 문화를 체득하고 있는지 처음 알았고 북경올림픽은 중국이 얼마나 고도의 경제성장과 국력, 국위를 지니고 있는지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끝으로 이제는 사이드의 문예비평적인 관점을 하나의 모델로 하여 동북아시아 시인이 본 서구시를 재평가하여야 한다. 아울러 중국 한국 일본 각국이 상호간의 현대시를 함께 연구하고 각각의 특질을 서로 토론해야 할 것이다.
한중일 삼국의 내로라하는 시인들이 ‘서양시학에 오염된 동방시학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주제 발표와 시낭송을 보고 들은 값진 시간이었다.『현대시협에서 발간한 동북아시집 2008』을 뒤적이며 이에 참석하지 못한 '선후배 문우들에게 다소 도움이 될까.'하는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글을 스케치하여 올린다.
첫댓글 옥의 티 발견함~~최병호 아닌, 최동호 교수님 이십니다.^^
아~ 감사합니다. 스크랩이라 수정을 못하오니 고쳐서 읽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