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비틀' 조지 해리슨. 프랭크 시내트라가 오랫동안 레넌/매카트니 곡으로 착각했을 만큼 아름다운 발라드곡 'Something'을 작곡하고 노래한 주인공. 20세기 대중음악의 전설로 남은 비틀스의 기타리스트이자 뛰어난 작곡가였던 조지 해리슨의 평전이 마침내 국내 출간됐다. 2001년 11월 29일 암으로 세상을 떠난 조지의 추모 10주기에 맞춰 '조지 해리슨 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가 나왔다.
조지 해리슨 평전 출간 기념 '북 콘서트' 열려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신촌에 위치한 FB 소울하우스 클럽. 클럽 안에는 비틀스를 추억하는 사진들이 여러장 벽에 붙어 있고 비틀스 애호가들이 조지 해리슨의 책 한 권씩을 손에 들었다. 이 곳에서 책을 낸 저자와 함께하는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출판사 오픈하우스의 후원 및 비틀스 마니아(네이버 동호회)의 주최로 책 출간 기념 행사가 이렇게 열렸다.
서강석 비틀스 마니아 운영자는 출간 기념회와 관련, "이번 조지 해리슨 평전은 국내 비틀스 팬 문화의 열정과 깊이가 얼마나 두터운지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이러한 쾌거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비틀스 팬들이 함께 모여 출간을 기리고 저자의 노고를 치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40여 명의 비틀스 팬들이 모여 조지 해리슨을 다시금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저자와 평소 친분이 있던 인도에서 온 하레 크리슈나 성직자인 카말라 로이 씨와 디팍 씨가 특별 게스트로 참여, 조지 해리슨의 영적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인들도 함께 했다. 비틀스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디 밴드와 가수 등 4개 팀이 행사 틈틈히 트리뷰트 공연을 이어갔다. 포크 가수 우인은 존 레넌의 'Imagine'과 비틀스의 'Yesterday'를 노래했고, 혼성 듀오 커플 D는 "비틀스를 좋아해서 이 무대에 올랐다"며 비틀스의 'Let it be', 'Ob-la-di, Ob-la-da' 등 친숙한 노래를 어쿠스틱 연주로 들려줬다.
인디밴드 멜랑콜리 스튜디오의 기타리스트 진호현은 맥주병을 갖고 슬라이드 기타 효과를 내며 'Something'을 연주했으며, 더불어 슈퍼플레어의 보컬 원신과 함께 조지의 솔로 곡 'Just for today'도 선사했다.
이어 국내에서 비틀스 카피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멘틀즈는 'My sweet lord', 'Something', 'Here comes the sun', 'Michelle', 'I will' 등 조지와 비틀스의 명곡을 10곡 이상 노래하며 공연의 흥을 더했다. 비틀스가 남긴 명곡 가운데 가장 훌륭한 곡으로 꼽히는 조지의 곡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를 끝으로 3시간이 넘는 행사는 막을 내렸다.
조지 해리슨-리버풀에서 갠지스까지
"성공한 록밴드의 기타리스트라는 명예를 버리고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려 했던 조지 해리슨의 파란만장한 삶과 음악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국내 처음 소개되는 조지 해리슨 평전이다. 저자 고영탁은 음악평론가이자 비틀스의 열렬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수년간의 조사와 연구 끝에 이 책을 냈다.
고영탁은 2009년 가을부터 음악사이트 이즘(IZM)에 고정 꼭지로 기고하던 '조지 해리슨 이야기'를 각색해 이 책을 완성했다. 이즘에 기고한 내용이 조지가 심취했던 인도 사상을 깊이 있게 다뤘다면, 책은 일반 대중에게 조지의 음악과 인생관을 좀더 쉽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안내서 역할을 해준다.
책은 부귀영화를 버리고 구도자의 삶을 살아간 조지의 인생역정을 쫓는다. 영국 리버풀의 불량 청소년이었던 조지가 십대 시절부터 비틀스 결성과 솔로 활동, 갠지스 강에 영원히 잠들기까지의 일대기를 담았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조지의 진솔한 모습을 책을 통해 만난다.
'비틀스 전도사' 서강석의 말을 빌리자면 책이 담아낸 인도의 음악과 사상에 관한 자세한 서술은 조지를 단지 비틀스의 멤버로만 알고 있는 국내 팬들에게 흥미롭고 알찬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책은 살아 생전 조지와 친밀한 음악 교류를 가진 조지 마틴, 라비 상카르, 믹재거, 엘튼 존, 탐 페티, 제프 린 등 수많은 뮤지션들의 추도사를 모았고 주요 음반 리뷰도 함께 담았다.
"시타르와 인도음악 덕분에 조지와 만날 수 있었지만, 곧 우리 관계는 그것을 넘어섰다. 조지는 내 친구이자 문화생이었고 아들 같은 존재였다." - 라비 상카르
"조지는 인간미, 재치와 유머, 지혜와 영성, 사람으로서의 상식,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겸비한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 밥 딜런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조지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보냈던 나날들이다" - 제프 린
조지 해리슨은 비틀스 시절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지만 그의 음악은 비틀스 역사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인도 음악을 향한 밴드의 실험은 조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김영훈 오픈하우스 편집주간은 "비틀스 관련 서적은 크로니클과 앤솔러지, 존 레넌 사진집에 이어 이번 책이 네 번째 기획"이라며 "후반기 비틀스 음악에는 조지 해리슨이 가장 큰 정신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고영탁과 김영훈은 이제껏 한국에서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조지 해리슨 평전을 내놨다. 모두가 팔리지 않는다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작업을 이들 비틀마니아가 해냈다. 비틀스와 조지 해리슨을 향한 무한한 애정과 존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조지 해리슨, 죽어도 살아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