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스마트폰 중독입니까?
"스마트폰 중독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그저 몸에 항시 지니고 있을
뿐이고, 없으면 불안할 뿐이고, 그래서 그냥 괜히 한 번 켜볼 뿐인데."
"그걸 중독이라고 하는 거다."
혹시 글 읽는 당신도 '스마트폰 중독'입니까?
네, 아마 아니라고 하시겠지요, 저도 스마트폰에도 중독이 있냐며 난 아무튼
아니라고 남 일처럼 말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질문을 던져 체크해보면 저처럼 조금 불안해 질걸요, 아마?
오죽하면 도에서 학교를 돌며 중독 예방 교육을 시작하겠습니까?
스마트폰 중독 예방교육? 스마트폰이 얼마나 많다고...어? 정말?
이곳은 25일 경기체육고등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스마트폰중독 예방교육 현장
입니다. 경기도 정보화기획담당관실과 KT의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IT서포터즈'가 함께 하는 교육으로 오늘은 그 첫 번째 날이었죠.
사실 '스마트폰 중독'이라니 생소하기도 합니다.
벌써부터 중독을 걱정해야 하나 싶기도 하구요.
스마트폰이 보급된지 얼마나 됐다고 중독예방교육까지 한다는 거야.
하지만 이 날 교육에서 나온 통계를 보니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아이폰 수입이 결정된 2009년 11월 당시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불과 47만 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1년 4월 1000만을 돌파하고
3개월 후엔 1500만까지 넘기더니 다시 석 달 후엔 2000만을 넘었네요.
이 추이대로라면 올해 말엔 3000만까지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과반을 넘어 대세가 된 것이죠.
그럼 지금부터 나는 과연 스마트폰 중독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 봅시다
.
테스트 1 - 데이트하다 여친이 영문을 모르게 화내고 나갔다,
근데 손에 폰이 쥐어져 있었다
"오빠 스마트폰 재밌어?"
"어."
"나보다 더 좋아?"
"아니."
"거짓말하네."
그리고 그녀는 나갔습니다. 근데 남자는 그 이유를 몰라. 아 답답해.
솔직히 말해 봐요. 이런 일 있어요, 없어요?
영문은 모르겠는데 하여튼 스마트폰이 손에 잡혀 있었다면
일단은 해당된다고 합시다. 그럼 당신은 중독이 맞습니다.
옆에서 보면 명백한 사유가 있건만 그 마저도 인지 못할 정도로 말이지요.
교육을 진행한 정혜신 IT서포터즈 중독예방교육 강사는
"이런 남자들 꼭 있다"고 말했습니다.
증상은 이미 중한데 본인이 인지 못하는 대표적인 유형 아닐까요.
테스트 2 - "스마트폰 쓸 일은 없는데 계속 확인 안 하면 불안불안해"
스마트폰을 항시 몸에 휴대하고 다녀야 합니다. 배터리 꺼지면 머릿속엔
적색경보가 켜져요. 사실 당장 확인해야 할 용무가 있거나 한 게 아닌데도
수시로 열어보고 확인하고 합니다.
이런 생활을 하고 계시다면 '아 난 중독까지는 아니고'라 말하시면 안 됩니다.
확실한 중독입니다.
사실 이날 교육에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교육 중에 갑자기 강사님 스마트폰이 울리고 교육 중에 전화를 받아 버렸죠.
학생들은 비장하게 웃고 강사님은 멋쩍게 웃고... 아 이게 뭐람.
테스트 3 - 인간관계가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으로 생활패턴이 지장이 생긴다면?
'스마트폰이 없었을 땐 안 그랬는데'하고 생각한 적이 있으신지요.
스마트폰 생기면서 공부나 일에 집중이 안 되고,
스마트폰 사용하느라 해야 할 일도 미루고,
그리고 어느 샌가 사람들 만나 대화할 시간이 줄어들더니
계속해서 스마트폰 통해서만 문자로 의사소통을 하고,
급기야 잠잘 시간이 줄어서 피곤해져요.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지요. 중독, 맞습니다 맞고요.
테스트 4 - 하루 종일 손에서 못 떼는 스마트폰,
결국 다들 한마디씩 하는데
스마트폰을 그래서 잠시 몸에서 떼어놓아 봤습니다.
잠시 바깥에서 운동을 하거나 시장을 갈 때만이라도 놓아두고 갔다고 합시다.
하지만 곧장 달려와서 손에 쥐고야 맙니다.
역시나 하루 종일 손에서 떼어 놓을 수가 없군요.
얼마 전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스마트폰에 중독된 여성이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중독이 되다 못해 나중엔 샤워할 때도 방수팩에 싸서는
옆에 둔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 왔다면 중증입니다.
필시 지인들에게 한 소리 들은 적도 여러 번 있으실 거예요.
이번 교육 사업은 지난 3월 발표된 '2011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라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실시하게 됐습니다.
조사결과 스마트폰 중독률은 8.4%로 인터넷 중독률 7.7%를 넘어서고 있었지요.
특히 10대는 11.4%의 중독로 세대 중 가장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도청 정보화기획담당관실 담당자도 "소지품으로서의 휴대성을 생각해 볼 때
컴퓨터보다 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합니다.
"아, 난 10대는 아니야"하고 안심하시나요?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저 성인들은 스스로의 통제력을 믿을 수밖에요.
아직까지도 "아냐, 난 그래도 중독은 되지 않았어."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럼 최후의 생존자가 될 수 있을지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테스트 5 - 화장실에서 쓰다가 '묻힌 적' 있어요?
정혜신 강사는 "화장실과 흔들리는 곳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피하라"고 권합니다.
"왜 안 될까요?"하고 물었더니 한 학생의 대답이 가관입니다.
"묻으니까요."
화장실에서조차 손에서 놓지 않다가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불상사지요.
분명 읽다가 이 부분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순순히 인정하는 분이
한 분이나 두 분 정도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자, 다섯 관문의 테스트를 모두 무사히 거치셨다면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_-;;) 인정해 드릴게요.
당신은 스마트폰에 지배당하지 않은, 명실상부한 스마트폰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말예요.
"까짓 거 좀 중독되면 어때?" 하고 애써 별 것 아니라 부정하는 분이 계신가요?
이 날 제시된 중독 후의 부작용을 살펴보고서도
가벼이 넘기실 수 있는지 한번 보도록 하죠.
중독의 부작용? 건강 잃고 정신장애 오고 나중엔 '폐인'의 길로...
먼저 신체적인 문제입니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들 하죠?
곧장 가성근시와 안구건조증 같은 심각한 문제가 우려됩니다.
목은 어떻고요. 스마트폰은 거북목 증후군을 유발하는 새로운 원인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혹사당하는 손은 멀쩡할까요?
손목터널증후군이 걱정되는군요.
정신적 문제로 오면 또 한 번 놀랍니다. '디지털 치매'라고 들어보셨는지?
요즘 들어 부쩍 뭔가를 깜박깜박 하는 일이 잦으신 분들은
한번 스마트폰을 의심해 보실 법 합니다.
너무 스마트폰에 많은 정신을 팔다 보면 다른 일을 잊는 현상이
잦아진다고 합니다. 심지어 사고의 마비증상까지 언급됐습니다.
정혜신 강사는 여기다 우울증과 수면장애까지 동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나중엔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도 지대한 영향을 몰고 옵니다.
공감능력이 저하되고 대화가 단절되는 상황.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맞다, 소위 '폐인'이군요.
자칫하다간 전화기가 폐인을 양산할 수도 있겠어요.
이거 다섯 가지만 실천해 봅시다. 스마트폰 사용하는데도 건강해집니다.
정혜신 강사는 그래서 다섯 가지의 건강한 사용법을 제안합니다.
방법, 습관, 피하기, 설정, 통제로 각 퍼즐을 맞춰나가는 거죠.
거북목이나 손목 장애, 시력 저하 등 육체적 문제를 덜고자
스마트폰은 너무 가까이 갖다대지 마시고 좀 떨어져서 쓰세요.
처음엔 익숙치 못할 겁니다만 이것만 해도
신체적 장애나 부담은 줄일 수 있습니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보거나 의식하는 건 모든 것의 근원입니다.
어디까지나 스마트폰은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라는 거 잊지 마세요.
피하기. 흔들리는 곳이나 화장실 같은 곳에서만큼은 사용을 자제하는 겁니다.
강사님은 "지하철은 봐 주겠다"고 했지만 이 말고도 흔들리는 장소는 많습니다.
버스 안에서 사용은 위험한 걸 알죠? 혹시 자전거 타면서 이거 꺼내 확인하는
서커스단원 있어요? 그리고 화장실에서 묻히는 것도 자제요.
스마트폰의 설정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일에 몰두할 때는 음소거 모드로 해서 나중에 확인하고
당장 불필요한 앱은 사용할 때만 쓰도록 설정해 놓아도 좋아요.
여기까지 왔다면 드디어 통제 단계입니다. 책상 앞에 있을 때, 일할 때,
잠잘 때 등등은 과감하게 꺼두는 겁니다.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거죠.
전국최초로 시도하는 중독예방교육,
남의 일 아닌 부모님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 입장에서도 스마트폰 중독은 남의 일이 아니랍니다.
정혜신 강사는 교육이 끝나고 "이 학생들이 남의 아이 같지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제 딸아이가 중학생이거든요. 착하게 자랐는데 스마트폰 때문에 걱정이에요. 대화시간도 줄고, 친구들과도 카카오톡으로만 만나는 것 같아요. 인성이 꽃피는 시기인데 사회적응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까 노심초사하게 되고."
"사 주신 걸 후회하시겠어요."
"그러니까요. 그런데 또 스마트폰 없으면 다른 아이들이 끼워 주질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얼마 이상은 사용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사 줬어요.
그래도 이게 통제가 잘 안되더라고요."
정보화기획담당관실에 한 담당자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업을 준비하면서 중학 3년생인 아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스마트폰 전에 피쳐폰 쓸 때도 전화는 거의 안 쓰고 문자만 왕창 썼어요.
그 때 요금제가 한 달에 문자 4천 건을 쓸 수 있는 거였는데 그게 20일이면
동나요. 하루 2백건씩 썼다는 건데 엄청나죠.
근데 이젠 뭐 무료로 쓰는 앱이 널렸으니까 더 하죠."
야단도 쳐보고 여러 가지로 해봤지만 이렇게 수동적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게
이들 부모님의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엔 이러한 마음이 이번 사업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지요.
솔직히 첫 수업을 가보니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너무 주제가 난해하고 실제 사례로 꺼낼 데이터가 부족해 듣고 있던
친구들 중에 속속 잠의 포로가 되는 탈락자가 속출합니다.
이에 최재미 경기체육고교 수학선생님은 "좀 더 역동적인 수업이 되도록
동영상 컨텐츠가 강화되면 어떻겠느냐"고 밝혔습니다.
경기도청 측도 "이를 보고해 반영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정혜신 강사는 "스마트폰은 역사도 짧고 중독 사례로 꺼낼 만한 일화나
자료가 부족한데다 처음으로 진행하는 일이다 보니 여의치는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바로 내 일이고 내 아이의 일이니 멀리 갈 것도 없지요.
회를 거듭하다 보면 점차 교육이 튼실해질 거라고 기대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자녀의 일로 고민하는
사람들끼리 만나 팀을 이뤘는데 이만한 동기유발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오늘 만난 경기체육고 학생들은 모두 280명. 경기도는 앞으로도
올해 11월말까지 도내 150개 중고교생 1만5천명을 대상으로 순회교육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벌써 200개에 달하는 학교에서 문의를 해 오고 있어 상황에 따라선
교육을 확대 편성할지도 모른다는 게 도 관계자 말입니다.
오늘 수업을 들었던 김민교 경기체육고 2학년 학생은 "교육을 받고 나니
저도 중독자였던 거 같아요."라고 시인했습니다.
"어떤 면에서요?"
"그러니까, 스마트폰 꺼놔도 상관없는데, 막상 안보고 있으면 불안하고
그래서 계속 확인하게 되고 그런 거요.
아무것도 안 날아왔는데도 또 꺼내보고. 조심해야겠어요."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자율에 맡긴다고 하던데?"
"강제로 수거하거나 하진 않아요. 대신 수업 시간에는 꺼놔야 해요.
소리가 나면 벌점이에요."
그러나 여의치는 않습니다. 최재미 선생님은 "이를 어기는 학생들이 많다"며
스마트폰 중독이 우려됨을 밝힙니다.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학교 측에서도 이번 사업의 취지는 환영할 만하다"는
입장입니다.
엄마와 아빠의 마음으로 계속 손질해 나갈 이 교육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진화할 겁니다. 몇 개월 후 다시 현장을 찾게 되면 그 땐 또 어떤 수업으로
발전해 있을까요. 도, 그리고 IT서포터즈 여러분들,
스마트폰 중독의 근본적인 처방을 제시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도 되겠죠?
글 사진 권근택 기자
출처:ggholic,tistory.com
배경음악:러브스토리-팬플룻 연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