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김장레시피(배추 100포기 기준) ; 김장레시피 현대화

김장의 계절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돌아오니 감사한 일이지~ 돌아오지 않으면 큰 일이다. 원래 김장 적기는 11월 말 ~ 12월 초순이다. 그래야 김치가 일찍 시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김치냉장고가 김장시기를 무의미하게 했다. 김장을 제 때 한다는 것은 쓸데없이 추위를 무릅쓰는 꼴이 됐다. 김장을 일찍 한다고 김장재료가 없는 것도 아니고 늦게 수확한 김장재료가 더 맛있더라는 설도 들어본 일이 없는 바에야 추워지기 전에 하는 게 맞다.
올해부터는 수능 전 주에 하기로 했다. 이제껏 수능한파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는 경험통계치가 기준이다. 올해는 수능 사상 최초로 한파가 없을거라니 지구온난화 때문인가? 암튼 우리는 이제 추워지기 전에 한다! 우연인지 합리적인 선택이어서인지 가까운 이웃들도 대부분 요즘 한다.
우리의 김장은,
1) 배추의 수확-가르기-절임-뒤집기-1차씻기-2차씻기-물빼기 과정
2) 무의 수확-씻기-채썰기 과정
3) 대파, 쪽파, 갓 다듬기-씻기-물기빼기-썰기 과정
4) 생강, 배, 사과 씻기-껍질벗기기-커터기에 갈기 과정
(마늘은 깐마늘이다. 매년 아이들에게 한계를 넘어서는 기회를 주고픈 충동을 억제하기 참 어렵다^^)
5) 모든 재료 섞어 속 만들기 과정
6) 김장속 넣기 과정
7) 냉장고 속 정리, 용기 준비, 대형 용기 설거지 등의 과정을,
손 서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도 많지만 큰 배움의 장이기도 하다.
(고춧가루 준비도 큰 일이다. 다행히 고추 말리기-닦기-꼭지따기-빻기 과정은 미리 해뒀다)

배추를 밭에서 가려뽑은 뒤 절이기 위해 야외수돗간에 쌓았다. 143포기다. 하지만 143포기라고 쓰고 100포기라고 읽어야 한다. 시중에서 산 배추를 기준으로 해야 내년에 들여다보아야 할 레시피도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나중에 다 절여놓고 눈대중으로 보니 90~95포기 수준이다.

저녁에 배추를 절이고, 다음날 오전에 뒤집어 절이고, 오후 3~4시 무렵부터 알맞게 흐느적거리는 배추를 두 차례 씻었다. 밤새 물이 빠지도록 쌓아뒀는데 다음날 김장속 넣을 때 보니 배추가 다시 살아났다! 이 점을 감안해서 내년엔 조금 더 절여야겠다.

낮에 다듬고 씻어둔 김장재료들(무, 대파, 쪽파, 갓, 생강, 마늘, 배, 사과 등)을 깍고, 썰고, 갈아둔다.

김장날 아침 느즈막한 시간. 어제 저녁 두 차례 씻어서 물기가 빠지게 둔 절임배추를 거실 안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이제 모든 김장 전(前) 과정이 끝나고 이제 김장속 만들고 김장속 넣는 일만 남았다.

꽤 큰 김장을 15년 정도 하다보니 이제 인간교반기가 다됐다^^ 김장속 만들기가 끝날 무렵에는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비치니 기계는 역시 아니다.

김장속 때깔을 보라~ 14가지 재료가 들어갔다. 조미료는 어떤 음식에도 쓰지 않으나 젓갈에 들어있을 것이다. 내년부터 젓갈도 재료를 구해 직접 담아야 하나 고민 중이다.
지금부터 김장 레시피 정리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기록하지 않으면 잊는다. 인간은 기억을 떠올릴 때 기억의 순서가 뒤바뀌기 쉽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시간 순서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기기 시작한다. 기록으로 남겨 그러지 않기로 한다^^ 늘 변화를 추구하여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2016삶년도 김장 레시피 (시장 규격배추 100포기 기준)
- 고춧가루 8kg (사진과 달리 때깔 참 좋다. 결국 고추가루 과투입 결론. 때깔이 고우면 7kg에서 멈춰도 무방)
- 무 35kg (아이들 손이 거칠어 균일하게 넣지 못하니 우리는 조금 더해야 한다. 올해 37kg 넣음)
- 새우젓 4kg
- 까나리액젓 5리터
- 배 10개, 사과 10개 (일일이 껍질벗기고 씨방 제거한 후 커터기에 갈아서 넣었다)
- 생새우 2kg (마트에 재고가 1.2kg 밖에 없어 고것 밖에 못넣었다)
- 마늘 4kg (한 접은 굵기따라 3~4kg. 6kg 권고도 있으나 백종원 가라사대 마늘은 쓴맛이라니 과유불급)
- 생강 1.4kg
- 쪽파 4단 (무게로는 4kg 좀 넘는 양)
- 대파 2kg
- 갓 4단 (역시 무게로는 4kg 넘는 양)
- 매실효소 2리터
- 감자전분 500g (전분과 찹쌀가루 사이의 분분한 의견을 종합하면 변질성 낮고 개운성 높다는 전분 선택)
- 굵은 소금(절임용) 25kg
#1 김장 시기와 레시피를 바꾼 이유
기존의 전통식 김장(땅 속 항아리 저장식) 레시피 버리고, 최신식 김장(김치냉장고 저장식) 레시피를 취하다.
촛점은 물러짐 등의 변질우려 신경쓰지 말고 짜지 않게, 맛있게 담그기
#2 김장 절차와 소요 시간 (아침형 아닌 올뻬미형 인간용)
D-2일, 낮에 배추 작업, 갈라서 저녁에 절이기 (소요시간 1시간 남짓)
D-1일, 오전 절임배추 뒤집기, 오후 늦게 2번 씻기 (소요시간 3시간 남짓 소요)
김장날, 김장속 넣기(11시 시작) (11시~12시, 1시~3시반, 3시간 반 소요)
전분 풀쑤기가 빨라야 김장속 만들기가 늘어지지 않는다.
# 사소한 일
- 목심 수육 4.2kg 준비, 조금 남김. (1인당 600g이면 넉넉)
- 저녁에 칼칼이 씻은, 노골노골했던 절임배추가 자고나니 다시 살아나더라.
이를 감안 조금 더 절여두는 게 좋겠음. 조금 더 과감해지자! (소심남의 다짐!)

넷이 김장속을 넣고, 한 명이 김치통에 넣고, 한 명이 서비스맨(손에 고추가루 안묻힌 사람)을 했다. 김장속 넣는 사람 넷 중 둘이 서두르지만 느려서 김장속 넣지않는 사람 둘이 꽤 한가했다. 내년에 인원에 따른 역할분담에 참조해야겠다.

점심 시간. 수육과 굴 넣은 김장속과 절임배추. 아이들이 굴을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 어떻게 하면 아이들 편식을 고칠까(오해금지. 우리집 1년이면 야채사랑아이 된다) 고민했는데 아이들의 굴 기피가 반갑다!^^ 아이들 접시에서 굴 골라왔다^^
오후. 다시 김장속을 넣기 시작해서 3시반에 끝내고, 설거지, 청소, 냉장고 채우기 등을 마치기 4시 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장날 마무리는 외식으로^^ 탕수육+개별취향. 이렇게 김장은 끝났다.
아이들이 과정에서 순간순간 고비를 만났다. 다행스럽게 참고 견뎌내더라. 이제 그만한 고비를 다시 만나도 이번만큼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해낸 경험과 해냈다는 기억은 이미 그만큼 자란 결과이다.
첫댓글 위버멘쉬 했네요^^ / 마지막 문장을 보니 힘이 나요~
김장이 힘들었긴 했으나 이렇게 사진으로 쭈욱 보니 하나의 추억이 된 것 같아요.ㅎ
나중에 김장할때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김장이 힘들긴 한데 재미있고 할만한 일이 었어요.ㅎㅎ
다음 김장때는 올해 김장보다 더 나아질 것 같네요
힘들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벌써부터 내년 김장이 기대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