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 졸업식의 짧은 회상
2005년 2월 18일. 오늘은 둘째 아들의 졸업식이 있는날이었다.
아이가 어제 갑자기 몸의 열이 올라가서 하루종일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휴식을 했지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물수건 찜질을 반복한 터라서 그리 춥지 않은 날씨조차도 아이가 참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아침을 머는둥 마는둥한 아이를 재촉하여 머리를 감기고 옷을 입혔다.
아무리 몸이 아프다해도 일생에서 다시 올 수 없는 졸업식에 불참한다면 아이에게 큰 추억을 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먼저 집을 나서서 가까운 화원에 가서 이쁘장한 꽃다발을 하나 사서 집으로 와서 아이를 태우고 학교로 향했다.
선생님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늦게 도착한터여서 다른아이들은 미리와서 줄을 서고 있었다. 아니는 스며들 듯이 대열로 합류해서는 언제 아팠냐는 듯 종알거리며 어울린다. 다행이다...
단상의 선생님 한분이 아이들에게 교장선생님 나오실 때 식순을 연습시키는 모습이 쳐다보니 재미있다. 우리 아이의 학교는 의정부초등학교인데 인성교육 시범학교여서 예의를 무척이나 존중하도록 가르치는 학교였다.
두손을 모으고 안녕하십니까~감사합니다~를 외며 큰 목례를 하는 모습은 일순 귀엽게도 느껴지고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생각케 해주었다.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관악국민학교...가난,빈민,고아원등의 어두운 이미지로만 기억되던 그시절....비닐포장에 담긴 삼각형 모양의 우유 ...참 먹고 싶었지만 한번도 먹지 못했던 그 서울우유....
그에 비하면 오늘의 이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준비를 끝낸 6학년 담임선생님들이 연단위에서 앉아서 대기하고 잠시후에 교장선생님이 도착하면서 졸업식은 시작되었다.
연단에서 대기하던 선생님들을 보며 정말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남녀성비가 큰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단2명뿐인 남자선생님들...그것도 6학년은 많은 편이라니....아이들이 어느 한군데로 편향된 교육을 받고 올바른 인성을 양성 할 수 있을지....
6학년5반...우리아이의 담임은 "정석환"선생님 이다.
아이가 6학년에 진학하고 남자 선생님을 만났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바로 엊그제인데 벌써 졸업이다.
지난일년 선생님이 좋아 죽겠다면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던 아이었다. 잘못해서 종아리를 맞고와도 우리선생님..우리선생님을 외치며 좋아하던 아이었다.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일인가 선생님에게 매를 맞고도 선생님이 좋다고 자랑하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학교에서 선생님과 있었던 일을 지껄이며 웃는 아이얼굴에서 성장기의 아이에게 저렇게 큰 행복을 안겨준 선생님게 늘 고맙다는 마음을 가진 터였다.
가끔씩 아이들을 나무라고는 짜장면을 선물하여 온학생들이 입이 까무잡잡해서 돌아가고 여름이면 반학생들만의 고유한 캠프를 열어 추억을 담아주고 만우절엔 가짜 발령장을 만들어 아이들을 속이고 아이들이 각자 가진 재능을 칭찬해주던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심성을 갖게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무관심한 나로서도 알 수 있을정도의 열의와 교육에 대한 정성들.
어린이날이면 주머니를 털어 아이들에게 모두 한권씩의 책을 선물하고 (결코 총각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아니다...)눈오는 날엔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눈오는 창가에 앉아 시를 쓰게하고 눈이 더 펑펑 쏟아지면 모두 데리고 나가 눈싸움에 눈사람으로 협동과 시심을 가르치던......
아이의 자랑 일순위였던 존경하는 선생님이었는데...지금 저 단상에 앉아있는 저 선생님의 머리속엔 어떤 생각들이 자리할까?
그 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이제 새로운 곳으로 나서는 제자들을 하나하나 머리속에 담고 있지는 않을까? 늘 형같은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말쑥하니 제법 선생님 티가 난다. 후후
선생님 고맙습니다....마음속에서 몇 번이나 고맙습니다를 반복했다. 일년동안의 그 노고가 아마 우리아이에게 평생동안 많은 영향을 끼치며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정석환선생님은 이제 교사 4년차를 마무리 한다 스스로 가르친 학생들을 "이삭" 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우리아이는 "이삭 4기"이다. 멋진 말이다. 작은 씨앗이 풍요로운 가을을 가져오듯 선생님의 정성으로 자란 이삭들이 장차 이나라의 미래를 일으켜 세울 것을 믿는 선생님의 정성어린 믿음.
졸업식의 순서란게 예나 지금이나 다 비슷하다. 학사보고하고 송사 답사대신 산문시로 서로 글을 나누고 졸업식 노래 부르고...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다시 교가부르고.
교장선생님이 하는 말은 늘 하나도 기억나지 않고..늘 우리는 그렇게 중요한 순간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식순이 끝나고 학부모들과 같이 우루루 반별로 모여서는 선생님은 바쁘게 졸업장을 나눠주고 있다.번호대로 줄을 서서
졸업앨범과 학교에서 주는 선물을 일일이 나눠주며 웆고 있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그 속마음이 더욱 궁금해진다.우리아이 차례가 되었다. 다른 놈들과 똑같이 그저 웃으며 받아들고 돌아서는...그렇게 아이들은 선생님품을 떠난다.
앨범을 나눠주는 작업이 끝나자마자 병현이가 선생님과 사진을 찍었다. 선생님과의 사진은 꼭 있어야 한다는 말....직접 만든물건이나 편지 이외에는 절대로 선물을 가져오지 말라고 가겨오면 혼내준다며 아이들에게 마지막 사랑을 표현해준 선생님은 이제 이사진으로 우리 아이곁에 영원히 잊을 것이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스승의날 꼭 찾아뵙겠다는 아이...병현이가 좀 나으면 같이 선물을 사서 꼭 선생님을 다시 찾아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사진을 찍었다.
아이의 친구몇명과 사진을 찍고 교정을 돌아보며 나온다.
아이보다도 오히려 내가 더 만감이 교차한다.
저놈이.... 조그만한놈이....초등학교입학한다고 했던때가 정말 어제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몸이 약해서 6년기간동안 어느한해도 개근을 하지 못했던 놈이...이제 졸업이다. 참 세월이 빠르기도하지..내가 여섯 살을 더 먹었다니....이제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는 아이에게 축하를 보낸다. 무엇보다도 건강했으면 이제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
자기에게 주어진 일들을 최선을 다하는 그런 모습의 아들이 되어주길 간절히 기도하며 ,친구들과 잘어울리고 남을 존중하면서도 스스로의 신념을 가지고 성심을 다하는 그런 아들이 되어주길 기원하며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교복을 입은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빙긋이 웃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아들이 중딩이 된다...병현아! 아빠가 너 사랑하는거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