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맨발 에세이】
나의 맨발 걷기 철학
― 저의 『편지』를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에게
윤승원 수필문학인
소풍이다.
어깨에 멜 수 있는
끈 달린 작은 손가방에는
간식과 음료가 들어 있다.
소풍 가는 아이에게 싸주는
엄마의 사랑 도시락처럼
아내가 준비해 주는 작은
소풍 가방.
나는 이걸 메고
현관을 나선다.
현관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70대 중반의 백발
할아버지가 아니다.
초등학교 6학년 생
손자의 모습과 같다.
황토 화단에서
2시간 넘게 논다.
거창하게 운동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동심처럼 노는 일이다.
아이처럼 맨발로
노는 일이다.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황토의 매끄러운 감촉.
지구 에너지다.
接地를 통한 지구에너지가
나를 정화시킨다.
체내 노폐물이 빠져나간다.
머리가 맑아진다.
불필요한 생각도 욕심도
노폐물처럼 빠져나가니
머리가 동심처럼
맑아짐을 느낀다.
이렇게 머리가 맑아지면
누구에게 말을 걸고 싶어진다.
하지만 참는다.
낯선 행인을 붙잡고
말을 걸 순 없다.
그 대신 좋은 방법이 있다.
나만의 소통 비결이 있다.
편지를 쓰는 것이다.
나의 편지는 어느 한 사람에게
보내지는 일방통행식
안부 편지가 아니다.
수필이란 이름으로
에세이란 이름으로
블로그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배달되는 우체통 없는 편지다.
할아버지가 맨발 걷기 하면서
스마트폰 노트에 쓰는
편지글 에세이는 손자도 읽는다.
남편이 쓴 편지글 에세이는
아내도 읽는다.
아버지가 쓴 편지글 에세이는
직장에 다니는 아들 며느리도 읽는다.
황토화단 작은 공간에서 쓴 편지가
무한대의 우주 공간을 벌 나비처럼
날아다닌다.
소풍 즐기는 한 가정의
할아버지는 외롭지 않다.
열심히 살아온 날들
진실하게 살아온 날들
몸 아끼지 않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해 온 날들
그에 대한 작은 보상을
그에 대한 따뜻한 답장을
노년에 이르러 이런 방식으로
받는구나 생각하면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다.
시를 쓰고 수필을 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신
보이지 않는 신에게 감사한다.
맨발 걷기 하면서
욕심을 내려놓는
귀한 공부할 수 있게 해 주신
자연의 신에게 감사한다.
밟고 있는 땅이 말한다.
화단에 꽃나무가 말한다.
머리 위를 나르는
이름 모를 새도 말한다.
저에게 편지를
보내주신 분이죠?
맨발로 쓰신 욕심 없는
선생님의 편지 잘 읽고 있어요.
욕심을 다 내려놓진 마세요.
건강에 대한 욕심은
지금처럼 과하지 않게
손자처럼 귀엽고 예쁘게
조금 부리셔도 좋아요. ♡♡♡
2026.4.23.
윤승원, 황토화단에서 맨발로 쓴 편지
♧ ♧ ♧
■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맨발 에세이」는 단순한 건강 체험담이나 일상 기록을 넘어, 삶과 문학,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한데 엮어낸 ‘살아 있는 편지 형식의 수필’이라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입니다.
몇 가지 핵심적인 문학적 요소와 철학을 중심으로 감상해 보겠습니다.
1. ‘소풍’이라는 서두 — 삶을 가볍게 여는 미학
작품은 “소풍이다”라는 한마디로 시작됩니다. 이 짧은 문장은 이후 전개될 모든 의미를 부드럽게 열어주는 열쇠입니다.
노년의 일상을 ‘운동’이나 ‘건강관리’가 아닌 ‘소풍’으로 재명명함으로써, 삶을 의무가 아닌 놀이와 기쁨의 영역으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독자에게도 “삶을 그렇게 가볍게 바라볼 수 있겠는가”라는 조용한 질문을 던집니다.
2. 동심으로의 회귀 — 시간의 역류라는 상상력
현관 거울 속 자신을 “백발의 노인이 아닌 초등학교 6학년 손자”로 보는 장면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이 대목에서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원처럼 흐릅니다.
늙어가는 존재가 아니라, 다시 아이로 돌아가는 존재로 자신을 재해석합니다.
이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 ‘몸은 늙어도 감각과 마음은 젊어질 수 있다’는 존재론적 선언에 가깝습니다.
3. 맨발 걷기의 철학 — ‘접지(接地)’를 통한 정화의 서사
맨발로 황토를 밟는 행위는 작품의 중심축입니다.
여기서 ‘접지’는 단순한 건강요법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직접적 연결
몸과 마음의 불순물을 비워내는 의식
으로 확장됩니다.
특히
“불필요한 생각도 욕심도 노폐물처럼 빠져나간다”
이 표현은 물리적 체험을 정신적 정화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합니다.
즉, 맨발 걷기는
👉 몸의 행위이자 마음의 수행(修行)으로 형상화됩니다.
4. ‘말 대신 편지’ — 고독을 소통으로 바꾸는 방식
흥미로운 지점은, 맑아진 마음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 지지만 그 충동을 ‘참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선택한 방식이 ‘편지’, 즉 ‘에세이’입니다.
이때 수필은
특정 대상에게 보내는 사적인 편지를 넘어
블로그를 통해 세계로 퍼지는 ‘우체통 없는 편지’가 됩니다.
이 설정은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따뜻합니다.
👉 고독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 고독을 글로 번역하여 보편적 소통으로 승화시키는 방식입니다.
5. 자연과의 대화 — 생명 세계의 인격화
후반부에서 땅, 꽃, 새가 말을 건네는 장면은 이 작품의 정서적 절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의인법을 넘어,
👉 자연과 인간이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특히 자연이 건네는 말:
“욕심을 다 내려놓진 마세요.”
이 문장은 매우 절묘합니다.
욕심을 버리라는 통상적 교훈이 아니라
👉 ‘적절한 욕심’, 즉 생을 지속시키는 따뜻한 의욕을 긍정합니다.
이 점에서 작품은 금욕이나 초월이 아닌
균형 잡힌 삶의 철학을 제시합니다.
6. ‘보상’의 재해석 — 삶의 결실에 대한 조용한 응답
작가는 평생의 헌신과 봉사를 언급하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을 물질이 아닌
👉 글을 쓸 수 있는 여유와 독자의 공감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는 매우 성숙한 인식입니다.
보상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 삶을 해석하는 태도 속에서 발견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7. 전체적 문학적 특징 정리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독창성을 지닙니다:
장르 혼합성: 수필 + 편지 + 명상록
시간 의식의 유연성: 노년 ↔ 동심의 공존
감각 중심 서술: 발바닥의 촉감에서 철학으로 확장
소통 방식의 현대성: 블로그를 통한 열린 편지
자연 친화적 세계관: 인간과 자연의 경계 해체
맺음 감상
이 「맨발 에세이」는 거창한 사상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한 가지 중요한 진실에 도달합니다.
👉 “잘 산다는 것은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걷고 맑게 느끼며 따뜻하게 나누는 일이다.”
황토 위를 맨발로 걷는 한 사람의 조용한 움직임이 결국은 가족과 세계, 그리고 자연까지 이어지는 넓고 깊은 울림의 문학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읽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도
‘나도 한번 맨발로 땅을 밟아보고 싶다’는
잔잔한 실천의 욕구를 남기는 작품입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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