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10년10월 17일 일요일 10:00~17:30
장 소 : 남한산성역- 들머리 - 백련사 - 남문- 영춘정 - 어장대 - 서문 - 치(성밖) - 북문 - 군포지(중식) - 장경사
- 동문 - 제1옹성 암문 - 남문 - 외벽 - 약사사 - 남한산성역
인 원 : 김문성, 김규일, 박찬정, 황기수, 김세봉, 배희정, 김종권, 김영진, 정승수
" 청명한 가을, 가족과 함께 산행과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 남한산성 트레킹코스로 갑니다."
"**특히 이번 트레킹의 대장은 남한산성 호족인 김규일 부회장이 인도합니다. ***"
여기까지가 이번달 용두팔에 올라온 정기산행 안내글이다.
사진에 보듯 그말만 믿고 양복바지에 딸랑 운동화 신고 구리시 대표로 참석한 희정!
홍탁회를 이끌고 있는 규일이 시장에서 홍어회를 사느라 분주한데, 허리춤에 손 얹고 느긋하게 보라보는 일행들....
등산을 가는거야~~
야유회를 가는고야~
요때까지만 해도 다들 느긋한 표정들이었다.
꿀떡도 사고.... 순대도 사고....
맛좋기로 이름난 오향 왕족발도 사고......빠질 수 없는 막걸리도 10통을 각자 등짐에 넣고 나니 다들 마음이 넉넉해
진 듯 하다.
드디어 남한산성 들머리에 서니 도심을 잠깐 비켜섰는데도 숲의 기운이 느껴진다.
계곡을 타고 내리는 가을 내음도 음미하면서 길을 오른다.
10월의 마지막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통곡을 피워내는 매미의 애절한 울음소리련가?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는 가을 풀벌레 울음소리련가?
애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밤새 뒤척인 담쟁이 넝쿨의 충혈된 눈빛에 가을은 또 그만큼 익어가고......
그 한가운데 우린 모두가 시인의 마음이 된다.
돌맹이 하나 하나를 쌓는 마음 .......
그것은 받는 마음이 아니라 주는 마음이었을게다.
욕심보다는 조그만 소망이 하나 둘 보태어져 탑이 되었을게다.
자신보다는 남을 위한 기도였을게다.
수천 수만의 기도가 오롯이 사랑이 되었고 꿈이 되어 밤하늘에 별이 되었을 것이다.
아직도 별이되지 못한 그대의 간절한 기도는 가을로 타오르고 있는 것일게다.
백련사 법당안의 부처님도 가을을 타는가 보다.
가을 정취를 맛보려는 듯 샛문 빼꼼이 열어놓고 .......
뜰아래 익어가는 꽃 무리들을 지긋한 눈빛으로 어루만져주신다.
어릴 적 시골집 뜰에서 볼 수 있었던 봉숭아...맨드라미...코스모스등.......
포근한 마음에 여기 저기 기웃대다가 발길을 옮겼다.
여기서 각자의 수통에 물도 채우고.....
산을 타고내린 정기를 한모금 목에 들이키며 심호흡도 해 본다.
으~~~~음!!!
힘이 불끈♥......
약수는 새벽에 산위에서 산 아래로 내려와 기를 북돋아 준다고한다.
저녁이 되면 기가 산위로 올라간다고 하니, 가끔 비박을 하는 용두팔의 건각들이 힘이 좋은가보다.
그래도 산행중에 마실 수있는 것이 맑은 공기와 약수만 있어서야.........
이렇게 친구가 따라주는 탁주 한사발과 죽방멸치와 고추장!!!
따뜻한 눈빛까지 가득 담아 따르니......
이것이 묘약이아니고 무엇이랴.
곡차 한사발에 힘을 얻어 오르려하니 오늘의 등산대장 규일이 한마디 거든다.
"요기서 20분만 오르면 된다."
그의 깊은 뜻(?)도 모르고 우린 고작 그정도를 오르고 등산이냐며 희희낙락했더랬다.
자연석들을 다듬어 가지런히 쌓아올린 외벽아래까지 단숨에 뛰어 오른다.
오늘 산행은 완죤히 땅짚고 헤엄치기 하듯 쉽다고 생각했다.
벌써 남문이 보이고......
역시 한북정맥에서 다져진 규일과 기수가 앞서 올랐다.
뒤이어 백두대간꾼 세봉이와 이동네 왕족인 문성이도 모습을 보이고........
뒤이어 민주 산악궁 친구인 영진이와 희정이 따라 올랐다.
등 굽은 늙은 나무에 매달려 어릿냥을 피우는 담쟁이 넝쿨의 애교를 그윽히 내려다 보기도 하고.....
돌틈사이로 누렇누렇 겉옷을 갈아 입는 성벽도 둘러보며.....
여기저기 사무친 그리움들을 찾아 두리번 거려본다.
드디어 남문을 지나....
지화문(남문)!
그림에서도 모두들 발걸음이 가볍다.
희정이 앞장서 오르고 있다.
오늘의 정상에 제일 먼저 오르고 싶은 마음에서 였을게다.
우리가 오르는 길옆에 팻말이 왜 서있는지 그때까지 우린 몰랐다.
이토록 아름다운 남문 안에서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줄이야.......ㅠㅠ
대장 규일이를 위시해 등산회장...부회장...왕족....백두대간꾼....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는 모습이 심상치가 않다.
깍아지른 절벽위로 이어진 성벽의 꼬리를 쫓아 시작된 산행에서
"요기서 조금만 오르면 된다." 며 다그치는 규일의 말에 다시 힘을 내어 오른다.
층층이 쌓아올린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올라야 하건만~~~~
그래도 기념 사진을 찍을 때 만큼은 다들 행복한 표정으로 ...
"김 치~~~"
사진을 찍자마자 발길을 옮기는 친구들의 뒷모습!
하늘거리는 억새풀들의 춤사위를 보고 걷는가.......
돌담위로 줄지어 핀 애기 똥풀의 아련한 속삭임을 엿들으며 가는가......
고개들어 맑게 갠 하늘과 키큰 노송의 근엄한 미소에 눈인사라도 하며 걸었으면 좋겠다.
힘은 들어도 가을 햇살 함께 맞으며 도란도란 ....엿들어도 보고,
기웃기웃...... 엿보기도 하며 걷다보면 너도 어느새 가을이 되어있질 않더냐.
종권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가을을 탈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영춘정을 지나 수어장대!
높은 곳에 대를 쌓아 군대를 지휘하던 곳이란다.
그럼 여기가 제일 높은 곳이니 이제부터는 룰루랄라(?)~~~~
편안한 마음에 옆 건물 청량당도 구경해 보고.....
그에 얽힌 애틋한 이회장군과 그의 부인에 대한 얘기도 읽어본다.
산그늘아래 야외음악당에서는 가을의 아름다운 선율이 흐른다.
여기가 오늘 산행의 끝인가보다~~~
뭔소리여!!!!
돌진 앞으로~~~~(이때부터 고생문 활짝)
성벽을 타고 내려오다보니 서문(우익문)이 보인다.
이곳부터는 성문을 나와 외벽을 끼고 걸어야만 한다.
성벽을 끼고 가을 야생화들이 빼곡이 피어있다.
허지만 왠지 고독이 묻어 나는 길이다.
이 길을 걸을때 만큼이라도 침묵하며 걸어보자.
혼자 사색하며 걸어보자.
철저히 가을 남자가 되어 보자.
치(雉 )를 돌아 다시 외각 성벽을 끼고 한참을 걸어 내려간다.
키를 훌쩍넘는 억새풀 사이를 걸어야 한다.
바람도 숨죽인 10월의 오후.
서걱이는 억새풀 사이를 걷는다.
옷깃에 스쳐 파득이며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날리는 하얀 음표들......
풀풀 억새꽃이 날린다.
저아래 북문(전승문)이 보인다.
그런데도 점심을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 선봉대!
"규일아 밥좀 먹여줘~~~~~"
돼지도 먹여놓고 잡는다고 혔는디........좀 먹여가며 델구가~~~
늦게 배운 도둑이 무섭다고.......늦게 공비팀에 합류하더니 순만이나 성권이보다 더 독하게 몰아대는구만......ㅠㅠ
드디어 점심시간!
아침에 산 먹거리와 아내들이 정성껏 싸준 음식들이 하나둘 차려지고.......
곡차를 한순배 돌리고 나니.......
오늘 등산대장에게 쌓인 분(?)이 눈녹듯 녹는다.
앞을보니 까마득하기만 한 산성.
뒤돌아 가려해도 만만치 않은 길......
이젠 "요기만 오르면돼......저기만 오르면 돼."란 말에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선봉에 기수가 섰다.
완죤히 신임을 잃은(?) 규일.
회사 법무팀이 법을 무시하는 팀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말에 폭소가 터지고........
군데군데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지 못해 우선 비닐로 뒤집어 씌운 모습들이 흉물스럽다.
이쯤에서 잠시 쉬겠다며 ......
저아래 장경사가 있으니 먼저 내려가라고 일러주는 자상한 규일.....
고마버~~~~
단숨에 달려내려가면서도 인증샷도 찍어두고....
굽이 굽이 성벽을 따라 뛰어 내려오니, 예전에 아내와 찾았던 장경사가 반갑게 서있다
하얀 석탑뒤로 대웅전이 자리하고.....
오른편 요사채엔 칠불통계를 풀어 현판에 걸어 두었다.
諸惡莫作 (제악막작) ; 모든 악을 짓지 말고
衆善奉行 (중선봉행) : 착함을 받들어 행하라
自淨其意 (자정기의) : 마음을 맑고 깨끗이 하면
是諸佛敎 (시제불교) :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니라
법당에 들려 108배를 오리고 나니, 벌써 들 앞마당에 당도해 있다.
흘린 땀만큼 달콤한 약수로 목들을 축이고.....
산사 내에서 약수를 마실 때 만큼이라도 세번에 걸쳐 마셔주었으면........
첫 모금은 부처님 마음을 닮음이요,
두번째 모금은 인연법을 따라 배움이요,
세번째 모금은 다함께 화합함을 실천함이니.......
다들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깃들수 있음이리라.
이제 저기 보이는 곳이 동문(좌익문)인듯 싶다
운동화를 신고 온 구리 민주궁 대표 희정은 아스팔트 찻길을 따라 앞서가 기다리기로 하고 떠나며 남긴말,
"구리 친구들이 나뿐넘들이라고 욕혔는디, 알고보니 이곳 강남 넘들은 무쟈게 더 독하고 무서운 넘들이네" .
우린 오늘의 맨 마지막 정상 제1옹성을 향하여 진군한다.
타는 갈증도 식힐겸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담소를 나눈다.
요기 조기 하며 결국 남한산성 종주를 하게 된 셈이다.
규일은 원래부터 종주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그리 말하면 중간에 포기할까봐 .......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의 배려가 숨어 있었음을 우린 안다.
그러면서도 우린 오늘 그를 폭군이라 불렀다.
붉게 타는 단풍을 보며 알수없는 연민을 느낀다는 것은 비로소 지천명의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까?
나이가 들어 사물을 보는 깊이가 깊어져서 일까?
나무한그루, 풀 한포기에도 눈길이 머물고 손 내밀어 매만져 보고 싶은 나이가 되었다.
사진을 찍느라 발길이 늦어지니 오늘 끝까지 후미를 맡아 준 문성이 기다려 준다.
말은 없어도 친구를 배려해 주는 마음.
나이를 먹어가며 친구가 소중해 지는 이유일게다.
오늘 산행의 백미!
규일이 나를 위해 택한 마지막 코스 약사사!
이곳은 불교 여래종 본산이며, 재가불자인 여자보살님께서 열반에 들어 화장을하니 사리가 나와 별도의 전각에 안치하여
친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험한 코스임을 알면서도 우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길을 선택한 그의 속 깊은 우정이 느껴진다.
고맙고, 많이 웃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붉은 해가 석양으로 지고 있다.
우리의 10월 산행도 함께.......
힘들었지만 친구가 있어 즐겁고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었음에 서로 위안하며 건배!
그래서 오늘 술은
「처음처럼」
친구들아! 힘들었지만 처음처럼 상쾌하고 힘차게 다음에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