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데도 별 다른 계획이 없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집에서 ’비디오나 빌려 보지 뭐’하는 생각, 쉽게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 비디오나 빌려 볼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엄마, 아빠 따로, 아이 따로라면 재미도 없거니와 모처럼의 휴일이 무색해집니다.
그럼 우리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비디오, 우리 아이에게 보여 줘도 되는 비디오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요즘 쏟아져 나오는 학습용 비디오부터 디즈니의 싱어롱 테이프까지 비디오는 아이들에게는 재미로, 부모님들에게는 학습 효과로 인기가 높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비디오를 많이 보는 것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특히 아이의 연령이 어릴수록 비디오 시청은 아이들의 인지 능력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어린이 육영회 치료교육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여러 적응, 언어 장애 등으로 연구소를 찾은 9세 이하 어린이 321명 중 35.9%가 3세 이전에 비디오를 보기 시작했으며 지금도 시간 날 때마다 비디오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일보, 2000.8.21)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들에게 비디오를 전혀 보여주지 않을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좋은 것으로 골라서 보여줄 수 밖에 없습니다.
▶비디오를 골라요
일단 아이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아이의 성격에 따라, 혹은 최근에 아이가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관심사는 많은 것의 영향을 받고 하루하루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현재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비디오가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어릴수록 캐릭터가 그림의 선이 부드럽고 색도 온화한 것이 좋습니다. 아주 어릴 경우에는 어떤 사건의 흐름을 쫓아가며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어른이 보기에 재미있는 내용보다는 등장 인물의 움직임이나 반응 자체가 흥미 있어야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라면 어떤 내용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것도 권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아이들이 무얼 보고 싶어하는지 물어보고 그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왜 보려고 하는지 잘 물어봐서, 실제 볼 수 있고 아니고의 문제는 부모님이 판단해 주세요. 이 때 무의식적으로 주입 받은 인종, 성역할, 직업 등에 대한 편견은 아이들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의 경우 많은 부모님들의 선택 1순위 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 편파적인 내용으로 비판을 받은 적도 여러번 있으니 직접 보고 판단해 주세요.
▶이런 비디오, 어떤가요?
101마리 강아지 점박이 달마시안 강아지가 가득 그려진 포스터라면, 아마 누구든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작을 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이와 함께 이 만화를 보는 것은 어떨까요?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면 이 만화를 통해 동물을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주인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는 달마시안 부부가 낳은 강아지들. 하지만 무서운 크루엘라 데 빌은 점박이 달마시안의 모피로 멋진 코트를 만들어 입을 생각을 하는데...
월트 디즈니가 클래식 애니메이션 <101마리 강아지>를 요모조모 다듬어 다시 내놓았습니다. 탄생 30주년을 기념하여 오리지널 컬러를 꼼꼼히 다듬은 프린트와 돌비 스테레오로 재녹음하여 지금의 영화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디즈니의 꼼꼼함이라면 익히 알려진 바와 같아서 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약 5톤의 물감이 들고, 제작하는 동안 아티스트들이 사용한 연필만도 1,218,750개를 썼다고 합니다. 강아지 101마리가 뛰어 다니는 장면은 그야말로 생동감이 넘치고 어른들이 봐도 무색하지 않을 유머와 예쁜 화면은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아직 4세 미만이라면 보기가 약간 힘들 수도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경우 싱어롱 테이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장편 애니메이션이고 101마리 강아지의 경우도 87분 이라서 집중 시간이 짧은 아이들이라면 전체 줄거리 파악은 어렵습니다. 장면, 장면 흥미를 느끼기는 하겠지만 테이프가 끝나고 무슨 이야기 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오히려 어른이 재미있어 하고 아이들은 금세 싫증을 낼 수도 있습니다.
뚝딱 마을 통통 아저씨 아이가 아직 어려 화면에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한다면 짧은 이야기가 여러 개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이 더 좋습니다. 뚝딱 마을 통통 아저씨의 경우 판판이 (빨간 불도저), 까불이(레미콘), 폭폭이(노란 불도저), 길쭉이(포크레인)등의 자동차와 통통 아저씨, 비비가 겪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각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교훈이 담겨 있고 이야기도 짧기 때문에 3~5세 사이의 유아들이 보기에 적합합니다. 영국 HIT 엔터테인먼트가 고무 인형들을 하나씩 움직여 만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고 KBS 2TV의 ’엄마와 함께 동화 나라로’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 마다 통통 아저씨가 '잘 할 자신 있나요?' 라고 묻고 자동차 친구들은 '자신 있어요' 하고 대답하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이 자동차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스노우 맨 애니메이션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중의 하나. 함박눈이 쏟아지던 날 마당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살아나서 주인공 소년을 동화 속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대사는 없지만 배경 음악이 매우 특이하고 특히 미국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익숙하지 않으면 지루하다며 주의를 금방 다른 곳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파스텔로 장면, 장면 그려 만들었기 때문에 색감이 매우 아름답고, 등장 인물의 움직임도 부드럽습니다. 상영 시간은 30분 정도이나 4세 미만 아이들은 스노우 맨을 무서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나 스노우 맨과 같은 종류의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으로서 아이들에게 권할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엄마가 좋아한다고 억지로 보게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일본 만화와 미국 만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핑구 3세 이상이면 시청이 가능합니다. 대사도 따로 없고 이야기가 짧은 것으로 여러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용도 더할 나위 없어, 사회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을 재미있는 에피소드에 담아 놓았습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월레스와 그로밋과 같은 종류이나 만든 회사는 다릅니다. 가족 과 핑구, 동생, 친구인 물개 등이 같이 나와 하루, 하루의 생활을 소재로 합니다. 감정 이입이 쉽고 아이들이 집중하기에 좋습니다. 주의할 점은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라고 모두 아동용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동물원 인터뷰와 같은 것은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므로 아이들에게 보이는 것은 적당하지 않습니다.
매들린 이번엔 유럽 애니메이션.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책 삽화와 같은 장면이 매우 예쁩니다. 부모님이 안계시나 항상 밝은 매들린은 파리의 기숙 학교에서 11명의 좋은 친구들, 강아지 쥬느비에브, 상냥한 수녀님, 이웃에 사는 브라질 소년 페피토와 함께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매들린을 찾아온 삼촌은 매들린은 비엔나로 데려가려 하는데, 알고 보니 이것은 모두 고아 소녀들을 모아다가 지하실에서 레이스 뜨개를 시키는 사악한 노파 라크록의 음모였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매들린을 구하러 나오고.... 전형적인 동화와 같은 줄거리로 6세 정도면 시청이 가능합니다. 원작은 1939년 프랑스의 루드빅 비멜만이 발표한 동화입니다. 유럽에서는 어린이 동화의 고전으로 매들린 시리즈 탄생 60주년을 맞아 월트 디즈니가 장편 만화로 제작한 것입니다. 제작은 미국에서 했으나 원작이 풍기는 감성은 미국적인 것과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신기한 스쿨버스 1편은 우주 탐험, 2편은 곤충들의 세계로 되어 있습니다. 1편은 우주 전함 스쿨버스와 우주 미아가 된 스쿨 버스의 두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2편은 습지 괴물의 세계, 개미 집으로 간 스쿨 버스의 두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학습 효과를 노린 비디오 입니다. 하지만 내용이 지루하지 않아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높고 부모들에게는 놀라운 학습 효과와 신뢰성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원래 <신기한 스쿨버스 designtimesp=21780>는 스칼라스틱 출판사가 10여년에 걸쳐 1500만부 이상을 출판한 어린이 과학 교육용 서적 부문 베스트 셀러입니다. 1994년 미국 PBS에서 처음 방영, 이후 전세계적으로 방영되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EBS에서 방송된 적이 있으며 현재 책으로도 출판되고 있습니다.
토이 스토리 이번엔 어른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한편. 우디는 낡은 카우보이 인형이지만 주인의 장난감들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번 주인의 생일이면 자신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는 다른 장난감의 등장을 두려워 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이번 생일에 등장한 장난감은 버즈. 초라한 우디 대신 레이저 빔과 튀어오르는 날개 등 최첨단 장비를 갖춘 우주 전사입니다. 결국 우디의 자리를 버즈가 차지하게 되면서 우디는 우울함을 겪게 되고 버즈를 제거하려던 우디의 음모가 확대되어 우디와 버즈는 바깥 세상에서 집을 찾아 헤매는 신세가 되어 버립니다. 결국 둘은 장난감을 괴롭히는 악동 시드의 손에 들어가지만 필사적으로 옛주인을 찾아 탈출하게 되는데...
토이 스토리는 사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보기엔 사뭇 심오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할까. 자신이 진짜 우주 전사인줄 알던 버즈가 자기 정체를 알아채면서 느끼는 혼란과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우디. 어떻게 보면 지금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과 별 다를바 없는 상황들이 장난감 사이에서도 벌어집니다. 옛날 장난감들을 많이 기억한다면 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여러 장난감들을 보고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3D 애니메이션이 차가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줄거리 자체가 풍기는 인간적인 매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캐릭터의 등장으로 아이들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미스 베어 아이의 연령이 초등학교 고학년쯤 된다면 한번 권해볼 만한 영화입니다. 길 잃은 아기 곰과 산마을의 친구 없는 소녀의 우정 이야기입니다. 부모님을 따라 이사 온지 얼마 안된 에밀리는 일곱 살 소녀입니다. 친구가 없어 못마땅한 가운데 어느 날 집 근처 숲 속에서 새끼 곰을 발견하고, 몰래 자기 방으로 데려와 치료해 주고 '마샤'란 이름을 지어줍니다. 결국 부모님에게 들켜 동물 보호 센터에 가게 되지만 그 곳 직원은 새끼 곰의 엄마 곰을 잡아간 범인이었고, 에밀리는 마샤가 엄마 곰과 만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게 됩니다. 일단 영화의 배경 자체가 록키 산맥이라 영화 곳곳에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여기 등장하는 아기 곰의 재롱이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며 자연 보호 라는 교육 효과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기심에 경종을 울려주어 아이들에게 환경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굳이 말로 전달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지 영화입니다. 영화를 본 뒤, 생활 주변에서 할 수 있는 환경 보호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 한다면 더 좋을 듯 합니다.
▶함께 보세요
유아의 경우 부모님과 반드시 함께 시청하며 아이가 초등학생이더라도 가능하면 같이 봐 주세요. 대화나 몸짓, 생각할 수 있는 계기는 부모님이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시청 시간은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아무리 길어도 한 시간은 넘지 않도록 하고 아이가 어리다면 1회 시청 시간을 10~20분 정도로 쪼개어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비디오를 켜 놓은 채 왔다 갔다 하더라도 끄지 마세요. 굳이 집중해서 보지 않더라도 아이 나름대로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또 같은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도 집중 시간은 제각기 다르므로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바에 대해서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습니다.
학습 비디오라 할지라도 억지로 시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특히 언어의 경우 일방적인 비디오 시청보다는 부모님이나 친구와 나누는 상호 작용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명심하세요. 그러므로 무리하게 아이에게 비디오의 내용을 기억하게 한다던가, 외우도록 하는 일 은 되도록 하지 마세요.
▶비디오에서 다른 놀이로...
비디오 시청을 비디오에서만 끝낸다면 시청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좋은 재료를 그냥 흘려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비디오 시청에서 메시지를 받아들여 사회성이 증진되거나 정서 순화가 될 수도 있지만 실제 다른 활동과 연결시킬 수도 있습니다.
원작이 책으로 되어 있는 비디오의 경우, 아이들의 독서 활동을 증진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우선 비디오를 보여 주어 흥미를 끌게 한 다음 좀더 자세한 내용이나 다양한 내용이 있는 책을 권해 주는 것입니다. 책이 가질 수 있는 오락성에 대해서 잘 모르 는 아이들은 이러한 방법이 매우 유효합니다. 처음에는 비디오를 보여 준 다음 같이 서점에 가서 원작을 찾아 보세요. 책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던 아이들도 한번 읽어보려 할 것입니다.
학습 비디오의 경우, 화면 안에 펼쳐지는 여러 화려한 활동들도 그냥 한번 보기만 한다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꼭 부모님이 같이 시청하시고 실제로 아이들이 한번 해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동물이 나오는 비디오라면 실제 동물과의 차이를 생각해보게 한다던가, 줄거리를 아이 스스로 만들어 보게 해서, 엄마에게 설명을 하게 해보세요. 처음에는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로 시작하겠지만 이런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 하게 되면 언어 능력 뿐 아니라 상상력과 |
첫댓글 힘든 육아에 좋은 정보가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