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 縱走 山行記
산행하는 2008년6월14일은 내가 태어난지 예순다섯 해다. 저녁 배낭을 꾸려 무게를 달아보니 8kg이다. 당일 장거리 산행이라 배낭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밤 10시 명륜동 집결지에 모이니 영원한 산행 동반자 양철모(37회)선배님도 보인다. 안심이다. 대원 36명이 대형관광버스롤 타고
10시 10 분에 중산리를 향하여 출발한다 무박산행은 버스에서 잠을 최대한 자 두어야 한다.
2시 40분 중산리 산행통제소에서 인원파악을 거친 후 출발한다. 중산리 노고단코스의 기록이 12시간이라는데, 오늘 그 기록을 깨보려고 한단다. 10년 선배이시니 금년 75세다. 4시 10분 로터리대피소에 도착했다. 법계사 일주문 앞에 경남은행에서 만들어 놓은 급수대가 있다. 지리산은 중간 중간에 물이 있으니 그때그때 채워 넣기로 하고 수통은 1리터짜리 하나만 준비했다.
5시 13분 천왕봉 직전에서 일출을 맞이하지만 날이 흐려 붉은 구름 띠가 동쪽 하늘에 벋쳐있다. 5시 40분 남한에서 두 번째 고봉인 천왕봉(1,915.4m) 통천문을 통해 촛대봉에 오르니 세석산장과 장터목산장에서 밤을 센 후 올라오는 산꾼들과 마주친다. 세석산장이 내려다보인다.
정각 8시 세석산장이다. B팀에 합류하겠지 했던 허장(29회)선배님이 배낭무게를 줄인다며 초콜릿을 꺼내 나눠주시며 예상과는 달리 완주의 기대를 버리지 않으신다. 나는 지금 컨디션으로 벽소령까지는 끄떡없을 것 같아, 산행을 계속하기로 하고 영신봉을 넘으며 아침 칠선봉에 도착하니 9시다. 덕평봉(1,531.9km)이 힘들다. 그래도 희망의 벽소령이 있기에 힘을 낸다.
10시 30분 종주 구간의 반쯤에 해당하는 벽소령에 도착하니, 벽소령에서 대성리로 하산하느냐 완주하느냐를 결정해야하는 분기점이다. 여기를 지나면 포기란 없다. 그렇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던가. 목표를 달성하자,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내게 주어질 것 같지 않다. 해보는 것이다. 출발이다. 형제봉을 지날 때쯤 날이 맑아지며 햇살이 예사롭지 못하다.
12시 30분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그러나 산장앞에 놓인 통나무 의자와 식탁이 산장이름과 어울린다. 점심이다. 김선배는 센트위치를 싸오셨다. 산꾼들의 점심은 산상뷔페다. 꿀맛이다. 연하천 대피소에서 명선봉 쪽으로 백두산이란 이정표가 붙어있다. 여기가 백두대간 길이라는 우회표현인데, 약간 제미 있는 표지판이다. 통일이 되면 이길로 곧장 백두산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인데 언제나 그길이 열릴까?. 여기서 부터 산행 길은 완전한 목재 계단길이라 힘은 들지만 산행 진도는 빠르다.계단 끝에 오르니 명선봉(1,586.3m)이다. 토끼봉(1,534m)을 거쳐 화개재 내리막 길 까지는 등고 차이가 별로 없는 말 그대로 백두대간의 산행고속도로다. 2시가 넘어 화개재에 도착했다 화개재에는 목재로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옛날 화개재는 전라도 남원과 경상도의 하동 장꾼들이 물물 교환을 하던 장터란다. 하동의 화개장터 생각이 난다. 화개재에서 삼도봉을 오르는 길은 또 목재계단길이다. 1999년 가설한 이 계단 길은 폭 1.5m, 길이가 240m이고 550계단의 방수 목재다. 30도 정도의 경사 계단 길은 산꾼들에게는 인내하기 힘든 등산길이지만 진도는 빠르다.
3시 15분 경남, 전남, 전북을 삼등분하는 분기표시가 있는 삼도봉 정상에 도착하니 날이 개여 햇살이 따갑다. 1,732m의 반야봉이 압도한다. 오늘 우리 팀은 반야봉을 우회한다.언젠가는 반야봉을 한번 타야지 하는 꿈을 꿔본다.
오후 4시 임걸령이다. 햇살이 내려쬐는 임걸령은 한적하다, 임걸령의 약수터는 지리산의 샘터 중에 제일 물맛이 좋다는 곳이라,이정표는 노고단까지 2km가 조금 넘는다. 심신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기진맥진이란 표현을 이럴때 쓰는 것일까?. 포기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수십 km를 걸었으니, 발가락과 발뒤꿈치가 등산화에 실켜, 약간의 통증이 있다.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은 능선길이라 서쪽으로 지며 마주치는 햇살이 따갑다. 멀리 노고단의 돌탑이 보인다. 종점이 빤히 보인다. 이제 종주 시간을 단축해보려는 욕심이 생긴다. 흙길은 속보로 하고, 돌길은 완보로 걷고 또 걷는다. 이정표는 노고단에서 노고단언덕으로 바뀌면서 1km로 표시되고 있는데, 이놈의 1km가 왜이리 길까. 가도 가도 끝이 나오지 않는다. 막바지 노고단 길은 수평 길이지만 돌길이라 더 지친다. 뒤에 따라오던 후배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혼신의 힘으로 내달린다.
5시 10분 더디어 노고단 언덕에 도착했다. 중산리에서 여기까지 지리종주 약 30km, 14시간 30분의 대장정이다. 아~ 대한민국 만만세~ 나 자신이 놀랄 정도다. 65회 생일 잔치로 지리산 종주를 택하고, 완주했던 이 시점에서 제일먼저 가족들이 생각난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서쪽 하늘의 일몰도 이렇게 감격스러운 때가 또 있을까. . . . . . 노고단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버스가 기다리는 성삼재로 내려간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축축하다. 이때가 6시 30분이다,
부산으로 오며 저녁을 먹고 명륜동 전철역에 도착하니 밤 11시, 무박 2일의 지리종주 산행을 마쳤다.
첫댓글 지리산 종주산행에 참고가 될까 해서 소개합니다 12시간에 종주할 수 있는 코스를 우린 2박 3일로 기획하고 있으니 거뜬이 소화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분들 대단한 분들이네요. 하루에 종주를 하다니...........
일단 산행으로 들어가면 낙오와 포기는 없다 가자 가자 끝까지 정신력으로 가는 것이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 걷고 또 걷고~맘을 다잡아보게 하는글이네여~죽을각오로 도전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