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환의 풀어 쓴 한자 이야기 -01. 여유(餘裕)
여보게, 쉬었다 가세! 누구나 그렇듯이 나는 퇴직 후 여유 있는 삶을 꿈꾼다. 평생 해온 일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콧노래 부르며 책장을 넘기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다. 삶을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서다. 왜냐면 삶에서 여유가 있어야 행복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다는 것은 마치 잘 장만한 양고기를 먹는데 소금 없이 먹는 것과 진배없다. 김치를 먹는데 고춧가루가 없이 버무려진 허연 백김치를 맛보았는가? 그런 김치, 게미가 있데요? 물론 부정의 답이 돌아온다.
다시 새해가 시작됐다. 우리네 삶 속에서 최고급 양고기에 어울리는 ‘소금’과 같고 외국의 한류 열풍 대명사인 맛깔스러운 김치에 고춧가루와 같은 여유(餘裕)라는 한자(漢字) 두 글자를 풀어써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혜란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이 글을 읽고 지혜를 얻어, 여유 없어 게미 없는 세상에서 미련곰탱이 같이 살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바랄 뿐이다. 다시 말해 여유라는 한자에서 행복을 안겨주는 향내 나는 꽃을 찾길 바란다.
남을 여(餘)는 식[𩙿(먹을 식 변형)=食]자, 즉 밥 식에 여(余)자, 즉 줄 여자가 결합한 한자이다. 남을 여(餘)를 풀이해 보면, 음식을 남에게 줄 정도로 여유가 있는 데서‘남다’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옛 조상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의식주 중에서 생존에 가장 중요한 것‘음식’이라는 명사와 헐벗고 살 집이 없는 불쌍한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행위 즉, 물질이든 관심이든 남에게 무엇을‘주다’라는 동사를 결합하여 남을 여(餘)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넉넉할 유(裕)는 옷 의[衤(옷 의 변형)=衣]에, 골짜기 곡(谷)을 짝 지운 글자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해 보면, 옷이 커서 산골짜기처럼 여유가 있고 골이 진다는 데서 첫째‘넉넉하다’라는 글자를 창조해 낸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서 둘째 너그러울 유(裕)라는 다른 뜻이 더해졌다. 넉넉할 유(裕)자에 복 복(福)자가 합해져서 살림이 넉넉함을 뜻하는 유복(裕福)이 전자의 좋은 예이고, 너그러울 유(裕)에 너그러울 관(寬)이 더하여져서 너그러움을 뜻하는 유관(裕寬)이라는 글자가 후자의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색의 을(乙)과 뱀을 의미하는 사(巳)로 상징하는 청사(靑蛇)의 해에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신통방통한 뱀과 같이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의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 조각〉이라는 유행가가 생각난다. 여유(餘裕)라는 한자를 풀이하는 필자의 다문 입에서 코로 잇대어 행복한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다가올 을사년 8월, 그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 퇴직하는 어느 교수님의 견물담리(見物談理)에 실린‘여유와 행복’으로 기고 된 글을 읽고 기원해 본다. 퇴직 후에 꼭 여유를 찾아 행복 넘치는 삶 향유 하시길 소망하면서, 나도 콧노래로 따라 불러 본다. “늙은 산 노을 업고 힘들어하네. 벌겋게 힘들어하네. 세월 베고 길게 누운 구름 한 조각. 하얀 구름 한 조각. 여보게 우리 쉬었다 가세. --- 후략)” 야! 좋다.
“ ~ 노래를 따라 부르던 나는 문득 나를 풀어주는 여유를 느낀다. ‘여유’에서 풍기는 평화가 나를 휘감는다. 평온함이랄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니 세상이 달라져 보인다. 그래, 여유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거야. 올해는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첫댓글 Leisure 여가
1. Noun : time when one is not working or occupied, free time.
2. Noun : use of free time for enjoyment
3. Noun : opportunity afforded by free time to do some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