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국민을 속여도 된다구요?- 함정수사에 관하여
1. 들어가며

(이미지출처 좌: 네이버 블로그 smilewitty /우: 네이버 영화 <신세계> )
영화 '신세계'에서는 경찰인 주인공 이자성(이정재)이 경찰상부의 지시를 받고 조폭으로 위장해서 조폭의 내부정보를 빼돌리다가 결국 경찰의 신분을 버리고, 조직의 일인자가 됩니다. 미국드라마 '화이트 칼라 (White Collar)' 에서 주인공인 닐카프리는 전직 최고의 사기꾼, 위조범인데 FBI 화이트칼라 부서에 들어가서 컨설턴트로서 FBI요원들과 같이 함정수사를 하게 됩니다.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함정수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지요. 함정수사는 경찰이나 수사요원이 원래의 신분을 철저히 속이고, 범죄에 깊이 개입해서 범죄자를 잡는 수사방법인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함정수사는 합법할까요? 만일 합법이라면 어디까지가 합법할까요?
2. 함정수사란?
미국드라마 화이트 칼라에서는 “스팅 작전”(Sting Operation)이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스팅 작전"은 함정수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벌이 침으로 쏘는 것을 뜻하는 "Sting"이 쓰이지요. 소위 “치고 빠진다”는 우리나라 말과 비슷하지요.


우리나라 형사소송법학계에서는 함정수사를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와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나눕니다. 기회제공형은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방조를 하는 것과 비슷하고, 수사의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하지만 범의유발형은 수사기관이 범죄의사를 유발하는 것으로 교사와 비슷하고, 국가에게 요구되는 수사의 엄결성, 적법절차의 원리에 반하므로 위법합니다.
3. 함정수사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입장
우리 법원도 학계의 다수설과 마찬가지로 범의유발형의 함정수사는 위법하다고 합니다. 이재상 교수에 따르면 이것은 미국 판결을 계승한 것입니다. (이재상, 신형사소송법 제2판, 박영사, 188쪽).
원래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함정수사”라는 용어를 주로 “위법한 함정수사”라는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에 합법적인 함정수사는 “함정수사”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개 범죄자로 체포된 경우, 사전 범죄의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위법한 함정수사”라는 피고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었죠.
하지만 대법원은 2005년에 처음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인정하고 공소기각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2006년 서울 북부지방법원에서는 함정수사를 합법적인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와 위법한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구분지어서, 함정수사를 위법하게만 봤던 기존 판례와 달리, 학설과 비슷한 판시를 했습니다.
4. 함정수사는 무엇이 문제일까요?
Q. 수사기관이 범죄를 유발하고, 국민을 속여도 되나요?
: 함정수사는 정의를 지켜야 하는 수사기관이 범죄를 유발하기 때문에 함정 수사는 적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 역시 범죄 의사를 유발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다고 판시하기 때문에 이 비판에서는 조금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한편 수사기관이 국민을 속이는 것이 신의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범죄자가 범의를 가질 정도는 아니고, 그가 범죄를 저지르도록 도와주는 정도의 함정수사여도 수사기관이 국민을 속인다는 자체가 부도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밀하게 행해지는 조직적인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 국가가 국민을 속이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 합법인 함정수사를 인정하고 있지요.
Q. 범인의 범죄의도가 있었는지를 따지는 것이 합법성을 판단하는 충분한 기준이 될까요?
: 기존의 판례는 범죄자의 마음속에 있는 범죄의도가 있다면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라는 판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범죄의도라는 주관적인 요소만 고려하는 판례와 같이 주관설을 주장하는 입장도 있지만, 반대로 객관적으로 수사기관의 방법이 정당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관적인 요소와 객관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한다는 통합론도 있습니다.

5. 이런 경우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아니에요.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이 범죄자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범죄를 유인하는 자가 사인(私人)일 경우에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6. 마치며
영화 신세계, 무간도 등 범죄영화에서 함정수사가 나올 때, 과연 함정수사가 합법인지, 합법이라면 어디까지 합법인지가 궁금했던 분들이 많으셨을 텐데요. 이번 기사를 통해 그 궁금증을 확실히 해소하셨으면 좋겠네요. 함정수사는 위장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이 때로는 함정을 놓기 위해,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도덕적인 문제가 여전히 있지만, 그런 노력이 없이는 범죄를 잡기 힘들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함정수사는 필요합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숨어서 정의를 바로 잡기위해 노력하는 경찰, 검찰을 응원합니다.
[출처]
김태계, "私人에 의한 비밀녹음의 증거능력과 함정수사", 고시계 2010. 10
이재상, "신형사소송법 제2판", 서울: 박영사, 2009
로앤비, 법률용어 "함정수사"
로앤비, 법률용어, "공소기각"
[이미지출처]
좌: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smilewitty?Redirect=Log&logNo=60198363959
우: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91031&imageNid=6323630
- 대검찰청 블로그 기자단 10기 심수진
출처 : http://blog.daum.net/spogood/2797
첫댓글 저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