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학원 농장 청보리 길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길 158-6
고창의 학원 농장(http://www.borinara.co.kr/)은 15만여평의 광활한 들판에 봄에는 푸른 청보리와 노란 유채꽃,
여름에는 해바라기 꽃 그리고 가을에는 순백색의 메밀꽃과 코스모스 꽃으로 사계절 내내 풍요로운 자연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곳으로
따사로운 봄 바람을 따라 살랑거리는 청보리 길을 걷노라면 달콤하고 행복한 꿈길을 걷는 듯한 황홀한 기분이 가득해집니다.
국내 이곳 저곳을 자주 다니다 보면 한번 가보고도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이곳 또한 과거에 봄에 한번 또 가을에 한번 다녀갔던 곳인데 문득 생각이 나서 오게되었네요.
보리가 이삭을 피우기 시작하는 4월 중순부터 누렇게 익기 시작하는 5월 중순 기간 동안에
이곳 학원 농장에서는 2004년부터 매년 청보리밭 축제가 열립니다.
고창의 옛 지명인 모양현(牟陽縣)의 모자가 보리를 뜻하고 양자는 태양을 뜻하니
말 그대로 보리가 잘 자라는 고장이라고 한다네요.
그래서 이곳 학원농장의 청보리 밭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나봅니다.
4월중순이라 그런지 아직 보리의 이삭이 많이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푸르른 청보리의 색감은 무척이나 진합니다.
이곳에서는 자연도 풍경이 되고 사람 또한 저절로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곳이지요.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 보니 청보리뿐만 아니라 노란 유채꽃도 함께 피어 참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안그래도 청보리의 살랑거리는 풍경이 보고싶어서 제주 가파도를 갈까도 생각했으나
비행기 표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는데 문득 학원 농장의 청보리가 생각이 나더군요.
제주보다는 훨씬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청보리 풍경이 있는데 괜히 먼곳만 생각했네요. ㅎ
그래도 인연의 끈은 이어져 있어서 이처럼 다시 찾게 되었고요.
어느곳을 바라보아도 전부 멋진 작품이 만들어지는 자연의 세상입니다.
푸른 세상이라 그런지 눈도 참 편하고 덩달아 마음도 가벼워지네요.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봄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 싯구절이 떠올라 흥얼거려봅니다.
언덕을 넘어 불어오는 봄 바람에 살랑거리는 보리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으니
저 또한 보리처럼 바람에 기분 좋게 흔들리네요.
푸른 청보리 밭을 지나오니 이번에는 노란 유채꽃이 반겨줍니다.
화려한 유채꽃을 배경으로 방송국 드라마 촬영도 진행이 되고 있더군요.
제주도에 갔으면 유채꽃도 보기 힘들었을 텐데 학원농장을 오니 청보리에 유채꽃까지 1석 2조가 됩니다.
한없이 이 자연속을 걷고 싶은 마음이고 그저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입니다.
계절과 인생은 소유한 자의 것이 아니고 누리고 즐기는 자의 것이라는 말처럼
저도 자연과 함께 계절의 향기를 한없이 즐겨보네요.
문득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보리피리라도 만들어 불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보리밭에 가서 보리도 구워먹고 보리피리도 불었었는데
이제는 보리피리 만드는 법도 다 잊어버렸고 부는 것도 잘 모르겠네요.
그저 무심하게 흘러간 지나간 세월을 탓해야 하는걸까요.
내 몸이 먼저 떠나면 마음은 타래에서 풀린 실처럼
서서히 따라오다가 모르는 결에 어디선가 툭 끊어져 나가게 될 것 같았다.
혹시 누가 알까,
그이가 끊어진 실의 끄트머리를 잡고 내가 간 길을 되짚어 돌아오게 될지.
그이에게 역겨움을 주기보다는 내 빈자리를 그의 곁에 남겨두고 싶었다.
푸른 청보리 사이로 가늘게 이어지는 황토길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황석영 작가의 '여울물 소리'라는 소설에 나오는 구절이 생각이 나서 몇 구절을 옮겨보았습니다.
길은 풍경이고 추억이고 희망이라 하는데
내 인생의 길에서 남겨진 인연과 만남은 어떤 길로 이어질지..
학원농장 청보리밭에서 보낸 시간이 한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오래 오래 머물다 가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자연의 풍경을 그저 바라보기 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연을 깊게 느끼게 된 것 같아 한없이 행복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