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독일의 니더작센주의회가 대학등록금 폐지를 가결함으로써 학기당 500유로(한화 약 73만원)의 독일 대학등록금은 2014년 9월을 기해 완전히 폐지된다. 소득 대비 세계 최고의 대학등록금(연간 1000만원)을 부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1946년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한 학생이 ‘대학 수업료는 위법’이라며 제기한 소송이 승소한 이후 독일은 ‘대학교육기본법’에 의해 대학등록금을 위법으로 간주하였다. 1960년대에 독일 대학생들은 생활형편과 학업능력에 따라 장학금을 주는 방식은 ‘사회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학생의 본분인 ‘연구’는 사회적 노동이므로 당연히 국가가 ‘연구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1971년, 기회의 평등을 내세운 빌리 브란트 총리의 ‘보통교육’정책에 따라 대학생 생활비 지원제도인 ‘바푀크’가 실시됨으로써 등록금부터 생활비까지 완전히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정책이 실시됐다.
그러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독일의 일부 주 정부가 대학교육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를 받아들여 2006년부터 독일 전체 16개 주 가운데 5개 주가 대학등록금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교육은 학부모가 아닌 정부의 몫’이라는 격렬한 항의에 직면하면서 바이에른, 함부르크 등 4개 주는 대학등록금을 폐지하였고, 2013년 1월 니더작센주 지방선거에서 등록금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사회민주당-녹색당 연정이 승리함으로써 완전 무상교육 시대가 다시 열린 것이다.
무상교육은 교육여건 전반의 제도적 구비를 뜻한다. 독일 대학은 대부분의 재학생을 저렴한 비용으로 기숙사에 수용하고 있으며 교재는 대학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복사해서 수업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월 20만원의 학생카드를 구입하면 기숙사비와 영화관·체육시설·박물관 입장료 등 문화생활에 대해 할인이 가능하고 버스비와 근거리 기차비는 무료로 제공된다. 바푀크 제도를 통해 월 103만원까지 생활비를 대출해주고 있고 이 중 50%는 무이자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어떠한가. 나날이 치솟는 대학 등록금, 책값, 용돈 등으로 인해 ‘대학생 2000만원 시대’이다. 고등교육의 책임이 온전히 개인의 영역에 맡겨진 우리 사회는 일정한 재력을 가진 부모를 두지 못한 대학생들을 아르바이트와 학자금 대출, 휴학의 굴레 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는 대학교육의 80% 이상을 사립대학에 떠맡기고, 등록금 장사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큼 학생의 등록금에 의존해 대학 운영을 하도록 국가가 고등교육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완전 무상교육도 아닌 반값 등록금은 시혜가 아니라 최소한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다. 그 공약을 지키려면 2014년도에 1조2천 억의 예산 증액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겨우 4천 억만 증액하겠다고 한다. 노인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이은 또 하나의 배신인 셈이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정부의 그릇된 국정철학이다. 1대에 2,500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산 F-35 전투기 40대 구매에 필요한 예산이면 반값등록금이 능히 실현되고도 남는다. 1개 비행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0대의 전투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군은 이후에도 F-35를 20대 이상 더 구매해야 하는데, F-35 60대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15조원의 돈이 필요하다. 이 돈이면 대학 무상등록금도 가능하다. 차기전투기(F-X)사업이 급한가 교육복지가 우선인가. 돈의 부족이 아니라 철학의 빈곤이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