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토요일처럼 오늘 제 상담이 필요한 분이 있어서 방문하기로 되어있습니다. 방문예정 시간이 오후 5시 전후라서 만보걷기 대신 시간부담없는 바다놀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토록 불어대던 바람도 대폭 줄어들고 내리쬐는 햇살에 아직도 뜨거움이 남아있습니다. 급작스런 겨울난입을 강조하던 일기예보가 다소 무색할 수준의 평온함입니다.
우리의 뒷마당격, 수평선이 쫙 펼쳐진 신산리 앞바다는 오늘도 우리를 반겨줍니다. 한창 밀물 때라서 여지껏 봐왔던 풍경과 다르게 현무암 바다 웅덩이들에 조금씩 조금씩 물이 들이찹니다. 역시 물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완이인지라 대책없이 뛰어들 줄 알았는데 얌전히 다리로만 바다를 훑고 다닙니다.
오히려 잠깐이라도 바닷물 속 입수는 역시 태균이가 잘 하죠. 물 속 온도가 많이 내려간지라 오래있지는 못하지만 파도도 즐겨가며 사진만 보면 여름풍경같습니다.
결국 밀려드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즐기는 완이 모습을 영상으로 남겨보았습니다.
이렇게 제주도 상당부분을 전세낸 듯 즐겨도 되는지 미안할 정도입니다. 끝없이 널려있는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의 풍요 속에 시간을 아무리 내다바쳐도 누구도 제지하지 않고, 언제든 반겨주는 바로 이 곳에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우리만큼 제주도의 모든 것을 이토록 철저히 즐기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아무리 즐겨도 새로움이 계속 더해지는 이 공간들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동서 길이 73km, 남북은 41km, 전체 둘레 253km, 작다면 작은 이 섬에 일부 도시화된 지역을 빼면 자연의 보물들이 너무 많습니다. 예전 제주도 여행의 역사를 보면 자연의 보물은 볼 새도 없이 자연을 활용한 인공의 관광지만 훑는 정도였는데 그건 세발의 피였던 것입니다. 제주도 1년살이 저에게는 의미가 너무 커서 감사의 세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제주도가 우리 삶에 있어 어떤 전환점이 될 지 아직 단정지을만한 것은 없지만 적어도 아름다운 자연의 진정한 면모를 들여다보고 평생 그 속에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건임은 틀림없습니다.
엄마 하는대로 그대로 따라하기가 더욱더 강해지고 있는 태균이, 넋놓고 수평선바라보기의 맛을 알아가는 듯 합니다. 신산리 앞바다의 매력은 거칠 것 없는 수평선 전경입니다. 제주도 앞 바다에는 주섬주섬 섬들이 꽤 포진되어 있어서 여기만큼 수평선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데가 많지 않은 듯 합니다.
가을막바지, 단풍은 절정을 향해가는 시기입니다. 절정이란 곧 있을 추락의 의미이기도 해서 아쉽기만 하지만, 추락할 때는 추락의 스릴과 아픔을 승화하려는 가상한 노력들이 있을 것이니 그 시절을 지금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의 하루 만보 실천은 추락의 시절에 딱 좋은 대안입니다. 바다를 잠시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세월은 다시 돌아서 제 자리로 돌아오곤 하니까요.
때를 기다린다는... 조바심보다는 여유로운 시선으로 기다린다는 마음의 평온이 이제서야 제게 와준 것 같아 세월불문! 자연스런 인식변화가 어찌나 고마운지요! 제주도가 준 큰 선물입니다. 제주도 화이팅!
첫댓글 제주도가 오히려 대표님과 세 친구에게 감사하죠. 일반인이 그리 깊고 감사한 마음으로 제주도의 자연을 샅샅이 접촉하고 즐기는 케이스가 과연 있을지 저도 의문입니다.
완이랑 태균씨랑 현무암의 요철을 수천번 느끼고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파도 소리와 바닷물의 일렁임, 반사되는 빛의 향연, 체감되는 온도에 맞춰 입수를 시도 하는 그 모든 과정이 발전과 관계 없다면 정말 꽉 막힌 사고인거죠.
대표님 덕분에 제주도의 진가를 새삼 알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