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이거
최윤지
나는 정말 끈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냥 하다 마는 정도였다면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초반에는 의욕도 넘치고 아이디어도 많이 생겨서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한꺼번에 풀이 죽어버린다. 이 때문에 나는 무언가 하나를 진득하게 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자주학 마저도 애매하게 끝낸 나에게 필리핀에 와서 개인 프로젝트라니
사실 그 당시에는 자기객관화가 잘 안되어 있어서 무엇을 할까 고민만 했었다. 나는 첫 번째 갠플로는 영어 공부를 선택했다. 나답진 않았지만 이번 필리핀 영어 수업 때 심각성을 느껴 정말 필요해 보였다. 나는 영어를 그냥 배우면 재미가 없으니까 외국 노래를 부르면서 외우면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레몬 트리와 디즈니 노래를 부르기로 하고 아침 운동 시간에 맞춰 일어나 틈틈이 단어도 외웠다. 레몬 트리는 문장이 쉬워 몇 번 써보기도 하고 뜻도 알아보고 얼추 잘 했다. 그러다 디즈니 노래를 외울 때부터 나의 흥미와, 끈기가 떨어져 버렸다. 영어공부를 왜해야하는지 발표 때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등등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 그때 베이스에 흥미가 생겼다.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주제를 베이스로 바꿨다. 마침 밴드 수업도 듣고 베이스 레슨도 받아서 잘 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계획을 전혀 생각하지 않으니 무엇 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베이스도 처음인지라 막막했다. 이대로 가다간 개인 프로젝트를 전혀 하지 못할 것 같다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정말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갠플 주제를 바꿨다. 나의 마지막 개인프로젝트 주제는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내가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끈기가 없는 내가 끝 까지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애니메이션은 여러 모션들을 다르게 그릴 수 있으니까. 우선 애니메이션이란 여러 장의 화면을 연속촬영 하고, 조작하여 화면이 움직여 보이게 만든 모션 그래픽에 한 종류다.
나는 총 2개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첫 번째는 익숙한 레몬트리 1절에 뮤비를 만들었다. 우선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드는 법은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드는 법 일단 주인공 캐릭터를 구상하고 가사나 상황에 맞춰 무엇을 움직일 것인지 대강의 러프와 시나리오를 짜야한다. 그 후 원화를 그린 후 그 원화의 마지막 동작을 그린다. 2개의 원화 사이에 그리는 것을 동화라고 부른다. 움직임을 더 구체적이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하면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우선 영상에 들어갈 모든 애니메이팅을 끝낸 후 전체 영상을 편집한다. 장면들을 붙이고 자막, 보정 등등을 하면 영상이 꽤 그럴사하게 만들어진다. 내가 레몬트리를 만들 때는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처음 접해봐서 애니메이션에 원리부터 알아봐야 했다. 그래서 반복적인 동작인 걷는 모션으로 영상을 주되게 만들었다. 첫 애니메이션이라 그래선지 어색한 부분도 많았다. 특히 앱 사용이 미숙해 형태 유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만든 레몬 트리 분위기 상 낙서 느낌이 나도록 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첫 번째로 한 것 치곤 괜찮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작품도 원래는 뮤직 비디오로 하려고 했다. 첫 갠플 주제를 조금 이어 2개 전부 외국 노래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영어, 외국 노래에 대해서 정말 하나도 몰라 노래를 고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3일 동안 노래만 찾은 것 같다. 외국, 영어 노래라는 선이 있으니 맘에 드는 노래는 없고 떠오르는 시나리오 같은 것은 더더욱 없었다. 기은 쌤이 “외국 노래로 정하는 것이 어려우면 꼭 영어 노래로 하지 않아도 돼.” 라고 해주셨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나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은 노래를 찾지 못했다. 진짜 어떡하지 고민 하던 중 청강대 졸업 작품을 보게 됐다. 가사가 없는 브금에 배경부터 한 땀 한 땀 만든 졸업 작품은 정말로 멋졌다. 그리고 나는 원하는 노래가 없다면 노래를 안 넣어도 되지! 라는 생각을 얻어내고 이야기에 집중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자주학 때도 그랬지만 나는 스토리를 짜는 것에 자신이 없어 간단하게 기승전결만 짠 후 바로 그림을 그렸다. 간략한 내용은 심심한 아이가 나비를 잡아 집에 가져갔다. 그리고 그날 밤 나비가 아닌 자신이 갇혀있는 악몽을 꾼 뒤 깨어난 아이는 나비를 풀어준다 그 후 나비가 날아 갈 때 아이는 나비에 친구들이 모여 예쁜 나비 가족을 보게 된다. 이 작품을 만들 때는 분위기, 색감을 중요시 여겼다. 색감은 찐한 녹색을 주로 쓰고 눅눅한 여름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다. 배경에 힘을 주고 주인공은 일부러 러프하게 그렸고 채색도 일부러 단색에 아무런 명암도 넣지 않아 분위기가 따로 따로 노는 느낌을 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선 아이 마저 채색을 해 아이 마저 잘 어우러지게 만들었다. 이번 애니메이션은 반복적인 모션이 아닌 정말 딱 한 장면들만을 위해 만든 거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대강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이해하고 만든 거라 그런지 장면이 넘어가는 부분들 만 빼면 나름 괜찮다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로 나는 나의 끈기를 알 수 있었다. 아직 까진 끈기를 기를 순 없었지만 다시 한 번 끈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내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마음에 쏙 들지는 안는다. 내가 봤던 애니메이션이랑은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나니까. 하지만 지금은 애니메이션을 독학으로 영상만 몇 개 만 보고 만들었다. 그걸 생각 하면 꽤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은 정식으로 배워보고 싶고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