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러시아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간판' 안나 셰르바코바 (Анна Щербакова)였다. 7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3차 대회 여자 싱글에서 셰르바코바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165.05점을 얻어 쇼트 프로그램 점수와 합친 총점 236.78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은 총점 226.35점을 얻은 러시아의 마이야 흐로미흐(Майя Хромых)에게 돌아갔고, 쇼트 프로그램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한 벨기에의 루나 헨드릭스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김예림(수리고)는 6위에 그쳤다.
안나 셰르바코바, 이탈리아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대회서 우승/얀덱스 캡처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21~2022 ISU 그랑프리 대회는 여자 싱글 부문에서도 '쿼트러플'(4회전) 점프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셰르바코바는 지난 3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21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쿼드러플 점프에 실패하고도 쇼트 프로그램 점수를 바탕으로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반대였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3위로 처진 그녀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면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그녀가 얻은 프리 스케이팅 165.05점은 개인 통산 최고 기록. 이전 최고 기록은 2019년 12월에 받은 162.65점이었다. 그녀는 또 참가한 그랑프리 대회에서 모두(3차례)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합계점수가 나오는 순간, 감격해 하는 셰르바코바/현지 TV 채널 러시아-1 캡처
그러나 그녀의 전체 기록(총점 236.78점)은 그랑프리 2차 대회서 '샛별' 카밀라 발리예바가 얻은 265.08점에 크게 못미쳤고, 프리 스케이팅 점수도 발리예바(180.89점)와 비교하면 15점 이상 낮았다.
그 차이는 결국, 쿼드러플 점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발리예바는 그랑프리 2차 대회 프리 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 쿼드러플 토루프 등 쿼드러플 점프를 3차례나 깔끔하게 소화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실패한 경험을 지닌 셰르바코바는 가장 안정적인 쿼트러플 플립을 한차례 뛰었을 뿐이다.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 우승한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는 일찌감치 '쿼드러플 점프'로 정평이 난 선수다.
셰르바코바의 새 시즌은 부상 등의 이유로 출발이 늦었다고 한다. 시즌 개막 대회나 마찬가지였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트로피 챌린저' 대회에서 그녀는 우승을 놓쳤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셰르바코바/현지 TV채널 러시아-1 캡처
하지만 그녀는 이번 그랑프리 대회 우승을 계기로 '세계 챔피언'의 면모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 2월 '러시아 컵대회'에서 처음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쿼드러플 점프를 더욱 연마한 뒤 동료들인 발리예바, 트루소바 등과 함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 여왕'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셰르바코바는 우승 후 "어제(쇼트 프로그램)보다 나은 오늘(프리 스케이팅) 연기에 만족한다"면서 "그러나 아직도 나의 기량을 모두 보여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경기전 훈련에서 쿼드러플 플립과 쿼드러플 러츠를 안정적으로 뛰었지만, 대회에서는 자신있는 쿼드러플 플립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대회에서 쿼드러플 점프를 더 많이 뛰기를 원했으나, 코치들이 만류했다"며 "다음 경기에서는 더 많은 쿼드러플 점프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셰르바코바의 세계 선수권 대회 우승 순간/사진출처:인스타그램
이번 대회서 은메달을 딴 마이야 흐로미흐의 선전도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녀는 지난 시즌 쿼드러플을 시도했고, 지난 2월 '러시안컵' 대회에서 두 차례 성공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안정적인 쿼드러플 점프를 보여줬다.
지금까지 세번의 그랑프리 대회에서 '러시아 여자 피겨 3인방'으로 꼽혀온 트루소바와 셰르바코바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알료나 코스토르나야만 동메달에 그쳤다. 코스토르나야는 지난해 여름 그동안 몸담았던 '에테리 투드베르제 사단'을 떠나는 등 한차례 파동을 겪은 바 있다. 그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