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회사에서 사수라는 단어를 무슨 뜻으로 쓰는지 몰라서 한번 찾아봤더니 좋은 답이 있군요.
"회사에서 본인이 맡은 일을 가르쳐주고, 정보도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추가 설명을 하신분도 계시군요.
"군대에서 경비를 2명이서 1조(unit)으로 행동하고, 보통 초보자가 있는 경우 교육을 겸해, 한명이 경험자(상급자) 다른 한명이 초보자(신입) 로 구성됩니다. 이를 사수 / 부사수 라고 부르는데 main gun / sub gun 과 유사한 의미입니다.
*사수 = 射手 = 총을 쏘는 사람(gunner)
이 경우 경험자가, 자기와 같은 위치에서 동일한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칙이나 해야할 일, 경우에 따른 대처법을 가르쳐 주던 것에 빗대어 사회생활에서 회사 선배가 후배를 가르쳐주는 것을 두고 표현한 것입니다. "
그러니까 오래전에는 일을 가르쳐주던 직장선배라고 해야 할까요? 그럼 미국생활과 연결시키면 어떨까요?
미국에서도 오래전에는 그야말로 "사수"라고 할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보통 비전문직 직업에서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supervisor라고 볼수있는데 일 자체에 대해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채용해서 회사가 원하는 일을 시키기 위해서 supervisor들이 초보들이 경험이 생길때까지 감독을 하는것이라고 볼수있겠죠. 그런데 세상이 많이 바뀌다보니 요즘은 전문직에서는 supervisor 라는 사람들을 거의 볼수가 없어졌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렇습니다.
1. Standardization - 오래전에는 각 회사에서 쓰던 시스템이 다른 회사와 너무나도 다른 경우가 많았고, 아무리 경험이 있다는 사람을 채용한다해도 채용한 회사로서는 회사차원의 훈련을 시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각 회사에서 쓰는 tool들이나 procedure들이 표준화되면서 회사를 옮겨도 전 회사에서 쓰던 방법을 거의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아졌죠. 그렇다보니 굳이 Supervisior 라는 직책의 필요성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봅니다. 우리 일들을 예로 들자면 임상시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든 데이타가 CDISC로 평준화되고 EDC (electronic data capture) system도 유명한 몇개로 좁혀지다보니 다른 회사로 옮긴다고 해도 금방적응을 할수있겠죠. 저는 아주 오래전에 Word Perfect이라는것도 회사에서 썼었는데 요즘은 MS Office를 거의 99%이상 쓰지 않을까요?
2. Automation - 반복되는 일들은 이제는 기계나 System들을 이용해서 할수있어서 기본적인 훈련조차도 Supervisor가 필요없어졌다고 볼수있는데 임시적으로 누가 도와줘야 할경우는 있지만 아에 Supervisor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채용할 필요가 없다고 볼수있죠. 누가 할려고도 안하겠죠, 미래가 별로 없는 직업이니까요.
3. Self training - #2와 비슷한데 초보던 누구던 새로 시작한 회사에서 만들어놓은 procedure를 써서 혼자서 배울수있게 많이 만들어 놓은것같습니다. 회사 rule이나 일을 할때 해야 하는것들은 SOP를 많이 만들어놓고 직원들이 알아서 컴퓨터로 배울수있게 해 놓았는데 그래서 사실 영어를 등안시 한 사람들은 참 힘듭니다. 한국에서 식당에 가서 음식하나 시킬려고 해도 기계를 쓸줄 모르는 나이많은 세대들은 힘들어 한다고 하던데, 요즘 일도 그런것 같습니다. 보통 새직장을 시작하면 거의 일주일은 수십개의 SOP를 읽어야 하고 회사방침도 읽고 이해를 해야 합니다. 디지탈화한다고 다들 좋아 할것만은 아닌것 같더군요. ㅎㅎ
4. Learning Curve - 사람마다 능력이 많이 다르겠지만 보통 회사에서는 처음 채용하면 어느정도 준비가 될때까지 기다려줍니다. 그렇지만 learning curve가 너무 긴 사람들은 문제가 될수있겠고 더이상 "난 사수가 없어서 그랬다" 라고 할수있는 세상이 아닌것같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모든것을 다 준비해서 혼자서 할수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제대로 못 따라하면 회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던가 직원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할수있겠죠. 그런데 회사 시스템자체 문제라고 생각하는 회사가 몇개가 될까요?
5. Competition - 요즘은 전문직에는 Supervisior라는 직책은 거의 볼수없고 manager라는 직책이 있어서 결국 새로 채용한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manager들이 MBA 학위만 받고 그저 "managing"만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었고 그 일 차체를 잘 알고 직접 그 계통의 일을 하는 Technical manager 들이다 보니 manager들도 자기 할일이 많죠. 그러다보니 초보자를 채용했더니 너무나도 혼자서 할수있는것이 없으면 아주 골치 아파지는거죠. 그렇다고 매일 일대일로 이것저것 자세한것부터 가르칠수도 없고. 여기서 중요한것이 그나마 자신보다 10년이상 경험이 많은 manager들 한테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말이 직장선배이지 몇년 차이가 안난다면 결국 경쟁자입니다. 그러니 그런사람들한테 모든것을 의지하고 비밀을 털어놓는것만큼 순진한(?) 바보가 없는거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manager들이 초보자체를 채용할려고 하지않습니다, 한마디로 귀찮아서. 그러다보니 제일 인기있는 사람들이 경력 2-5년입니다, 따로 큰 훈련필요없고 연봉도 아직 낮고.
결론을 말하자면 아직 사수라고 할수있는 직책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 사람들은 나를 진심으로 도와줄려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 하면 될것 같습니다. 뭐 그냥 간단히 networking차원에서는 괜찮겠지만 다들 내 인생의 경쟁자들입니다. 지금 사수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도 너무 헌신(?)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 배신 당했다니 하는 말을 하지 말고요. 한국사회의 제일 큰 문제는 나이 인것같습니다. 아에 채용광고에 나이제한이 한국은 있더군요. 미국에서는 그랬다가는 회사 망합니다. ㅎㅎ
세상은 참 많이 변하고 있는것같고 더이상 학교를 떠나면 더 이상 누구한테 배운다는것이 없어지는듯 합니다. 미래에는 제대로 못하면 결국 AI에게 직장도 빼았길것 같고요. 좀더 메마른 사회가 되아 가는것 같지만 누구를 탓하겠나요?
첫댓글 글 감사합니다. 저는 회사 경험이 사실상 없어서 딱히 얘기드릴 수 있는 건 없고요. 회사 들어가면 결국 다 경쟁자들이죠. 미국은 그나마 명시적으로 나이제한을 두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제 여동생은 직장 다니다가 결혼해서 출산 후 여러 곳에서 면접을 봤는데 결혼, 출산을 얘기하자마자 면접관들이 부정적으로 봐서 이전 경력과 관계없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한국의 출생률이 낮은 건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데, 그 중에는 이렇게 나이, 성별 등에 따른 제한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글쎄말입니다, 저도 인터넷으로 관련 뉴스를 많이 들었습니다. 성별, 결혼, 출산, 나이가 일과 무슨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람들을 100% 만족시켜줄 법이란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기본적인것을 존중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그렇게 차별한 사람들이 자신이나 자기 가족들이 언젠간 차별을 받을텐데 말입니다. 앞으로 한국인구가 너무 줄어들어서 큰일이기는 합니다, 천천히 줄어드는것은 어떻게던 보충을 하겠지만요. 미국이건 한국이건 어느나라건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기 바로 앞에 닥친 권력애만 관심이 많으니 참 큰일입니다.
사실 미국도 1965년에 모든 차별금지법이 생기기는 했지만 어떻게 통과가 되었는가를 알고보니 정말 차별정치가 싫어서 그런것이 아니더군요. 대통령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다가 오히려 소수인종들에게 좋은 결과가 나온것이더군요. 참나. 흑인노예해방도 비슷하고요, 링컨이라는 사람이 정말 박해주의자라서 자기의 모든것을 희생하면서 흑인해방 시킨것도 아니고 권력때문에 할수없이 한것이고요. 결국 힘이 없으면 어떻게던 당할수밖에 없나봅니다.
미국에서 많은 회사들이 Equal Opportunity company라고 이곳저곳에 적어놨는데 사실 꼭 좋은것만은 아닙니다. 하도 백인들이 채용을 할때 인종차별을 해서 법으로 못하게 했는데 사실 인종차별을 없앤 회사들이 훨씬 더 좋은 인재들을 채용할수있고 성공한 케이스가 많다고 하더군요. 그후로 정부에서 인종차별을 했던 회사들은 차별을 없애고 아에 Equal Opportunity company라고 공표하게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역사공부시간이 제일 싫었는데 무조건 외우고 시험을 쳐야 해서 그랬지만 나이가 들면서 역사를 많이 접하다보니 참 재미있는 일도 많더군요.
그래서 Equal Opportunity company라고 쓰고있는 회사는 사실 옛날에 인종차별을 하던 회사들이었는데 요즘은 새로생기는 회사들도 자랑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좋은 인재들을 채용할려고 하는거죠. 한국도 인구가 줄어들면서 어떤 대통령이 나올지 몰라도 큰 계기가 생겨서 성별이나 나이를 생각하지않고 훌륭한 인재들을 채용할려고 하는 시기가 언젠간 생기겠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라 4번, 5번의 내용이 가장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어렵고 고민이 많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