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과 임진강 도보(세 번째-3)
(운산전망대∼전곡한탄강유원지, 2022년 9월 24일∼25일)
瓦也 정유순
변하지 않는 하나의 사실은 ‘밤이 지나면 아침은 틀림없이 온다.’는 것이다. 어제 한탄강 답사의 끝 지점이었던 좌상바위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쪽빛 물여울도 세월을 싣고 좌상바위를 휘돌아 나간다. 강물이 허리춤까지 닿는 부분에서는 견지낚시에 여념이 없는 사람도 함께한다. 견지는 ‘대쪽으로 만든 납작한 외짝 얼레’인데, 여기에 낚싯줄을 감고 이것을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물고기를 낚는 낚시법이다. 견지낚시의 주요 대상 고기는 끄리·누치·모래무지·피라미 등이며, 미끼는 구더기를 많이 사용한다.
<전곡리의 아침>
<끄리낚시>
한탄강을 답사하면서 처음부터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다. 강변의 숲을 뒤덮어 버린 가시박이다. 원산지가 북미로 1980년대 후반 병충해에 강한 특징 때문에 오이나 호박 접목묘의 대목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된 외래귀화식물이다. 모든 생물 종들이 그러하듯 생소한 외지에서 현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바로 도태되어 버리지만, 환경에 적응하면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 력이 좋은 생태계의 폭군으로 등극하여 기존 생태계를 교란한다.
<가시박넝쿨>
가시박은 호숫가 주변의 들판이나 비탈진 강변에서 수 십 미터 높이의 큰 나무까지 뒤덮어 햇빛을 차단하여 다른 식물을 말라 죽게 한다. 또한 가시박 자체에서 다른 식물을 고사하게 하는 물질을 분비하여 주변의 다른 식물들이 살 수 없게 만드는데, 이를 타감작용(他感作用, allelopathy)이라 한다. 환경부에서는 토종식물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생태계교란유해식물로 지정(2009년 6월)하였다.
<가시박넝쿨>
좌상바위 앞에서 강변을 따라 숲을 헤치며 앞으로 나갔으나 멀리 가지 못하고 길이 막혀 되돌아 나와 전곡대교 부근으로 이동한다. 전곡대교는 청산면 장탄리에서 전곡읍 은대리를 연결하는 한탄강 위의 37번국도 교량이다. 전곡대교 밑으로 강을 따라 남으로 향한다. 가시박이 세상을 온통 휘감아도 자연은 말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자연의 그 침묵은 가까운 장래에 재앙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전곡대교>
청산면 장탄리와 전곡읍을 연결하는 고탄교를 건너 한탄강 우안(右岸)으로 방향을 바꾼다. 전곡읍(全谷邑)은 연천군 중남부에 있는 읍으로 조선시대에는 양주군 소속이었으나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연천군에 편입되었고,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북한 땅이었다. 1985년 전곡읍으로 승격되었으며 8곳의 법정리를 관할한다. 한탄강 유역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이용하여 조성된 공원이 많다. 문화재로는 전곡리 선사유적지, 은대리성(隱垈里城), 양원리(兩遠里) 지석묘 등이 있다.
<한탄강과 고탄교>
수심이 얕은 지역에는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아 한탄강의 여울소리가 더 정겹게 한다. 철조망에는 철모르는 장미가 수줍어하고 물가에는 고마리가 물을 정화한다. 고마리는 양지바른 들이나 냇가에서 자란다. 줄기의 능선을 따라 가시가 나며 털이 없다. 꽃은 8∼9월에 피는데, 가지 끝에 연분홍색 또는 흰색 꽃이 뭉쳐서 달린다. 꽃의 형태와 피는 시기, 잎의 생김새 등에 변이가 많으며 메밀과 비슷하다. 어린 풀은 먹고 줄기와 잎을 지혈제로 쓴다.
<고마리>
길옆 큰 바위 위에는 사람의 하체 같은 돌멩이를 정성들여 올려놓았고, 강 건너에는 주상절리 단애가 칡넝쿨에 휘감은 채 서있다. 그 아래 강물에는 카약이 열심히 노를 젓는다. 카약(kayak)은 에스키모인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에서 유래한 무동력 소형 배로 대개 1인승, 또는 2인승으로 여름철 바다 수렵에 사용하는 선박이다. 조종자는 방수 재킷을 입고 배의 가운데에 있는 동그란 구멍 속에 발을 뻗고 하반신을 파묻듯이 앉는다.
<칡넝쿨에 덮힌 주상절리>
<정성으로 세워논 자갈>
수중보 아래로는 서울전철 1호선 전곡까지의 연장선 전철교가 개통을 앞두고 기다리며, 물억새는 이삭을 내밀어 영글어 간다. 그 건너편으로 신천이 합류한다. 신천(莘川)은 양주시 백석읍에서 발원하여 동두천시와 연천군 청산면을 거쳐 한탄강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양주시 백석읍 양주 대모산성에서 근원하여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중랑천을 거쳐 한강으로,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신천에 이어 한탄강으로 합류하여 임진강으로 유입된다.
<한탄강전철교>
신천과의 합류지점 아래로는 하중도가 발달되어 있다. 하중도(河中島)는 하천 안에 있는 섬으로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퇴적물이 쌓여 강(江) 가운데에 만들어지는데, 주로 큰 강의 하류에 많이 생긴다. 하중도는 하천의 유량과 유속에 따라 쉽게 없어지거나 생겨나기도 하며, 비교적 규모가 큰 곳은 비옥한 농경지가 되거나 취락이 들어선다. 경기도 하남시의 미사리 선사시대 주거지가 대표적이다.
<한탄강징검다리>
한탄강 여울소리를 들으며 징검다리를 따라 하중도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징검다리 중간의 모래섬은 큰 자갈들이 질서 있게 깔려있다. 이곳 하중도에는 생태계 보존 및 여가 공간을 확충하여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생태탐방지역으로 징검다리는 편도 180m, 하중도 안의 산책로는 2.2㎞ 조성되었다. 아울러 하천의 기능인 이수(利水)·치수(治水)·환경(環境)을 조화롭게 함은 물론 생물에게는 친근하면서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는 자연친화적 생태하천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중도 자갈>
하중도 하류 쪽으로는 국도 제3호의 한탄교와 경원선(서울∼원산) 철교가 나란히 놓여 있다. 국도 제3호선은 경상남도 남해군에서 시작하여 경상북도 김천과 문경을 거쳐 서울을 경유하여 경기도 동북부지역인 의정부시·양주시·동두천시·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을 지나 북한의 자강도 초산지역에 이르며, 한반도의 중앙을 관통하는 일반국도다. 현재 시점은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이다.
<경원선철교와 3번 국도>
한탄대교를 지나면 강둑 위로 한탄강관광지가 조성되어 있다. 관광지는 연천군 전곡리 한탄교와 사랑교 사이의 강변 1.5km에 펼쳐져 있다. 한탄강이 북한의 평강군에서 발원하여 철원군을 거쳐 포천시 일대를 지나 이곳에 이르러 아기자기한 계곡과 절벽을 갖춰 절경을 이룬다. 1970년 3월 한탕강유원지로 문을 열었으며, 1977년 3월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주요시설로는 가족캠핑장과 보트장·어린이놀이터·다목적운동장 등이 있다.
<한탄강어린이캐릭터공원>
오후에는 짬을 내어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에 있는 오봉사지 승탑을 보기 위해 이동한다.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1986년 5월 7일)된 이 승탑은 승려의 사리탑으로 고려 후기부터 조선시대까지 유행한 석종형(石鐘形)으로 조성되었다. 탑신 높이 207㎝, 최대둘레 317㎝로 단아한 느낌을 주며 재질은 대좌와 승탑 모두 응회암으로 되어 있는데, 승탑의 표면에는 한국전쟁의 상처인 탄흔 자국이 남아 있다.
<오봉사지 승탑>
이 승탑은 직사각형 받침돌 위에 종모양의 몸돌을 안치하였는데, 일반적인 석종형에 비해 윗부분인 상륜부가 크게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몸돌 상단에 연꽃문양을 둘러 조각하였으며, 그 위에 돌기 띠가 굵은 선으로 뚜렷하게 새겨져 있어 인상적이다. 이 승탑에 관한 기록이 없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현재 이 승탑에서 동쪽으로 200m 떨어진 곳에 오봉사 터가 남아 있어 이 절의 발전에 기여한 승려의 것으로 짐작한다. 가까운 곳에는 <오봉사 납골당>이 운영되고 있다.
<오봉사지 납골당>
오봉사 터를 둘러보고 다시 오전을 마무리 했던 한탄강변으로 나온다. 옛날에는 섶다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 지금은 난간이 없는 철근콘크리트 다리를 건너 차탄천이 합류하는 지점까지 걸어간다. 차탄천(車灘川)은 철원 금학산에서 발원해 37km를 남북으로 흐르는 하천이며 순우리말로 수레여울이다. 이방원이 조선 건국을 반대하며 연천으로 낙향한 친구 이양소를 만나기 위해 수레를 타고 오던 중, 수레가 빠진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차탄천은 연천 은대리성 아래로 흘러 한탄강과 합류한다.
<한탄강(고능리)>
https://blog.naver.com/waya555/222892995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