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하지 말라’는 하느님 계명은 절대적 가치… 범법자 사회 복귀 희망 열어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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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북부 후아레스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한 여성 재소자가 17일 교도소를 방문한 교황 품에 안겨 울고 있다. 【후아레스(멕시코)=C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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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형제도 No!" 인권 운동가들이 지난해 10월 파티스탄 페샤와르에서 사형제 폐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 줄 것을 정부 지도자들의 양심에 호소했다. 또 정부 당국자들 가운데 가톨릭 신자는 자비의 특별 희년 기간에 사형 집행을 막기 위해 용감하고 모범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순례자들과 삼종기도를 바친 후 “현대 사회는 범법자의 구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박탈하지 않고도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사형제는 사법 정의 실현이라는 사형제 찬성론자들 주장에 대해 교황은 “사법 정의는 인간 존엄성과 하느님의 계획에 더 부합해야 하고, 범법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희망을 열어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형제 폐지 여론이 높아가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라며 ‘살인하지 말라’는 하느님 계명은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는 무고한 사람과 죄지은 사람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재소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수감 시설 환경 개선을 위해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지난 17일 멕시코 사목방문 중 후아레스에 있는 교정 시설을 방문해서도 “재소자의 사회 적응 노력은 교도소 담장 안이 아니라 거리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범법자를 냉대하는 사회 분위기에 일침을 가했다.
또 교도소 성당에 크리스털로 된 십자가를 선물하면서 “(깨지기 쉬운 크리스털처럼) 재소자들은 누구보다 약한 사람들이다. 예수님이 힘없이 매달려 계신 이 십자가 안에 부활의 희망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알현에서 멕시코 사목방문(12~18일)에 대한 소감도 밝혔다.
멕시코 도착 이튿날인 13일 자신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행원과 방송사 카메라를 모두 물리고,
과달루페 성모 앞에서 20여 분간 개인 기도 시간을 가진 데 대해 “그건 다른 것에 앞서서 가장 원했던 시간”이라며 “눈에 당신 자녀들을 새겨 넣으시는 어머니께서 나를 응시하시도록 맡겼다”고 말했다.
또 “과달루페 성모님은 폭력과 납치, 인신매매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들의 고통을 당신 눈에 새기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성모님께서 눈에 새겨 넣으시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과달루페 성모의 눈동자에 1531년 발현 당시의 장면으로 추정되는 형상이 새겨져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1979년 성모 형상을 정밀 조사한 미국 연구진은 우주 광학기술로 성모의 눈을 2500배 확대했더니
홍채와 동공에 후안 디에고(발현 목격자)와 인디오 가족으로 추정되는 형상이 나타났는데, 이는 그림이 아니고 즉석 사진기처럼 눈앞 형상을 그대로 포착한 것이라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교황은 “선임 교황들과 마찬가지로 멕시코 국민의 신앙을 북돋아 주기 위해 갔으나 반대로 내가 그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며 12번째 해외 사목방문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원철 기자 (평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