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헐, 괜히 왔다 가는 게비여’와 송충이 튀김, 그리고 청설모 구이
미리 쓰는 묘비명.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버나드 쇼의 이 묘비명, 참 기막히게 아이러니컬하다.
가까이에서도 천상병의 <잠시 소풍 나왔다가 간다>거나, 조병화의 <어머니 심부름 왔다가 간다> 역시 인상적이지만 걸레스님 중광이 열반송으로 남겼다는 <에이 씹헐, 괜히 왔다 가는 게비여>가 더 재미있다.(본문에는 ‘씹헐’의 ‘씹’이 X로 처리되어 있다.)
얼마 전 어느 잡지에서 문인들의 ‘직접 남기는 나의 묘비명’ 특집을 마련한 적이 있는데…
내 묘비명을 궁리하다가 ‘자유로운 영혼으로 머물다 가다’ 그렇게 메모해놓고 키득거린 적이 있다.
…젊은 시절, 이제 고인이 된 동년배 친구들 앞에서는 제법 요리연구가 행세를 하면서 내 요리 시식회에 참석시켰던 것도 고백해야겠다. 송충이 튀김과 청설모 볶음요리 역시 그중 하나여서 이 기회에 해명을 한다. ‘송충이 튀김’은 이름을 대면 알만한 친구의 유혹을 거절 못하고 공모관계가 되었는데 유별난 식성을 가진 친구를 둔 사람은 혹시 시식의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옛날부터 솔잎이 몸에 좋다는 건 알려져 있고, 솔잎차나 솔잎 성분의 음료도 시중에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튀겨낸 송충이는 비스킷 씹는 기분이어서 소주라도 한 잔 곁들이면 입 안 가득 소나무 향기에 귓속으로 솔바람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는 것이 그 친구의 주장이었다. 나는 그 친구의 강권에 그가 직접 튀긴 송충이 튀김을 시식한 적이 있었다. 바싹 두 번 튀겨 안주 삼아 몇 마리인가를 먹었는데 솔바람 소리는 몰라도 입 안에서 소나무 향기는 확실히 느껴졌다. ‘청설모 볶음’은 내가 주동자가 된 셈인데, 여름 장마철 양평 산골짜기에서 며칠 머문 적이 있었다. 계속되는 비로 갇혀있다 보니 술안주가 여의치 않아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밤나무며 호두나무, 잣나무를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청설모 무리에 눈이 갔던 것이다. 밤이며 잣, 호두 등 가리지 않고 먹어대는 이 외래종 다람쥐로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잠깐 비가 갠 사이 놈들이 계속 다니는 통로에 끈끈이 쥐덫을 놓아 금방 이십여 마리를 포획했다. 처음에는 시골 아궁이에서 참새를 구워먹던 기억이 떠올라 짚으로 한 마리씩 통째로 싸서 장작불 속에 넣어 구웠는데 기름기 없이 쫄깃쫄깃한 맛이 참새고기와 비슷했다. ♧
유금호의 [나의 인생, 나의 문학](한국소설 2014년 8월호) 中에서.
***미리 쓰는 묘비명도 그렇고
송충이 튀김과 쥐잡이 끈끈이로 청설모 잡는 얘기를 읽다가
웃음이 터지게 재미져서 그 부분만 발췌.
첫댓글
미리 쓰는 묘비
그러게여
언젠가는 써야 겠지요
우리 집
그 많은 묘비들을 후일엔 관리가 하는 생각도 이젠 하게도 합디다
송충이 뛰김이라...어휴
네 점심은 맛있게 드시고
건강한 주말,휴일 되세요.
@행운
요즘엔 삼시 세끼 챙겨 먹기가 바쁘네요
먹는 것도 부지런해야 합니다 ㅎㅎ
@양떼 냄 오늘은 옥천에 모임으로
잠시 다녀와서보니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요.
@행운
하여튼 바쁘다 바뻐요
댓글 이미지 굿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