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v.daum.net/v/20230708180244742
▮사인불명에 “인과성 없다”…망자에 쾌유 비는 무책임 ‘수두룩’
인과성을 판단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해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보상하지 않겠다는 피해보상 심의위원회의 판단은 여전했다. 해당 피해보상 심의 결과 안내문을 보면 질병청은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 이후 숨진 J(60대) 씨에 대해 1)백신을 접종한 증거를 확보했으나 2)피접종자에게 나타난 어지럼증 기침 콧물 증상으로 내원해 처방받은 (약물) 외에 특별한 소견 확인되지 않았으며, 3)또 의무기록 부검 등을 진행하지 않아 의학적 기록을 확인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점을 고려할 때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구체적이지 않은 심사 결과 안내문은 접종 이후 사인 불명으로 숨진 이의 유족을 더 답답하게 한다. AZ, 모더나 교차 접종 이후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K(30대) 씨의 심의 결과 안내문에는 ‘(생략)…사인 불명인 소견이며, 피접종자의 의무기록 등을 검토한 결과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적혀있었다. 유족은 “결국 설명된 판정 이유는 알 수 없다가 아니냐”며 “그렇다고 백신과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분석한 46건의 인과성 심의 결과지 중 3건에 ‘사인 불명’이 적혀 있었다. 이 가운데 2건에서 사인 불명 외에 다른 판단 내용은 쓰여있지 않았다.
고려대 최재욱(예방의학) 교수도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백신 피해 대책 회의에서 “백신과 이상 반응의 인과성을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크게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것과 환자가 입증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의미한다”면서 “이 두 경우를 이유로 인과성을 배제하는 것은 입증 불가의 책임을 전적으로 접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국가의 공적 목적에 협조해 피해를 본 이들에게 과학적 근거만 따지는 의학적 판단을 넘어 사회보장적 성격의 보상을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겪는 접종자가 관련 기저질환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고, 정부가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의 인과성 없음을 밝히지 못할 경우 포괄적으로 인과성을 인정하는 ‘입증책임 전환’ 법안을 발의했으나 질병청 등 반대에 막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망자에게 ‘신청하신 분이 하루빨리 쾌유하시길 기원하며’하는 문구를 전달하는 실수는 여전했다. 평가지를 받은 46명 중 11명의 평가지에 ‘쾌유를 바란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중 40대 1명은 접종 이후 중증 질환을 앓다가 평가지를 받기 전에 숨졌다. 50대 1명과 60대 2명, 100세 이상 1명의 평가지도 수령자는 유족이었다.
지난 3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뜻 애매한 인과성 평과 기준 자체가 문제
백신 접종 피해자나 유족에게 인과성 평가 기준이 제공되지만,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보니 피해자나 유족의 이해를 방해한다. 이 기준은 크게 a)인과성이 명백한 경우(보상) b)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보상) c)인과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보상) d)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보상X, 일부 의료비 지원) e)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보상X, 지원X) 등 5가지 경우에 따라 다르다. a)~d) 경우 모두 백신을 접종한 확실한 증거가 있고 예방접종과 이상 반응 간 시간적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공통 기준을 갖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시간적 개연성’이라는 부분은 안내서만 봐서는 알기가 쉽지 않다. e)경우는 백신 접종한 증거가 없거나 시간적 개연성이 없고 이상 반응의 다른 명백한 원인이 있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이 역시 시간적 개연성의 의미를 제대로 납득하지 못하면 접종자나 유족 모두 심의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심의 결과 a)~d) 판단이 나온 경우 안내서에는 공통 기준 외에도 a)는 접종자의 이상 반응이 백신 접종과 ‘인과성’이 인정되고, ‘이미 알려진 백신 이상 반응’에 해당해야 하는 추가 기준이 적혀있다. b)는 어떤 다른 이유보다 이상 반응과 백신의 ‘인과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c)는 예방접종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다른 이유보다 더 높아야 한다. d)는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거나 백신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를 본 유족은 “보상받지 못한 이유가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인과성’, ‘개연성’, ‘가능성’ ‘관련성’이 없다는 말인 것 같다”면서도 “사전적으로 비슷한 3가지 말이 각각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과성 심의 당사자와 가족의 이런 지적에 대해 질병청 보상심사팀 관계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각 단어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전문위원회 위원들이 쓰는 용어를 그대로 안내서에 적어둬 그렇다”면서 “인과성 심의 안내서가 어렵게 적힌 것은 요약적으로 정확한 용어를 쓰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의학적 용어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좀 더 알아보고 답변하겠다”고 해명했다.
▮개선 요구 법 개정안 국회에…“산재 심사서 수준만 해라”
질병청 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인과성 심의 결과 안내서가 의료 비전문가가 이해하기에 어렵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이미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보상 제도가 시행된 초기부터 지적됐다. 이는 백신 피해자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는 산업재해 보험 인정 심사 결과서가 심의 과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명시할 정도로 구체적인 것과 차이가 있다.
이에 국회 강은미(정의당) 의원실은 지난달 15일 백신 이상 반응 인과성 평가 사유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의 과정이 담긴 회의록 작성·공개를 의무화하고 ▷질병청이 보상 청구자에게 백신 접종과 질병 장애 사망 간 인과관계 판단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부실한 인과성 평가서가 백신 접종자의 알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 심사 과정이 전문적 영역이라는 이유로 이런 분이 그간 간과돼 왔다. 접종자가 심의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하려고 해도 결과지가 상세해야 자신의 준비한 자료의 어떤 부분이 부족해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권리 실현이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 법안에는 이외에도 ▷재심 청구 시 피해보상전문위가 아닌 별도의 재심위원회에서 심사가 이뤄지게 하고 ▷질병청이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국가가 보상하는 내용이 담겼다.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