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style
아파트, 블랙 옷을 입다
“여자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블랙 스웨터 한 장과 블랙 스커트, 그리고 옆에 있을 사랑하는 남자 하나뿐이다.”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스타일을 아는 여자라면 취향과 상관없이 블랙옷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공간 역시 블랙이 더해지면 그 어떤 색보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를 지니게 되며,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실용적인 공간이 된다. 획일화된 공간 구성이 주는 지루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아름다운 공간을 추구하는 에스엘디자인 임지영 실장에게도 검은색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편안한 색이다. 패션에서 시작된 블랙 컬러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집 개조 공사를 하면서 인테리어에도 반영됐다.
“평소 그레이나 블랙 등 무채색을 좋아해요. 그래서 옷도 주로 그런 스타일로 입죠. 그런데 어느 날 남편 이준현 대표가 작업한 삼청동 커피팩토리에 앉아 창밖을 보는데, 우아하고 차분한 먹색의 한옥 기와가 눈에 쏙 들어오더라고요. 그때 공간에도 블랙처럼 짙은 컬러가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임 실장은 105.6㎡ 크기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집에 대한 모든 로망을 그대로 실현시켰다. 우선 블랙의 원목마루를 헤링본 스타일로 집 안 전체에 깔고, 인더스트리얼 느낌의 블랙 철판을 거실 한쪽 벽면부터 주방까지 모두 시공했다. 그리고 거실과 마주하는 주방 한쪽 벽면과 아이 방은 먼지를 머금었다가 환기를 시키면 모두 내뿜는다는 스타코를 화이트 컬러로 선택해 마감했다.
컬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블랙이 주는 차분함과 시크함이 돋보일 수 있도록 거실과 주방 벽면에는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작품과 마크 리부의 <에펠탑의 페인트공> 흑백 사진작품을 걸었더니 갤러리 느낌도 더해졌다.
“어둡고 칙칙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블랙 베이스에 놓인 가구는 무게감이 더해져 오히려 더 고급스러워 보이더라고요. 정말 베이스 선택을 잘했다 생각했죠. 아파트에 누가 블랙을 베이스로 사용하겠어요. 눈에 거슬리는 컬러를 최대한 자제하니 집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기능인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완성된 것 같아요.”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블랙 원피스에서 여성의 우아함을 발견하듯, 은은한 조명 아래의 블랙 공간은 삶을 한층 세련되게 만들어준다. 임 실장 역시 블랙 공간의 집을 꾸미면서 조명 또한 신경을 많이 썼다. 그냥 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조명을 중요하게 생각한 인테리어는 평범한 공간까지도 아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메인이 되는 거실 천장에 빛의 시인이라 불리는 독일의 조명 가구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의 작지만 위트가 넘치는 포인트 조명을 달아 활력과 재미를 주고, 또 거실 철판 벽면이나 맞은편 수납장 벽면에도 벽등을 다양하게 매치했다. 다른 장식 없이 블랙 벽지와 블랙 붙박이장 등 올 블랙 컬러로 꾸민 침실 역시 조형미가 돋보이는 조명으로만 포인트를 줘 공간에 깊이감을 더했다.
“아무리 값비싼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해도 집에 그만의 향기나 스타일이 없으면 사람 자체도 멋져 보이지 않는거 같아요. 집은 삶과 내면을 드러내는 공간이잖아요. 집도 패션처럼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꾸면 생활이 한층 세련돼지고 누가 와도 당당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게 돼요.”
임 실장은 집을 꾸미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우리 집에 어떤 것이 어울리는지 가구와 소품을 직접 구입해 꾸며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단, 클래식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너무 정통 클래식만 고집하는 것은 금물이란다. 클래식 스타일을 고르더라도 좀 더 모던한 디자인, 요즘 스타일에 맞게 현대화한 것들을 선택하면 자신의 스타일도 살리면서 집도 좀 더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시하게 꾸밀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조건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면 재미없잖아요. 저도 그동안 꿈꿔왔던 블랙을 주조색으로 한 집을 꾸며봤으니 앞으로는 레드, 옐로, 블루 등 비비드한 컬러를 다양하게 믹스해서 써보고 싶어요. 자신만의 컬러를 찾고 그것을 집이라는 공간에 감각 있게 표현하는 것, 이게 바로 자신을 사랑하고 인생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요.”
- 1 성수동에 위치한 에스엘디자인 사무실. 가공하지 않은 자작나무 합판이 주는 내추럴함이 공간을 압도한다. 2 에스엘디자인 이준현 대표의 방. 거친 파벽돌을 시공한 벽면과 철제 선반이 감각적인 인더스트리얼 공간을 연출해준다. 3 사무실 2층에 있는 부엌. 별다른 장식 없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노출 콘크리트 벽과 자작나무 합판으로 시공한 주방 가구가 내추럴한 분위기를 한층 살려준다. 4 영국에서 구입했다는 법랑 세면대. 보기에만 예쁜 장식품이 아니라 민트에스엘 숍 한쪽에 설치해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 5 임지영 실장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패브릭 컬렉션. 위트 있는 패턴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패브릭 소품이 가득하다. 6 감각적인 조명과 모노톤의 사진 작품의 매치는 그녀의 집은 물론 숍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