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종이 어디 사람인지는 알지 못한다. 항상 삼베옷을 입었고, 혹 이를 겹쳐서 납의(納衣)로 삼기도 하였다. 그런 까닭에 세상에서는 그를 마의도사(麻衣道士)라 불렀다.
몸에 부스럼이 많았고, 성격도 일정하지가 않았다. 항상 광릉(廣陵)의 백토(白土) 광산에서 품팔이를 하였다. 노래를 부르고 밧줄을 잡아당기면서, 스스로 흐뭇하고 화창하게 생각하였다. 품삯을 받으면 받는 대로 사람들에게 보시하였다. 깃들고 쉬는 것은 정해진 장소가 없었다. 어느 때에는 숨었다가 불쑥 나타나기도 하였다.
당시 고평(高平)의 단기(檀祇)가 강도(江都)의 수령이 되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불러 응대하니, 기연에 민첩하여 구애되고 막히는 것이 없었다. 학문에 널리 통달하여, 예전 일을 상고하였다. 또한 변설이 깊은 선비였다. 이에 시 한 수를 지었다.
욕심 있으면 부족한 것이 괴로우나
욕심 없으면 근심 또한 없어라.
아직 맑게 마음 비운 것이 아니라서
새끼 띠 두르고 검은 갖옷 입었네.
한 세상 떠돌며 흐르기를
매어 두지 않은 배와 같이 하라.
번뇌 다할 때를 맞아
산 구릉에 깃들이리라.
단기는 비상한 사람임을 알았다. 그를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면서, 무명 서른 필을 보냈다. 사종은 이를 모두 걸인들에게 주었다.
후에 성명을 알지 못하는 어떤 한 도인이 있었다. 항상 지팡이 하나와 상자 하나를 가지고 다녔다. 어느 날 해가 저물 무렵에 해염령(海鹽令)을 찾아와 말하였다.
“며칠 동안 길을 가고자 하여, 잠깐 사람 하나를 쓸까 합니다. 줄 수 있습니까?”
해염령이 마음대로 취해 가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는 곧 거위와 오리를 지키는 어린아이 가운데, 가장 못생기고 복장이 남루한 아이를 골라 거느리고 길을 떠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산 위에 이르니, 그곳에는 집이 있었다. 집 안에는 세 사람의 도인이 있었다. 서로 만나자 기뻐 함께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어린아이는 이해하지 못하였다. 점심 때가 되자 시장해져 도인은 어린아이를 위하여 주인에게 나아가 먹을 것을 빌었다. 작은 사발에 음식을 얻어 왔다. 모양이 익힌 쑥과 같았다. 이것을 먹으니, 배고픈 것이 멎었다. 어둠이 서리자 도인은 그곳을 떠나 돌아가려고 하였다. 집 안 사람의 묻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는 사종이 있는 곳을 아는가? 그의 유배생활은 언제쯤이나 끝나는가?”
그러자 도인이 말하였다.
“서주(徐州) 강북의 광릉 백토 광산에 있으며, 그의 유배기간을 헤아려보니 모두 마쳤습니다.”
집 안의 사람은 곧 편지를 썼다.
“부탁하노니 그대가 전해주게나.”
도인은 편지를 어린아이에게 부탁하였다. 새벽 무렵에 곧 현(縣)에 이르러 해염령과 만나서 말하였다.
“며칠 이곳에 머물고자 합니다.”
그러자 현령은 매우 좋다고 하면서 물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느냐?”
도인이 대답하였다.
“책과 소(疏)뿐입니다.”
도인은 꼭 관청 일을 보는 청사에서 잠을 잤다. 상자와 지팡이는 침상머리에 붙여 두고 지녔다. 현령이때를 노려, 사람을 시켜 이것을 훔쳐서 보고자 하였다. 도인은 미리 그것을 알고 해가 저물자마자, 상자와 지팡이를 높이 매달아놓고 바로 그 아래에 누웠다. 그러므로 영영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 후 현령 곁을 떠나면서 말하였다.
“제가 잠시 머물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항상 남의 물건을 훔치려 하므로, 바로 그것 때문에 곧 떠나는 것입니다.”
현령은 앞서 따라갔던 어린아이를 불렀다. 그간에 경유한 곳을 물어보니, 어린아이가 말하였다.
“도인은 나에게 지팡이를 잡게 하고 바람처럼 떠나자, 혹 발 밑에 파도와 물결소리가 들려왔을 뿐입니다.”
아울러 산 속의 사람이 보낸 편지가 아직도 자신의 옷 허리띠에 있다고 말하였다. 이에 현령은 그 편지를 열게 하여 이를 보았다. 그러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그 편지를 베껴 써서 취하고, 본래의 편지는 봉하여 사람을 시켜 어린아이를 전송하였다. 백토 광산에 이르러, 사종에게 편지를 보내주게 하였다. 사종은 편지를 열어보고 크게 놀랐다.
“네가 어떻게 봉래(蓬萊) 도인의 편지를 얻었느냐?”
그 후 사종은 남쪽 오(吳)나라 회계(會稽) 지방을 노닐었다. 어느 날 어량(漁梁)을 지나다가, 고기잡이들이 마구잡이로 고기를 잡는 것을 보았다. 사종이 곧 상류(上流)에서 목욕을 하니, 고기 떼가 모두 흩어졌다. 몰래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이와 같았다.
그 후 상우(上虞)의 용산(龍山) 대사(大寺)에서 쉬었다. 『장자』와 『노자』이야기를 잘하고, 『논어(論語)』와 『효경(孝經)』을 탐구하여 밝혔다. 그러면서도 빛을 감추고 자취를 숨겼기에, 세상에서는 그를 알지 못했다.
회계의 사소(謝邵)ㆍ위매지(魏邁之)ㆍ위방지(魏放之) 등은 모두 그의 돈독한 논리가 깊고 넓다 하여, 모두 스승으로 모시고 수업하였다.
그 후 함께 머물던 사문이, 사종이 밤에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자못 봉래의 일을 말하였다. 새벽이 되자 문득 사종이 간 곳을 알 수 없었다. 도연명(陶淵明)의 기록에 “백토 광산에서 세 사람의 색다른 법사를 만났다”고 하였는데, 그가 그 가운데 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말하였다.
“어떤 장사꾼이 바다를 건너 가다가, 외따로 떨어진 섬 위에서 한 사문을 만났다. 편지를 맡기면서 사종에게 전하라고 하였다. 편지를 배 안에 두었다. 동료가 그 편지를 보려고 하였다. 그러자 편지가 배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배가 백토 광산에 이르자 편지가 날아서 사종에게로 나아가니, 사종이 갖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