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길동이
제사를 극진히 받들어 삼년상을 마치고 나서는,
모든 영웅을 모아 무예를 익히며 농업에 힘을 쓰니,
병사는 잘 조련되고 양식도 풍족했다.
남쪽에 율도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으니,
기름진 평야가 수천 리나 되어 실로 살기 좋은 나라라,
길동이 매양 마음 속으로 생각해 오던 바였다.
모든 사람을 불러 말하기를,
"내가 이제 율도국을 치고자 하니 그대들은 최선을 다하라." 하고는
그날 진군을 하였다.
길동은 스스로 선봉장이 되고, 마숙으로 후군장을 삼아,
잘 훈련된 병사 오만을 거느리고 율도국 철봉산을 다다라 싸움을 걸었다.
율도국 태수 김현충이 난데없는 군사가 이름을 보고 크게 놀라,
왕에게 보고하는 한편 한 부대의 군사를 거느리고 내달아 싸웠다.
길동이 이를 맞아 싸워
한 번의 접전에 김현충을 베고 철봉을 얻어 백성을 달래어 위로하였다.
정철로 철봉을 지키게 하고, 대군을 지휘해 움직여 바로 도성을 치는데,
격서(檄書)를 율도국에 보냈으니,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의병장 홍길동은 글을 율도왕에게 부치나니,
대저 임금은 한 사람의 임금이 아니요, 천하 사람의 임금이라.
내 하늘의 명을 받아 병사를 일으켜
먼저 철봉을 파하고 물밀 듯 들어오고 있으니,
왕은 싸우고자 하거든 싸우고,
그렇지 않으면 일찍 항복하여 살기를 도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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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다 보고 나서 소리쳐 말하기를,
"우리 나라가 철봉을 굳게 믿거늘, 이제 잃었으니 어찌 대항하랴." 하고는,
모든 신하를 거느리고 항복했다.
길동이 성중에 들어가 백성을 달래어 안심시키고 왕위에 오른 후,
전의 율도왕으로 의령군을 봉했다.
마숙과 최철로 각각 좌의정과 우의정을 삼고,
나머지 여러 장수에게도 각각 벼슬을 내리니,
조정에 가득 찬 신하들이 만세를 불러 하례하였다.
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삼년에 산에는 도적이 없고,
길에서는 떨어진 물건을 주워 가지지 않으니, 태평세계라고 할 만하였다.
왕이 백룡을 불러,
"내가 조선 성상께 표문(表文)을 올리려 하니,
경은 수고를 아끼지 말라." 하고 당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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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길동은
표문과 편지를 홍씨 집안으로 부쳤다.
백룡이 조선에 도착하여 먼저 표문을 올리니,
임금이 표문을 보고 크게 칭찬해,
"홍길동은 진실로 기이한 인재로다." 하고는,
홍인형을 위로 사신을 삼아 유서(諭書)를 내렸다.
인형이 임금의 은혜에 감사한 후 돌아와
모부인에게 임금과 이야기한 바를 말씀 드리니,
부인이 또한 가려 하였다.
인형이 마지못해
부인을 모시고 출발하여 여러 날만에 율도국에 이르렀다.
왕이 맞이해 향안을 배설하고
유서를 받은 후 모부인과 인형을 환대하였다.
산소를 찾아본 후 대연을 베풀어 즐겼다.
여러 날이 되자 유씨가 홀연 병을 얻어 죽으매,
선능에 쌍장(雙葬)하였다.
인형이 왕을 하직하고 본국에 돌아와 임금까지 보고하니,
임금이 모친상 당했음을 위로하였다.
율도왕이 삼년상을 마치니,
대비도 이어 세상을 떠나 선능에 안장하고, 삼년상을 마쳤다.
왕이 삼자이녀를 낳으니,
장자와 차자는 백씨 소생이고, 삼자와 차녀는 조씨 소생이었다.
장자 현으로 세자를 봉하고 그 나머지는 다 군으로 봉하였다.
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삼십년에 갑자기 병이 들어 별세하니
나이 72세였다.
왕비도 이어 죽으니 선능에 안장한 후,
세자가 즉위하여 대대로 이으면서 태평스럽게 살아가더라.
-이 상(以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