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년 김용창의 뜨거운 외침
한영미 글 |허구 그림
96쪽 | 185×245 | 값 12,000원 | 대상_ 초등 중학년
ISBN 978-89-7650-515-6 74810
www.sanh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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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서 독립운동>의 구성과 특징
이 책은 아주 독특합니다. 사실에 충실한 인물이야기이기도 하고, 문학성 높은 동화이기도 하니까요. 이야기는 소년의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이젠 기억하는 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겠지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소년이 자신의 삶을 직접 들러줍니다. 일곱 마디로 엮은 이야기이지만, 풀어놓는 시간대와 형식으로 보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부분은 대전형무소에 갇혀 있는 장면입니다. 일본 경찰에게 받은 고문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지만, 정신은 오히려 또렷하지요. 떠나온 고향집의 정경과 보고 싶은 가족들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손에 쥔 몽당연필로 담벼락에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다음은 이야기의 줄기를 이루는 부분입니다. 어린 소년이 냇가에 쪼그리고 앉아 우리 글로 숫자를 쓰는 첫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장면이지요. 우리 말과 글을 못 쓰게 하던 숨 막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 장면은 또한 소년이 이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고단한 생활을 하면서도, 왜 피맺힌 심정으로 거리의 담벼락에 글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심리적 배경을 보여줍니다. 이 나라의 내로라하는 작가들마저 헌신짝 내던지듯 우리 글을 버리고 일본 왕에 대한 충성을 외치는데 말이지요. 결국 소년은 일본 경찰에 붙잡혀 온갖 고문을 당하고, 경성지방법원에서 징역을 선고받아 대전형무소에 갇힙니다.
마지막 부분은 소년의 죽음 이후를 다룹니다. 그런데 혼이 불려나오기라도 한 듯,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소년 자신입니다. 이 부분은 두 장면으로 나뉩니다. 앞 장면은 죽음 직후의 상황입니다. 일본 경찰은 소년이 죽은 다음에야 집으로 통지서를 보냅니다. 소년이 나라에 큰 죄를 지어 감옥살이를 하다가 병에 걸려 죽었다고요. 아버지는 이웃 몰래 소년을 동네 밖 야산에 묻고, 그 아픔을 가슴속에서만 삭이다가 불과 열흘 뒤 자식의 뒤를 따르게 됩니다. 소년은 이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집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뒤, 경성지방법원 판결문에서 소년의 이름이 발견됩니다. 반세기가 지나 비로소 그 이름이 알려진 것이지요. 마지막은 독립된 우리나라에서 소년이 가슴을 펴고 걸어가는 장면입니다. 예쁜 꽃들이 다투어 피어 있는 둑길을 소년이 걸어갑니다. 이 장면은 차라리 한 편의 시입니다. 슬프고 아름답게 가슴에 스며드는 독백입니다. 오래도록 외로웠을 소년의 마음과 결연한 그 뜻을 이제 우리가 이어받아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완전하고 영원한 독립을 바라던 그의 소망을요.
● 우리가 기억해야 할 우리 역사
역사는 보통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됩니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들이나, 그것에 대한 기록을 일컫지요. 이 둘은 다른 듯하면서도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습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리 의미 있던 사건도 아무리 소중했던 사람도 잊히고 마니까요. 어떤 진실도 우리가 기억하고 또 기록하지 못하면 잊혀집니다. 그래서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몫이라는 말도 생겨났나 봅니다. 돌이켜보면, 온갖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우리 역사가 면면히 이어진 것은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수많은 분들의 헌신과 희생 덕분일 것입니다. 소년 김용창은 무기를 들고 싸우거나 역사에 화려하게 기록될 만한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배울 만큼 배우고 제법 시를 쓴다는 이름난 사람들마저 겨레의 현실에 등 돌리던 그 시절에 소년은 묵묵히 담벼락에 진실을 새겼던 것입니다. 이 책이 소년 김용창을 영웅처럼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삶을 온전히 기억하고자 하는 까닭입니다. 마침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 작품 속에서
“해가 설핏 기울고 있습니다. 또 하루가 지나가나 봅니다. 달빛이 쇠창살 사이로 들어와 나를 비춥니다. 고향집 산 위에도 저 달이 떠 있겠지요. 우리 집이 그립습니다. 아버지가 지게 지고 들어서시던 삐걱 대문과 해거름까지 동생들과 뛰놀던 앞마당, 어머니가 애지중지 아끼시던 울타리 옆 장독들도 보고 싶습니다. 학교 갈 때 건너던 관리천의 징검다리와 철마다 오르내리던 유봉신아 눈에 선합니다. 칠흑 같은 어둠에서 벗어나 고향집 갈 날을 기다립니다. ‘곧 볼 수 있을 거야. 아버지가 찾아오시겠지.’ 마음속으로 이 말을 수백 번 되뇌입니다.”
“조선 독립 만세! 조선인들이여, 잠에서 깨어나 독립 조선을 일으켜 세우자.”
“나는 들판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관리천으로 갑니다. 관리천 냇가에는 예나 지금이나 아롱아롱 꽃들이 피어 있어요. 나는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봅니다. 파란 달개비꽃, 분홍 메꽃, 노란 달맞이꽃, 하얀 냉이꽃‥‥‥. 질경이, 씀바귀, 민들레에도 눈을 맞추고, 강아지풀과 바랭이풀에도 손을 뻗어 봅니다. 손바닥에 전해 오는 풀들이 간지럽습니다.”
● 김용창 선생의 발자취
- 1926년 8월 3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상두리에서 태어나다.
- 향남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일을 돕다가, 4년 뒤 경성(지금의 서울)으로 올라오다.
- 경성제국대학 청소부로 일하다가 체신국 보험관리소 사환으로 일자리를 옮기고, 밤에는 경성덕수공립상업학교 야간부에서 공부하다
- 직장에서 일본인들이 행하는 차별과 일본총독부의 노골적인 식민지 정책에 분노하다. 혼자서 조선 역사를 공부하면서 민족의식에 눈뜨다.
- 1944년 5월, 종로 거리와 건물들의 담벼락에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는 글을 쓰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심한 고문을 받다.
- 1944년 12월, 경성지방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과 일본 천황 모독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다.
- 1945년 4월 3일, 대전형무소에서 복역 중 세상을 뜨다.
- 1995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애국장을 받고 독립지사로 인정받다.
● 차례
달빛
물 위에 쓴 글자
꿈을 찾아
경성의 봄
조선일들이여, 보라!
벽에 새긴 독립운동
지워지지 않은 글자
글쓴이의 말_ 달리는 소년, 김용창
● 지은이 소개
글쓴이_ 한영미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 정문리라는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들려주신 옛날이야기 덕분에 문학에 눈떠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습니다. 눈높이 아동문학대전과 MBC 창작동화대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아르코 창작기금을 수상했습니다. 그동안 《나뭇잎 성의 성주》 《부엉이 방구통》 《동지야, 가자!》 《나는 슈갈이다》 《가족을 주문해 드립니다!》 《동생을 반품해 드립니다!》 《친구를 바꿔 드립니다!》 등의 동화책을 펴냈습니다.
그린이_허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습니다. 그동안 《왕이 된 소금장수 을불이》 《우무의 눈물》 《둥글이 누나》 《박띄엄이 노는 법》 《금두껍의 첫 수업》 《얼굴이 빨개졌다》 《여름이를 찾아서》 《바람으로 남은 엄마》 《학교가 사라진 날》 등의 동화책과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 《박선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김득신》 《황병기》 《우당 이회영》 등의 인물이야기에 그림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