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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이송(樹碑而頌)
비석을 세워서 칭송하다는 뜻으로, 옛날 뛰어난 학덕을 칭송해 후세 사람들이 배워 본받게 하려는 것이다.
樹 : 세울 수(木/12)
碑 : 비석 비(石/8)
而 : 말 이을 이(而/0)
頌 : 기릴 송(頁/4)
진주에서 출발해서 대전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따라 20분쯤 달리다 보면 단성(丹城) 출입구가 나온다. 그 출입구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산 밑에 여러 채의 기와집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배산서원(培山書院)이다.
1587년 경상도 유림들이 신안(新安)의 구산(邱山)에 청향당(淸香堂) 이원(李源) 선생의 사당을 지었는데, 이것이 배산서원의 시초이다. 1792년에 이르러 배산에 배산서원을 지어 청향당(淸香堂)을 향사(享祀)하고, 그 조카 죽각(竹閣) 이광우(李光友) 선생을 종향(從享)했다. 그러다가 1868년에 이르러 훼철당했다.
1923년 청향당의 후손 진암(眞庵) 이병헌(李炳憲) 선생이 다시 배산서당(培山書堂)을 지었다. 그 안에 문묘(文廟)를 세워 공자(孔子)를 모셨다. 산동성(山東省) 곡부(曲阜) 공묘(孔廟)에서 공자의 초상화를 모사해 와서 모셨다. 그 아래 도동사(道東祠)를 짓고,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 청향당을 봉안(奉安)하고, 죽각을 종향으로 모셨다.
우리나라에서 성균관이나 향교 이외에 서원에서 공자를 모신 유일한 곳이다. 유교를 새롭게 하기 위해 유교를 종교화한 공자교(孔子敎) 운동의 한국 본산(本山)이었다. 퇴계와 남명 두 선생을 성인(聖人)급으로 승격하여 이자(李子), 조자(曺子)라고 위패를 모셨다. 퇴계 선생과 남명 선생을 동시에 모신 서원도 전국에서 유일하다. 오랫동안 배산서당으로 부르다가 지금은 다시 옛날 서원의 이름을 회복하여 배산서원으로 부른다.
2023년 5월 7일 비가 계속 내리는 가운데 유림, 지역인사, 후손 등 500여 명이 모여 배산서원 옆에서 수비(樹碑) 고유제 및 개막식을 장엄하게 거행하였다.
청향당은 퇴계·남명 두 선생과 동갑으로 두 선생과 도의지교(道義之交)를 맺어 그 학덕이 높았다. 죽각은 퇴계·남명의 뛰어난 제자였다. 청향당의 조부 황해도 관찰사 이계통(李季通) 공이 배양에 처음으로 자리 잡았으니, 지금부터 600년 가까이 되었다.
배산의 입향조 이계통 공과 그 손자 청향당, 청향당의 조카 죽각, 청향당의 후손 진암, 죽각의 9대 종손(宗孫) 만은(晩隱) 이상보(李尙輔) 공 등의 비석을 한 자리에 세웠다. 비석을 세우는 것은 양반 자랑이나 가문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옛날 뛰어난 학덕을 칭송해 후세 사람들이 배워 본받게 하려는 것이다.
3년여 동안 코로나가 심하게 유행하여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못 했다. 그동안 서원이나 향교에서 행사를 할 수 없었으니, 코로나의 피해를 가장 크게 받았다. 500여 명 운집한 유림들 속에서 유림의 기운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느꼈다.
옛날 것만 회복하자는 것이 유림활동의 목적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학문과 전통문화를 되살리고 윤리 도덕을 회복하자는 것이 유림들의 간절한 염원이다.
▶️ 樹(나무 수)는 ❶형성문자로 树(수)의 본자(本字)이다.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尌(주; 손으로 물건을 세운 모양; 수)와 살아서 서 있는 나무(木)의 뜻이 합(合)하여 나무를 뜻한다. ❷형성문자로 樹자는 '나무'나 '심다', '세우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樹자는 木(나무 목)자와 尌(세울 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尌자는 그릇 위에 묘목을 심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세우다'는 뜻이 있다. 그래서 尌자는 樹자 이전에 쓰였던 글자였다. 갑골문에 나온 樹자를 보면 木(나무 목)자가 없는 尌자가 그려져 있었다. 尌자는 손으로 묘목을 심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지만 소전에서는 여기에 木자가 더해지면서 이것이 나무와 관계된 글자임을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樹(수)는 ①나무 ②심다 ③세우다 ④막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살아 있는 나무를 수목(樹木), 나무가 우거진 숲을 수림(樹林), 나무의 종류를 수종(樹種), 나무와 돌을 수석(樹石), 산수화나 수석화에 있어서의 나무를 그리는 법을 수법(樹法), 나무나 풀에 내려 눈처럼 된 서리를 수상(樹霜), 나무의 잎을 수엽(樹葉), 나무의 가지를 수지(樹枝), 울창한 삼림의 광대함을 바다에 비유하여 일컫는 말을 수해(樹海), 땅속에서 빨아 올리어 나무 속에서 양분이 되는 액을 수액(樹液), 나무를 심음을 식수(植樹), 과실나무로 열매를 얻기 위하여 가꾸는 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과수(果樹), 베풀어 세움을 건수(建樹), 어린나무로 한두 해쯤 자란 나무를 치수(稚樹), 매우 큰 나무를 거수(巨樹), 큰 나무를 대수(大樹), 종자나 꺽꽂이감 따위를 얻기 위하여 기르는 나무를 모수(母樹), 줄지어 선 나무를 열수(列樹), 꽃이 피는 나무를 화수(花樹), 여러 가지가 섞인 수목을 잡수(雜樹), 나무 아래와 돌의 위라는 뜻으로 한데에서 잔다는 말로서 출가한 몸 또는 불교에서 수행함을 이르는 말을 수하석상(樹下石上), 수목이 하늘을 찌를 듯이 울창하다는 말을 수목참천(樹木參天),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도 독이 있다는 뜻으로 고문이나 불법 도청 등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독수독과(毒樹毒果), 장군의 별칭으로 매사에 겸손하고 말 없이 수고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대수장군(大樹將軍), 한 나무에서 백 배를 수확한다는 뜻으로 인물을 양성하는 보람을 이르는 말을 일수백확(一樹百穫), 봄철의 수목과 저녁 무렵의 구름과 벗에 대한 모정이 일어남의 비유한 말을 춘수모운(春樹暮雲), 아무리 기다려도 소용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철수개화(鐵樹開花),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심는다는 말을 적지적수(適地適樹) 등에 쓰인다.
▶️ 碑(비석 비)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돌 석(石; 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평평하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卑(비)로 이루어졌다. 평평한 돌이, 전(轉)하여 비석을 뜻한다. ❷형성문자로 碑자는 '비석'이나 '돌기둥', '비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碑자는 石(돌 석)자와 卑(낮을 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卑자는 '비천하다'는 뜻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 역할만을 하고 있다. 보통 비석이라고 하면 무덤 앞에 세워놓는 묘비(墓碑)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대 중국에서는 그 시대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비석에 새겨 기록해 놓았다. 후대에 자신들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일종의 기념비를 뜻했던 글자가 바로 碑자이다. 그래서 碑(비)는 사적(事蹟)을 후세에 오래도록 전(傳)하려고 돌이나 쇠붙이에 글을 새기어 세워 놓은 것. 가첨석(加檐石)이 있는 것으로서, 갈(碣)과 구별됨의 뜻으로 ①비석(碑石) ②돌기둥 ③석주(石柱: 종묘의 문 안에 세워 희생을 매달던 기둥 모양의 돌) ④비문(碑文) ⑤비를 세우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사적을 기념하기 위하여 글을 새겨서 세운 돌을 비석(碑石), 비석에 새긴 글을 비문(碑文), 비석에 새긴 글을 비명(碑銘), 비석의 앞면을 비표(碑表), 비석에 새긴 기록을 비기(碑記), 비를 세우고 비바람을 막으려고 그 위를 덮어 지은 집을 비각(碑閣), 죽은 사람의 신분과 성명과 행적과 자손과 나고 죽은 때 등을 새긴 무덤 앞에 세우는 비석을 묘비(墓碑), 돌로 만든 비석을 석비(石碑), 나무로 만든 비석을 목비(木碑), 비를 세움을 건비(建碑), 시를 새긴 비석을 시비(詩碑), 옛날의 비석을 고비(古碑), 비석에 새김을 각비(刻碑), 깨어진 비석 또는 비석을 깨뜨림을 파비(破碑), 여러 사람이 서로 입으로 전하여 옮김을 구비(口碑), 오래도록 어떤 뜻 깊은 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비를 기념비(記念碑), 어떠한 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비를 기념비(紀念碑), 공덕을 칭송하여 후세에 길이 빛내기 위하여 세운 비를 송덕비(頌德碑), 만인의 입이 비를 이룬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칭찬하는 것이 송덕비를 세우는 것과 같음을 이르는 말을 만구성비(萬口成碑), 비를 세워 이름을 새겨서 그 공을 찬양하며 후세에 전한다를 이르는 말을 늑비각명(勒碑刻銘) 등에 쓰인다.
▶️ 而(말 이을 이, 능히 능)는 ❶상형문자로 턱 수염의 모양으로, 구레나룻 즉, 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을 말한다. 음(音)을 빌어 어조사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而자는 '말을 잇다'나 '자네', '~로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而자의 갑골문을 보면 턱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수염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而자는 본래 '턱수염'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而자는 '자네'나 '그대'처럼 인칭대명사로 쓰이거나 '~로써'나 '~하면서'와 같은 접속사로 가차(假借)되어 있다. 하지만 而자가 부수 역할을 할 때는 여전히 '턱수염'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한다. 그래서 而(이, 능)는 ①말을 잇다 ②같다 ③너, 자네, 그대 ④구레나룻(귀밑에서 턱까지 잇따라 난 수염) ⑤만약(萬若), 만일 ⑥뿐, 따름 ⑦그리고 ⑧~로서, ~에 ⑨~하면서 ⑩그러나, 그런데도, 그리고 ⓐ능(能)히(능) ⓑ재능(才能), 능력(能力)(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30세를 일컬는 말을 이립(而立), 이제 와서를 일컫는 말을 이금(而今), 지금부터를 일컫는 말을 이후(而後), 그러나 또는 그러고 나서를 이르는 말을 연이(然而), 이로부터 앞으로 차후라는 말을 이금이후(而今以後), 온화한 낯빛을 이르는 말을 이강지색(而康之色), 목이 말라야 비로소 샘을 판다는 뜻으로 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일이 지나간 뒤에는 아무리 서둘러 봐도 아무 소용이 없음 또는 자기가 급해야 서둘러서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갈이천정(渴而穿井),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주 다른 것을 이르는 말을 사이비(似而非), 공경하되 가까이하지는 아니함 또는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꺼리어 멀리함을 이르는 말을 경이원지(敬而遠之), 뾰족한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뜻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재능이 밖으로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영탈이출(穎脫而出), 서른 살이 되어 자립한다는 뜻으로 학문이나 견식이 일가를 이루어 도덕 상으로 흔들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삼십이립(三十而立), 베개를 높이 하고 누웠다는 뜻으로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잠잘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고침이와(高枕而臥), 형체를 초월한 영역에 관한 과학이라는 뜻으로 철학을 일컫는 말을 형이상학(形而上學), 성인의 덕이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유능한 인재를 얻어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짐을 이르는 말을 무위이치(無爲而治) 등에 쓰인다.
▶️ 頌(칭송할 송/기릴 송, 얼굴 용)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머리 혈(頁; 머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모습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公(공→송)으로 이루어졌다. 얼굴 모양이나 모습을 뜻한다. 나중에 본래(本來)의 뜻이 쇠퇴되고, 주로 奬(장; 권장하다, 칭찬하다)의 뜻으로 빌어 썼다. ❷형성문자로 頌자는 '칭송하다'나 '기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頌자는 公(공변될 공)자와 頁(머리 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公자는 물건을 반으로 나눈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공→송'으로의 발음 역할만을 하고 있다. 頌자는 본래 사람의 '얼굴'이나 '용모'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頌자에 아직도 '얼굴'이나 '용모'라는 뜻이 남아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頌자는 사람을 찬양한다는 의미에서 '칭송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頌(송, 용)은 (1) '칭송할 송/기릴 송'의 경우는 ①칭송하다(稱頌--), 기리다 ②낭송하다(朗誦--) ③외우다, 암송하다(暗誦--) ④시체(詩體)의 이름 ⑤문체(文體)의 이름 ⑥점사(占辭: 점괘에 나타난 말) (2) '얼굴 용'의 경우는 ⓐ얼굴, 용모(容貌) ⓑ용서하다(容恕--), 관용하다 ⓒ공변되다(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稱(일컬을 칭/저울 칭), 褒(기릴 포, 모을 부), 譽(기릴 예/명예 예), 讚(기릴 찬) 등이 있다. 용례로는 공덕을 칭찬하여 기림을 칭송(稱頌),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 또는 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노래를 송가(頌歌), 경사스러움을 찬양하고 축하함을 송축(頌祝), 공적이나 인격을 기림 또는 덕망을 찬양하여 기림을 송덕(頌德), 덕을 기리고 찬양함을 찬송(讚頌), 부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를 게송(偈頌), 죽은 뒤에 그 공적이나 선행 등을 칭송함을 추송(追頌), 미덕을 칭찬함 또는 감사하여 칭찬함을 찬송(贊頌), 여러 사람이 기리어서 말하는 소리를 송성(頌聲), 축하하며 칭송함을 하송(賀頌), 공덕을 칭송하는 노래를 가송(歌頌), 여러 사람이 모두 한결같이 칭송함을 일컫는 말을 만구칭송(萬口稱頌), 비석을 세워서 칭송하다는 뜻으로 옛날 뛰어난 학덕을 칭송해 후세 사람들이 배워 본받게 하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수비이송(樹碑而頌)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