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후보자 발언, 전체적 맥락 고려해야"
윤석열 대통령 1심, 기존 판례대로 유죄 판결
민주당은 '행위' 빼는 선거법 개정 추진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둘러싼 논란은 법조계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의 거짓말이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일을 막으려면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처벌 범위가 너무 넓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주장이 맞서온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 1항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 등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은 모두 202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재명은 1·2심에서 유무죄가 갈렸지만, 작년 5월 대법원이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재명 사건은 재직 중으로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2022년 대선에 출마했던 전현직이 나란히 같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했다.
지금까지 판례는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과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고 허위사실공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윤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순표)는 “후보자 발언은 당시 상황과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 일반 선거인이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이재명 사건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내린 대법원도 “이재명의 발언은 유권자들에게 사실과 다른 잘못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재명 측은 재판 과정에서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구성 요건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과잉 금지의 원칙을 위반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조항은 2021년 헌법재판소가 이미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재명 사건 대법원 판결 때도 의견은 엇갈렸다. 대법관 다수(12명 중 10명)는 “허위사실공표죄에서 말하는 ‘사실’이란 선거인이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며 “(이재명의 발언은) 선거인의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해 앉아 있다.
반면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선거 과정의 공방 속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발언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사실과 의견 또는 평가가 혼재돼 있어 사실의 허위성을 명확히 가릴 수 없는 것이 많다”며 “대법원이 선거의 공정성을 내세워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범위를 넓히는 해석 방향을 취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발상”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민주당은 현재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행위’와 같은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는 유권자나 후보자에게 명확한 법 적용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며 “이로 인해 단순한 의혹제기나 경미한 표현까지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했다.
이재명 측이 재판 과정에서 주장한 논리와 같은 내용이다. 이 개정법안은 소위는 통과했지만,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은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행위’를 처벌 대상에서 빼려는 시도는 정치인이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조항의 입법 취지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혼동을 주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