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S] VW 게이트!!
토요타와 함께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 1~2위를 번갈아 차지하던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공룡이었던 VW이 어쩌다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참으로 납득하기 힘듭니다. 시가총액이 거의 100조에 달하고,(작년 기준 90조 8000억) 그야말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브랜드로 브랜드 가치만 거의 1조 이상에 달하는 이 회사가....
왜 이런 터무니 없는 짓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저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단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미국 환경 보호국인 EPA가 실시하는 배기가스 검출 테스트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VW의 차량이 실제로 소비자들이 운행할 때에는 기준치에 거의 40배에 달하는 질산화합물을 배출한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테스트 때에만 배기가스 기준치에 달성되며 실주행시에는 연비를 위해 이 장치를 끄도록 하는 교묘한 소프트웨어가 숨겨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해당 엔진은 공교롭게도 VW이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팔아왔으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심지어 디젤 세단의 무덤과도 같은 미국 시장까지 진출했던 TDI 엔진입니다.
골프, 제타, 비틀, 파사트와 같은 VW의 가장 핵심 볼륨 라인업과 더불어 아우디 A3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고 2008년 이후 판매된 거의 대부분의 TDI가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것만 집계해도 약 48만대 가량이라고 합니다.
글로벌로 따지면 과연 몇 대나 될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유럽에는 특히 더 많이 팔렸으니 아마도 100만대는 가볍게 넘길 듯 합니다. 국내에서만 해도 6만대가 팔렸다고 할 정도니까요. (추가: 전세계적으로 따지면 해당 1,100만대가 팔렸다고 하는군요. 천만대.....상황이 정말 끔찍합니다.)
일단 EPA에서는 이 소프트웨어로 VW이 눈속임 내지는 과도한 배기가스 배출을 은폐하고 법만 통과하려 했다는 이유로 21조라는 무시무시한 벌금을 매길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정식으로 VW을 기소하여 벌금을 부과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 내 판매된 해당 차종 전체에 대해 의무적으로 리콜까지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선 21조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벌금을 정말 부과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일 듯 한데... 토요타의 경우 급발진, 그리고 가속 페달 결함 은폐라는 이유로 2014년 최종적으로 1조 2천억이라는 벌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었고, 이로 인해 토요타와 렉서스 판매량이 미국에서 급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자동차 업계 1위라는 자리는 단숨에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죠.
아무튼 1조 2천억이라는 말도 안되는 금액의 벌금을 실제로 부과하는 것이 미국이라는 겁니다. 물론 21조는 그보다 20배는 더 큰 금액이어서 정말 이걸 다 부과하고 VW이 정말 이걸 다 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진 않습니다. 아마 몇 년간에 걸친 송환과 조정절차를 거치게 되겠죠. 그래도 분명한 것은 금액은 줄일 수 있어도 피해갈 순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피해는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1. 시가총액의 1/5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되었다는 것은...
시가 총액의 1/5에 해당하는 막대한 벌금이 부과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VW 내부의 대대적인 문책은 당연한 것이겠고,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공공연히 문제를 은폐하려다 적발되어 벌어도 시원찮은 상황에 이 금액을 고스란히 날려야 한다는 사실로 인해 그들의 주가가 치명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미 아직 확실히 부과되지도 않은 벌금 액수와 동일한 액수의 시가총액이 주가폭락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주가 하락은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 이는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다는 뜻으로 아무리 두둑한 현금 보유고를 확보하고 있었다고 해도 막대한 예산이 집행되는 연구개발을 비롯해 글로벌 물류까지.... 그룹과 브랜드의 장기 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2. 리콜
지난번 타카타의 에어백 스캔들을 이야기하면서 벌금 뿐만 아니라 리콜에 따른 비용까지도 엄청나다는 이야기를 드린 바 있는데, 일단 미국 내에서 판매된 것만 48만대입니다. 이걸 전량 리콜하는 건 아예 회사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와도 같습니다. 실제로 VW은 해당 적발 차종에 대해 즉시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하고 판매된 차량에 대해 리콜을 검토할 예정이라 했는데, 전량 다 리콜할 경우....그 비용 역시 어마어마할 것이 뻔합니다.
3. 시작은 미국이었지만...
사건의 발단지는 미국이었지만, VW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고, 토요타와 1위를 두고 다투는 회사죠. 아시아, 남미, 중동, 오세아니아는 물론이고 미국을 제외한 가장 거대하고 오래된 텃밭인 유럽에서 잇달은 소송이 들어올 경우 과연 이걸 버텨낼 재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경우 한 EU FTA 체결로 인해 벌금이나 리콜 여부가 아직 확실하진 않은 상황이나 다른 대륙, 다른 나라에서는 이야기가 또 다를 수 있으니... 미국이 가장 심각한 벌금을 매기고 처벌을 가하는 것은 맞겠으나, 강진 이후 여진이 계속 이어지듯... 당분간 VW 내부는 조용할 날이 없을 듯 합니다.
4. 신뢰의 상실
이 모든 것을 떠나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신뢰의 상실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솔직히 말해 신뢰의 상실이라는 문제는 가장 빨리 잊혀지는 문제이기도 해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할 겁니다. 토요타와 렉서스만해도 그렇죠. 2008년 급발진 후 폭발 사고로 사망자가 나오면서 이후 사건 은폐라는 스캔들을 터트렸지만, 지금은 다시 미국 판매 1위로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꽤 빨리 잊혀질 수도 있겠으나, 다만 문제는 그 기간 동안 VW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입니다. 특히 유럽 시장으로 이 문제가 번질 경우, 무엇보다 본국인 독일에서 이 문제가 번질 경우 기업의 도덕성에 대해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독일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고, 어떤 브랜드이건 내수시장에서 힘을 잃어버리는 경우, 해외 시장 확대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바.
VW은 그야말로 돈보다 더 중요한 소비자의 신뢰를 단번에 잃어버리므로써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지도 모릅니다. 특히 미국에서 검사 통과 과정에 부정행위가 더 없었는지 조사하겠다고 하니, 만약 무언가 더 튀어 나온다면 손실은 더욱 더 치명적일 것입니다.
5. 다른 메이커들에게도 불똥이
이미 이 문제는 시작됐습니다. BMW, 푸조, 시트로엥과 르노를 비롯해 여타 승용 디젤 엔진을 개발해오고 판매해왔던 유럽 메이커들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이 닿기 시작했고, 그들의 주가도 상당폭 하락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승용 디젤 엔진 시장 자체의 파이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애써 뚫어놓은 미국 시장인데, VW의 사건으로 인해 다른 메이커들까지 장기적으로는 피해를 볼 수 있겠죠. 내부적으로는 VW 산하의 아우디에게도 지장이 갈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뭐 벤틀리나 람보르기니는....괜찮겠죠? 거긴 디젤 엔진이 없으니까.
이 사태를 두고 현 CEO 마틴 빈터콘은 즉시 사과하고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 이런 일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가? 꼭 이 방법 뿐이었는가? 라는 의문은 계속 남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VW이 미국 시장에 디젤 엔진을 안착시키면서 토요타에게 빼앗긴 1위를 되찾고자 무리수를 둔 것이다. 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정말 그 숫자에 목숨을 걸었단 말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할 여력이 있고, 또 정직하게 판매했더라면 자연스럽게 올라 앉을 수 있는 메이커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무리수를 뒀다는 건.... 아마도 경영진에서 일어난 정치적 암투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무리하게 미국 시장에 디젤 엔진 판매량을 올리고 그걸 실적삼아 차기 회장직을 노리려는 누군가의 계략?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아직 미국 EPA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극구 반대를 했음에도 애써 쥐어짜내어 방법을 만들라고 종용하지 않았나...라는 추측을 해 봅니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그간 VW에 쌓아온 신뢰가 한번에 무너진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특히 질산화합물의 경우 호흡기 질환의 직, 간접적인 원인이 된다고 하는 유해한 배기가스인데... 패밀리카의 대명사인 VW이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그 여파는 굉장히 깊고 오래갈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