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0. 8. 일요일.
오후에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석촌호수 서호 쉼터로 나갔다.
일요일 오후라서 그럴까? 호수 산책로를 따라서 걷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아서 나는 혹시라도 독감, 코로나 등에 감염될까 봐 걱정하면서 산책로 걷기를 포기했다.
대신에 방이동에 있는 전통재래시장 쪽으로 걸어나갔다.
허름한 가게들이 길 양섶에 즐비하다. 전통시장 입구에 들어서서 도로변 양쪽에 있는 먹을거리 가게를 기웃거리면서 장구경도 했다. 누렇게 잘 익은 멧돌호박에 욕심도 내고, 화초 가게 앞에서는 화분에 든 식물들을 구경했다. 꽃이 든 화분을 사고 싶은데도 감히 살 수가 없었다. 가뜩이나 등허리뼈가 아파서 어깨를 숙이고 걷는 내가 그 무거운 화분을 들고서 귀가할 수 있을까?
고개를 흔들고는 발길을 돌렸다.
빵집, 떡집 등 먹방가게 앞에서 기웃거리면서 사먹고 싶다는 욕구를 억눌러야 했다.
나는 당뇨병환자이기에 20년 가까이나 병원 다니면서 당뇨약을 먹기에 길거리에서, 장거리에서는 군것질을 자제해야 했다.
호떡집에서 호떡을 뜨겁게 굽는다.
먹고 싶다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는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내밀고는 호떡 한 개를 받았다.
무척이나 뜨겁고, 설탕즙이 조금씩 흐른다. 당뇨병환자가 이런 단맛을 즐기다니... 입 천장이 데일 것처럼 뜨거운 호떡을 다 먹고는 다시 돈을 내밀었고 또 하나를 더 먹었다.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했다. 당뇨병환자가 이래도 되는 거여? 하면서...
장구경을 한 뒤에 귀가하면서 호떡 세 개를 추가로 구입했고, 또 빵집에서는 둥그런 빵 6개를 샀다. 2천원에 3개씩이다.
봉지에 담아서 한 손에 들고는 귀가하였다.
아내는 요즘 독감에 걸렸다면서 오늘도 하루내내 거실에 누워 있다. 밥을 굶는 아내한테 줄 생각이었다.
집에 돌아와 아내한테 빵을 건네니 아내는 고개를 흔든다.
'뱃속이 메식거려요.'
'그래도 하나 먹어 봐.'
아내가 빵을 조금 뜯어먹고는 더 이상 먹지 않는다.
아무래도 뱃속이 울렁거리며, 메식거리나 보다.
나는 1949년 1월 말에 충남 보령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내가 기억하는 1950년대, 60년대 초에는 동네사람들은 왜그리 가난했던지 ...
먹을거리가 늘 부족해서 골골걸렸다. 아이들은 봄철이면 들판에서 '삐비'라는 풀의 새싹을 뽑아서 먹었고, 어린 소나무 새순(송순)과 찔레 순을 꺾어서 먹었다. 나는 시골아이, 산골아이답게 집에서 만든 떡 등을 무척이나 즐겨했다.
70대인 나는 지금도 예전에 먹었던 떡과 빵등을 좋아한다.
아쉽게도 나는 20여 년 전부터 당뇨가 있다. 2023년 10월인 지금도 내과병원에 다니면서 당뇨약을 먹는다.
당뇨병을 앓기 시작한 뒤부터는 단맛나는 먹을거리는 구경은 하되 덜 먹어야 한다.
이게 속상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신/귀신/영혼들한테 원망을 퍼붓는다.
'내가 먹는 게 그렇게 아깝냐? 왜 나한테 당뇨병을 걸리게 해서 맛있는 음식물을 덜 먹고, 덜 마시게 했지?'
만약에 신/귀신 등이 내 앞에 있다면 이 자들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귀싸대기를 마구 갈겨서 분풀이를 할 게다.
아쉽게도 눈이 나빠진 나한테는 이자들이 아직껏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금껏....
산골아이였던 나.
농촌아이였던 나.
음식을 맛있게 먹고 싶다.
이 세상에는 음식 종류가 몇가지일까?
전세계 인구 총숫자(80억 명)만큼이나 음식물 종류도 많다고 나는 추정한다.
........
나중에 송파구 방이동 전통시장으로 가서, 장구경을 더 해야겠다.
맛있는 떡과 빵 등을 사서 먹으면서, 달콤하고 달착지근한 맛을 봐야겠다.
집나이 일흔여섯, 만나이 일흔넷인 나.
내가 앞으로 산다면 얼마나 더 오래 살랴 싶다.
인생 후반기인 지금 앞으로도 먹는다면 얼마나 더 먹을 수 있을까?
까짓것이다. 한 번이라도 더 사서, 하나라도 더 많이 사서, 맛이나 보아야갰다.
폭식은 아니고... 음식맛이 어떠한 지를 더 공부하고 싶은 정도로만 먹어야겠다..
나는 술을 전혀 하지 못하기에 술맛에 대해서는 하등의 욕심이 없다.
해외여행도 별로 다니지 못했기에 이국에서의 먹을거리도 모른다.
......
앞으로는 내가 덜 아팠으면 싶다.
그래야만 맛있는 거 더 먹고, 더 마시고를 하면서 음식맛과 인생을 즐기며, 더불어 먹을거리 맛을 조금이라도 연구하고 싶다.
별것이 다 공부이니까.
...
자기 전에 '전립선비대증' 약을 먹는다.
당뇨와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 다니며, 약 사 먹는 비용은 아마도 매월 10만원 쯤일 게다.
병원 다니지 않고는 이 돈으로 맛있는 먹을거리를 사서 먹는다면 내 삶은 정말로 풍요로울 것이다.
아쉽게도 어떤 못난 신들이.... 내가 먹는 것을 시샘해서 ... 내가 덜 먹고, 덜 마시게끔 한다.
....
나중에 보탠다.
쉬자.
2023. 10. 8. 일요일.
* 내일은 2023. 10. 9. 한글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