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봄
어느새 ‘코로나 19’ 와 맞는 두 번째 봄이 찾아왔다.
배았긴 들에도 봄이 오듯이 코로나 감염증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 해도 봄꽃은 어김없이 활짝 피고 있다. 아파트단지 여기저기 노랗게 핀 개나리꽃 언덕이 환상적이다. 길가 집 울타리 너머 마당가에는 탐스런 목련꽃이 청순함을 뽐내고 있다. 올해도 도봉산 입구 등산로에는 울긋불긋 진달래꽃이 행인들을 맞는다. 진달래꽃은 볼 적마다 한이 서린 슬픈 모습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여전히 하루 300-400명 확진 자가 나오고 KF 마스크를 쓴 채 이지만 기나긴 겨울을 견뎌낸 뒤 맞이하는 새 봄이 반갑기만 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한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작은 기쁨도 누릴 수 없는 봄이지만 동토(凍土)에 새싹이 나오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대자연의 위대함에 다시 숙연한 마음뿐 이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맛 붙는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 중 략 ...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아 가겠네.”
일제 치하에서 민족적 울분과 저항을 노래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시인의 시다. 나라를 잃은 망국한(亡國恨)과 저항의식을 주축으로 일제 식민지 치하의 한이 서린 글이다. 가난하고 굶주림 속에서 살아가는 농촌 아낙네들이 흘리는 뜨거운 눈물과 소박한 감정에서 울어나는 무언의 반항 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동족애와 식민지 비애를 극복하고 일어서는 저항의식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땅과 나라를 빼앗기지는 않았지만 이태 째 일상(日常)과 평화를 잃고 세상을 살아 간다. 계절의 봄은 왔지만 코로나와 함께 하는 봄은 봄같지가 않다. 그리운 이들끼리의 만남이나 여행도, 담소를 나누는 즐거운 식사도, 보고 싶은 영화나 연극도, 피로에 지친 육신을 풀어 주던 사우나 까지도 ...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춘래 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이 왔어도 봄이 아니다’라는 고사성어가 새삼 떠오르는 시절이다. 절기로 보면 분명 봄이지만 봄같지 않은 추운 날씨가 이어질 때 쓰이는 말이기도 하지만, 좋은 시절이 왔어도 상황이나 마음이 아직 여의치 못하다는 은유적 의미로 더 자주 쓰이는 말이다.
중국 한나라 원제(기원전38년)는 국력이 몹시 약해져서 북방 오랑캐인 흉노족과 화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원제는 흉노 족장(호한야)을 불러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환대해 준다. 산해진미에 아름다운 궁녀들을 불러 들여 술을 따르게 하며 환대를 하였다.
흉노 족장 호한야는 절세미인이며 원제의 후궁인 왕소군을 지목하고 결혼 하겠다고 한다. 원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랑하는 후궁 왕소군을 빼앗기고 슬퍼하며 한탄을 하였다. 춘래 불사춘. 봄이 와도 봄이 아니라는 말은 단순히 외롭고 힘든 마음의 표현을 넘어 자신의 현재 처지나 환경에 대한 비관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올봄도 이름 하여 ‘코로나의 봄’으로 해야 할 것 같다. 계절이 되어 세상은 꽃이 만개하고 어김없이 봄이 찾아 왔지만 봄을 맞는 마음은 옛날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야속한 ‘코로나 팬데믹’이 세상을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평소 같으면 제주도나 강원도는 봄꽃 축제로 유채꽃 장관을 만끽 하려는 상춘객들로 붐빌 관광지다. 지금은 아름답게 피어난 유채꽃 들녘을 모두 갈아엎어 버렸다. 여의도 윤중로에 화사하게 피어난 벚꽃 길도 사람들이 많이 모일까봐 아예 통제를 하는 모습이다. 온라인으로 개학하는 학교들은 봄날 가장 활기차고 희망이 넘쳐야 할 교실과 운동장이 마냥 썰렁하기만 하다.
봄이 실종된 듯 보이지만 계절의 봄은 찾아오고 꽃은 화사하게 피어 있다.
우리들 일상과 행복을 빼앗아간 코로나 들녘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이다.
‘코로나 팬데믹’ 역경을 이겨 내야하는 처량하고 비장한 봄이 되는 것 같다.
포근하고 아름답던 옛날의 봄은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첫댓글 춘래 불사춘. 봄이 와도 봄이 아니라는 말은 단순히 외롭고 힘든 마음의 표현을 넘어 자신의 현재 처지나 환경에 대한 비관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올봄도 이름 하여 ‘코로나의 봄’으로 해야 할 것 같다. 계절이 되어 세상은 꽃이 만개하고 어김없이 봄이 찾아 왔지만 봄을 맞는 마음은 옛날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야속한 ‘코로나 팬데믹’이 세상을 바꾸어 놓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땅과 나라를 빼앗기지는 않았지만 이태 째 일상(日常)과 평화를 잃고 세상을 살아 간다. 계절의 봄은 왔지만 코로나와 함께 하는 봄은 봄같지가 않다. 그리운 이들끼리의 만남이나 여행도, 담소를 나누는 즐거운 식사도, 보고 싶은 영화나 연극도, 피로에 지친 육신을 풀어 주던 사우나 까지도 ...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