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잤을까. 잠깐 눈을 뜨니 유미의
가슴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더니 잽싸게 달아났다. 그건
다니엘이 기르는 페르시안 암고양이 슈슈였다. 눈이 짝눈이라 볼 때마다 신기했던 슈슈는 사람에게 곁을 잘 주지 않는 편이었다. 슈슈가 위층에 올라온 걸 보니 혹시 다니엘이? 그러나 인기척은 없다.
시계를 보니 겨우 30분이나 지났을까. 유미는 조금 쌀쌀함을 느껴 창을 닫기 위해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서 창으로 갔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기라도 하듯 유미는 창가에 한동안 서있다가 창밖으로 한껏 상체를 내밀었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미는 어두운 거리를 보고 있었지만, 자신의 뒷모습이 의식되었다. 상체를 내민 그녀의 도드라진 하얀 엉덩이가 눈앞에 탐스럽게 떠오르는 것 같았다.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자 이상하게 자신이 마치 구체
관절인형이라도 된 것 같았다. 몸의 부분과 관절이 적나라하게 분리된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그림이 떠올랐다. 유미는 뒤돌아서서 허공을 향해 묘한
미소를 살포시 지었다. 마치
인형은 아니라는 듯이… 그러고는 거실의 불을 끄고
침실로 들어갔다.
아침에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가니 다니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좀 불안정한 표정으로 앉아 말없이 아침 식사를 했다. 유미는 묘한 분위기를 느꼈지만
조용하게 식사를 마쳤다. 갑자기 침묵했던 다니엘이 헛기침을 하더니 잠깐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다니엘을 따라서 내실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그림을 보자 유미는 다니엘의 어색함과 침묵이 이해가 되었다. 그림은 한 여인이 모피가 깔린 소파에 커다란 깃털로 음부를 가리고 나른하게 누워 있는
누드화였다. 아! 그러니까… 어제의 공기의 흔들림은… 내 직감이 맞았어.
다니엘이 얼굴이 발개진 채로 말했다.
“로렌스 알마의 그림이오.”
“그러니까 어젯밤….”
유미가 궁금한 눈길로 물었다.
“그래요. 미안해요. 어젯밤 당신을 훔쳐보았어요.”
유미가 당혹한 얼굴로 바라보자 다니엘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미가 왠지 그에게 핑계거리를 제공해 줘야 그가 덜 미안해할 거 같았다.
“슈슈가 잠깐 제게 왔다 간 거 같았어요. 슈슈 때문에 올라오신 거죠?”
그러나 다니엘은 고개를 저었다.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당신을 훔쳐보고 싶었어요.”
“…그랬군요.”
유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
로즈를 훔쳐보고 싶은 욕망이 늘 있었어요. 그걸 혹시 눈치채지 못했나요? 난 당신이 알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제게 관심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왜죠?”
이 남자 소심하다고 해야 할지 남자답지 못하다고 해야 할지… 왜 직접적으로 고백하지 않았을까? 유미는 그것을 묻고 싶었다.
“제게 말씀하시면 훔쳐보지 않으셔도 될지 모르는데 말이죠.”
우는 아이에게 젖 준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유미가 돌려서 말하자 다니엘은 어깨를 으쓱했다.
“난 훔쳐보는 게 좋아요. 어젯밤에 당신의 모습을 보고 저 그림을 밤에 찾아서 걸어놓고 밤새도록 환상에 젖었어요. 행복했어요.”
관음증 환자인가? 그런 환자치곤
예술적인 심미안을 가졌다고 해야 하나. 갑자기 다니엘이 유미의 의표를 찌르듯 물었다.
“그런데 당신이 엉덩이를 내놓고 창가에 기댄 모습은 의도적이지 않았나요?”
첫댓글 늘 감사합니다.
감사
잘~~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