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칸소에 살고 있는 딸에게 가면서 할머니 (윤여정 分) 는 미나리 씨앗을 갖고 간다.
'미나리 씨앗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궁금증에 몰두해서 영화를 봤는데 가방 속에서
나오는 것은 고춧가루, 멸치, 한약재뿐이었다.
'잘 못 보고 놓친 것일까'
몇 년 동안 나는 미나리를 운반하고 있다.
미나리 씨앗을 본 적이 없어 농장 주인에게 물어보니 대수롭지 않은 듯 웃으면서 말한다.
미나리 밑단의 마디를 손가락 크기로 잘라 날씨가 풀린 봄에 물에 뿌려 두면 저절로 쑥쑥
자란다고 한다.
영화 '미나리' 를 보기 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매일 미나리를 실어 나르면서도.
서귀포는 제주시보다 날씨가 포근하다.
보통 2, 3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인지 밀감밭이 많고 미나리 농장도 많다.
특히 강정은 미나리 산지이기도 하다.
말 많고 탈 많았던 강정해군기지 건설로 아직도 지역주민들 사이에는 분열과 갈등의 상흔이
남아있는 마을이다.
풍광 좋은 은혜로운 이 마을은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자연수가 계곡을 타고 수로를
거쳐 바다까지 흘러내린다.
미나리 농장은 노지도 있고 비닐하우스에서도 재배한다.
노지 미나리밭에는 오리가 미나리를 갉아 먹어서 그물을 쳐야한다고 했다.
가끔은 비료도 뿌려야 하고 잡초도 뽑아야 한다며 '돼지풀'이라는 잡초는 얼마나 극성인지
뽑아도 다시 나고 뿌리가 잘라지면 순식간에 번지고 만다고 한다.
요즘이 미나리가 가장 연하고 맛있는 시기다.
그래서인지 출하량도 많아 5키로 미나리단을 100-120여개 실어나른다.
연세가 70이 넘은 어르신들이 플라스틱 지게에 50키로의 미나리를 등에 지고 울퉁불퉁한
좁은 길을 오르내리면 마음이 짠해진다.
노동의 경건함까지 느껴진다.
그래도 그 분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부자들이다.
미나리로 돈 벌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나돌았으니.
하루종일 장화 달린 고무 물옷을 입고 미나리를 뽑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저울에 5키로씩 무게를 달고 비닐봉지에 넣어 손수레를 끌거나 지게로 내 차에 옮긴다.
손이 퉁퉁 물에 불어 비닐이 손에서 미끄러진다.
언젠가 미나리를 차에 실으며 내가 거칠게 옮겼는지 언짢아 하셨다.
귀한 물건 다루듯 살살 다루는 모습은 먹는 것에 대한 애착심과 존경심인 것 같다.
힘들게 직업한 미나리를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철칙인지 모르지만 심지어 어떤 농장주
는 미나리에 입까지 맞추며 웃었다.
장난스레 한 행동이겠지만 돈을 벌어들이는 복덩이를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여름에는 가격이 떨어지지만 겨울에는 금값이 된다.
몇 만원에서 몇 십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고생하는 걸 잘 알기에 추석이나 명절, 제사에도 미나리 좀 달라는 말을 못했다.
그랬는데 언제부터인가 차례상에 올리라고 듬뿍 주셨다.
미나리는 많은 양념을 안 쳐도 향기로운 채소다.
영화에서는 '누구나 뽑아 먹을 수 있는 고마운 나물' 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미나리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나물이다.
어디서든 물 만 있으면 잘 자란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고 뿌리내리는 미나리는 우리가 배우며 살아야 할 그대로를
보여주는 나물이다.
무심코 그저 돈벌이 일로만 생각했던 미나리가 또 다른 모습으로 삶의 용기를 주리라곤 생각
못했는데 살아가면서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오늘도 7시부터 시작되는 경매에 늦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달린다.
좋은 가격을 받길 바라면서 ......
첫댓글 ㅎㅎㅎ
미나리 에 매일 생겨나는 사연도 있으시군요.
참 대단하신 아우라 님이십니다.
일본에다 미나리를 수출 하시는건가요 ?
아우라 님 모습위에 윤여정이 오버랩 되는 건 왠일인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생선만 수출합니다.
미나리 운반은 4시간도 안되는 짧은 일이라
일도 아닙니다.
드라이브 가는 거죠.
연초록의 나무와 숲과 꽃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요즘은 벌써 빨간 장미의 계절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