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두 잔의 술이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들린다. 모든 사람에게 술 한 잔을 권하는 듯하다.
물론 소량의 알코올은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심장병에 걸릴 위험을 낮춰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을 하루 한두 잔이 '건강에 좋다'는 뜻으로 확대해서 이해한다면 곤란하다.
건강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려면 전체적인 득과 실을 따져 봐야 한다. 정말 건강을 위한다면 마시더라도 정확하게 알고 마시자.
◇ 건강음주는 1~2잔 = 한 잔, 한 병, 한 캔. 맥주만 생각해 봐도 이렇게 애매한 표현이 또 있을까. 의학적으로는 알코올 12g을 '한 잔'으로 정의한다. 이것은 포도주, 양주, 소주 등 각 술 종류에 맞는 술잔으로 대략 1잔에 해당한다. 단, 맥주는 큰 잔이 아니고 작은 병맥주 1병 또는 캔 맥주 1캔의 양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술 한 잔은 알코올 12g", "적정 음주는 남자 2잔, 여자와 노약자는 1잔"으로 단순하게 기억해도 좋다.
◇ 위험음주는 3~5잔 = 알코올 양을 기준으로 하루 50g, 1주일에 170g 미만이면 '건강음주', 이보다 많으면 '위험음주(과음)'라고 생각한다. 1회 음주량이 건강한 남자에서 5잔, 노인에서는 4잔이 넘으면 '폭음'으로 분류된다. 이 때 1주일 동안 매일 알코올을 50g씩 섭취한다면 170g의 두 배가 넘는 350g이 된다는 것을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자.
알코올 50g은 소주 5잔, 양주 4잔, 맥주 3병, 폭탄주 3.5잔, 와인 3.5잔, 막걸리 1과 3분의 1병에 해당한다.
알코올 170g은 소주 2병 반, 양주 반 병, 맥주 10병, 폭탄주 12잔, 와인 2병 반, 막걸리 4병 반이다.
그러나 이것은 건강한 남자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이다. 여자와 65세 이상 노인, 특히 고혈압, 심장병, 당뇨, 비만 등의 질병이 있는 모든 사람은 이 기준의 절반이 넘으면 '위험음주'다. 소주로 치면 하루 3잔, 일주일에 1병 정도다.
◇ 술이 세다는 것 = '술이 세다'는 건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다'는 뜻이지 '술을 많이 마셔도 건강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알코올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독성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음주량이 한계를 넘었다는 경보기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술이 센 사람은 과음을 알리는 경고 증상이 없고 술이 약한 사람에 비해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술을 많이 마시게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술과 관련된 병을 얻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 안주의 효과 = 술을 마실 때 안주를 잘 먹는 것이 건강한 음주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술상은 안주가 푸짐하다.
물론 안주는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춰 빨리 취하지 않게 하고 위장의 부담을 덜어 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안주 때문에 술을 마음 편히 더 많이 마시게 될 위험성이 짙다.
◇ 음주량과 건강 = 술이 신체에 미치는 해악은 최근에 마시는 양보다 일생 마신 양에 비례한다. 이미 '술병'이 난 사람은 주량을 줄여도 알코올성 질환이 악화될 수 있는데 이것은 항아리에 물이 꽉 찼을 때 조금만 부어도 넘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천천히 마시든, 순한 술에서 시작해 독한 술을 마시든, 3~4일 간격을 두고 마시든, 마시는 절대량이 중요하다.
◇ 한국에서의 한 잔 = 한국에서는 폭음과 과음이 보편화돼 있고, 이로 인한 주사 등의 문제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심지어는 음주 자체를 개인의 능력으로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을 위한 한 잔'은 음주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알코올질환 전문가 김석산 원장(다사랑병원)은 "음주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에서는 한 잔이 두 잔, 석 잔이 되기 쉽다"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이것이야 말로 알코올 의존증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의 이해국 간사(의정부성모병원)는 "특히 술 권하는 문화에 많이 노출된 사람이나 우울증, 불안증을 동반한 사람일수록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건강 음주'를 위해 개인 뿐 아니라 사회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해석된다. <의학전문기자ㆍ가정의학전문의> (서울=연합뉴스)
술에 얽힌 과학적 진실ㅡ폭탄주가 독하다고?
연말연시 술자리가 많은 때다. 덩달아 폭탄주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도 많다. 몇년 전 국회 청문회에 나온 한 증인이 양주를 그냥 마시면 독해 맥주에 넣어 먹는다고 말해 장안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폭탄주는 정말 양주를 순하게 해주는 것일까. 알코올 도수로 보면 분명 순해진다.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는 혼합하는 비율에 따라 다르지만 10도 내외다. 대부분 양주의 알코올 도수는 40도,맥주는 4.5도. 보통 폭탄주를 만드는 맥주잔은 225㏄, 양주잔은 25㏄다. 맥주잔에 맥주를 150㏄ 채우고 양주 한잔을 넣으면 8부 정도 찬 폭탄주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알코올 도수는 10도가 된다. 양주를 작은 잔에 그냥 마시면 40도짜리지만 폭탄주로 만들면 9도의 '순한 술'을 마시게 되는 셈이다.
서울대 의대 약리학교실 장인진 교수는 "폭탄주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독주에 비해 식도와 위 점막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소독에 사용하는 알코올의 순도는 70도다. 이 정도면 세균의 세포 등을 파괴해 죽게 만든다. 문제는 식도나 위 점막 등도 도수가 높은 알코올에는 약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고급술로 통하는 알코올 도수 60도 내외의 술은 소화기 계통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그렇다고 폭탄주가 그냥 마시는 양주에 비해 간에 무리를 덜 주는 것은 아니다. 즉, 간독성은 차이가 없다. 장 교수는 "간에 미치는 악영향은 마신 알코올의 절대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폭탄주로 마시나 그냥 양주로 마시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폭탄주는 왜 빨리 취하는 걸까.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정권 교수는 "맥주에 들어 있는 탄산가스가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술도 자주 마시면 는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술을 매일 2주 정도 마시면 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이 30% 정도 증가한다. 몸의 유전자가 '이 사람에게는 알코올 분해 효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적응하는 결과다. 즉, 필요에 의해 알코올 분해 효소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또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에는 속이 쓰리고 메슥거려도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주당들의 경험담이다. 이 역시 과학적으로 보면 일리가 있다. 이 교수는 "알코올이 포도당 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혈당치가 일시적으로 낮아진다"며 "신체는 이를 마치 밥을 한끼 굶은 것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안주 없이 술만 지나치게 마신 경우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술로 인한 일시적인 저혈당 현상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정상적으로 식사하면 금방 회복된다는 것이 의사들의 말이다.
낮술이나 해장술에 더 취기가 오른다는 사람이 많다. 이는 신체 리듬의 영향 때문이다. 시간대에 따라 몸의 상태가 다르고, 역시 알코올 분해 효소의 분비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혈압은 밤에는 낮고, 오후에는 높으며, 성장호르몬의 혈중 농도는 밤에 높고, 낮에 낮다. 즉, 낮술에 취기가 빨리 오르는 사람은 낮에 알코올 분해 효소가 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치사량을 결정하는 동물 실험에서 시간대에 따라 필요한 독극물의 양이 두배나 차이가 나는 것도 신체 리듬의 영향이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갈증이 많이 나는 것은 술을 많이 마신 만큼 소변이나 땀 등으로 미네랄 같은 각종 전해질이 체외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물보다 전해질 스포츠 음료 등을 마시면 갈증을 빨리 풀 수 있다.
***폭탄주, 알고 보니… -양주 한잔(알코올 40도)+맥주 3분의 2잔(알코올 4.5도)=알코올 도수 10도인 폭탄주 -식도와 위점막 자극:양주↑ 폭탄주↓ -간 독성:양주든 폭탄주든 상관없이 마신 알코올 양에 비례 -취기:폭탄주가 양주보다 맥주의 탄산가스 때문에 더 빨리 취함 -음주 다음날 아침 허기:알코올이 혈당을 낮춰 한끼 굶은 듯이 느낌 -알코올 분해 효소:2주간 계속 술을 마시면 간의 알코올 분해능력 30% 향상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좋은 정보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