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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화단에 길게 늘어선 국화가 샛노랗게 꽃을 피워서 향기를 보냅니다. 다른 꽃들에 비해서 국화꽃은 향기가 더 진해서 지나가기만 해도 코끝을 찌르는 향기가 납니다.
소나무도 솔향을 풍기며 단풍 든 솔잎을 우수수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맑고 파란 하늘에 오늘따라 철새들이 브이 자로 줄지어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갑니다. 오늘은 축복받은 날 같아서 기분도 참 상쾌하고 좋습니다.
얼마 전에는 라오스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지난 6월부터 계획한 일인데 벌써 몇 달이 지나고 그날이 쏜살같이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라 얼마나 반갑던지요. 세월이 흘러도, 자주 만나지 못해도 마음을 같이 하는 친구들이라 우정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공항에 먼저 나온 친구가 키오스크에 체크인을 마치고 수화물도 보내고 나니 여유 시간이 많아서 이곳저곳 공항 내부도 둘러보고 일찍 면세점을 구경하고 양주나 화장품 선글라스 담배 등을 사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굳이 살 것이 없어서 눈요기만 하고 다녔는데 다음에 다시 온다면 무엇이든 살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천공항은 세계 4위를 차지한 공항답게 면적도 크지만 깔끔하고 무엇이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딜 가나 충전기를 꽂아서 핸드폰이나 노트북 등을 충전할 수 있으니 배터리 닳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그러나 너무나 발달 된 IT 산업 때문인지 모든 게 무인 시스템이라 직원이 너무나 많이 감축되어서 체크인이나 수화물 등 볼일을 볼 때 내 손으로 해야 하고 또 잘 모를 때 물어볼 사람이 잘 없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한 명씩 투입된 직원이 서 있어서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 주기는 합니다. 문명의 이기는 편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편한 것도 분명히 있어서 가끔은 아날로그가 그립기도 합니다.
그럭저럭 공항에서 4시간을 체류하고 나서 라오스 비엔티안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설레는 마음도 잠시 5시간에 걸친 비행은 사람을 녹초로 만들었습니다. 이륙 직전 단 30분도 길게 느껴지는 건 나만 그랬을까? 아침에 집을 나오는 시간부터 해서 12시간 가까이 밖에서 시간을 보냈으니 몸이 피곤하다고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긴긴 시간 끝에 밤늦은 시간에 라오스에 도착했습니다. 한국과의 시차는 두 시간이 늦어서 시차 적응에는 문제가 없어서 좋았습니다.
낯설고 물선 이국땅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라 많은 주의를 받고 도착을 했지만 의외로 우리나라의 60~70년대의 모습을 보듯 정겨운 나라였습니다. 사람들의 체구는 아주 왜소했으며 밝고 온순하였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도 자유롭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고 상권을 형성해서 장사도 하고 부지런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나라 사람의 성향대로 행복을 누리며 잘 살아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여행하면서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잘 갖추어져 있다면 더없이 좋은 여행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서 가이드가 안내까지 잘해주면 더 말할 것 없이 좋은 여행일 것이고요. 라오스에는 생각보다 많은 한국인이 와서 정착하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한글로 된 간판이 많이 걸려 있고요. 그만큼 한국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느껴집니다. 글씨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사람외형도 다르고 성향도 다른 그곳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참으로 대견스럽고 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먼저 이국땅으로 나가서 개척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은 숟가락 하나 얹는 편안함으로 불편함 없이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덥고 척박하고 날씨마저도 스콜 현상이 자주 일어나서 그 변덕스러움을 맞춰서 살아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쏭강에는 축제가 넘쳐나고 강물에는 영혼을 달래고 소망을 비는 마리골드꽃이 둥둥 떠내려가는 것도 보기 흔한 일인데 그것은 그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꽃이 되어 떠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긴 여정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내 눈에 들어 온 것이 머리를 통하여 가슴으로 들어와 삶은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