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 AM A MODEL 】
- 02 -
by . Lisabella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이 지났다.
노엘은 자유에게서 일주일 내내 전혀 연락이 없는 것을 보곤 ' 기권패 시켰겠지.' 당연히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와 같이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노엘은 이제 곧 시작할 보충 예습을 위해 소꿉친구이자 이웃사촌인 태한의 집에서 공부를 하던 중이였다.
뭐 물론, 공부보단 다른 일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보충교재는 펴놓고 쿠키를 손으로 부숴먹으며 냠냠- 멍을 때리던, 노엘은 신나게 핸드폰게임을 하다 갑자기 핸드폰을 침대에 던지며 벌떡일어나는 태한을 멍-하게 올려다보았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걸 알아낸 아이처럼 흥분된 표정이다.
분명 쓸데 없는 거겠지.....노엘은 흥미없는 표정으로 시선을 거두곤 오렌지 주스를 들이켰다.
꽤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태한이 소리를 버럭 지르기 전까진-
"맞다! 오늘 'I AM A MODEL' 후보들 올라오는 날인데!"
"컥- 크엑, 쿨럭 쿨럭."
"이노엘 왜 그르냐?"
"아, 아니야..."
순간 찔려서 사례가 걸렸다는 말 따위 못하지. 노엘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다시 오렌지 쥬스 컵을 천천히 들었다.
괜찮아. 이노엘. 괜찮아. 기권했으니까.
"야야 여기봐봐! 대진표 나왔다!"
컴퓨터 앞에서 신나게 불러대는 태한의 뒤로 노엘은 슬금슬금 다가갔다.
모니터엔 커다란 대진표가 있었다. 그리고 맨밑에 색이 칠해진 영어이름의 조들이 보였다. A부터 T까지. 총 20개의 조였다. 한 조의 5명씩인가보네.
와, 괜히 내가 떨린다. 라며 A조의 마우스 커서를 올려놓고는 쌩쇼중인 태한을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못해 마우스를 힘껏 눌러버렸다.
그러자 니가 뭔데 그러냐, 내 즐거움을 빼앗았다 노발대발 귀따갑게 태한이 소리를 질러댔지만, 노엘은 깔끔하게 무시하곤 모니터에 뜬 팝업창을 주시했다 .
A조 5명의 후보들의 사진들이 죽- 나열되어있었다.
태한이 첫번째 후보사진을 누르니 지금 창보다 작은 창이 뜨며 그녀의 신상이 떴다.
생년월일, 출신지, 출신학교들. 이력. 특징. 그리고 그때 그 기초 오디션 2차 때 찍었던 사진들.
뭐야, 이 사진들 프로필 사진으로 쓰는거야?
참나. 순 사기아냐? 말이라도 해주던가. 후보들 모두 이럴 줄 모르고 찍었을텐데.
"뭐야, 성형한 거 티나. 안그래? 근데 몸매는 진짜 날씬하다."
"야 시끄럽고 다음 후보나 눌러봐."
태한은 첫번째 후보의 프로필 창을 끄고, 다음 후보의 사진을 눌렀다. 역시나 프로필 창이 뜬다.
"야 이노엘, 얘 봐봐. 얘 여자게 남자게?"
"............몰라."
"너도 헷갈리지!!!푸하하, 근데 남자래! 와 대박이지 않냐? 어떻게 이 얼굴로 남자냐?"
놀랍냐? 나도 첨에 저 남자 보고 놀랐었다...
노엘은 그 기분을 이해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분명 그는 자기소개할 때 남자라고 했었다. 그때 놀랐던 후보들과 자신을 떠올리면 절로 고개가 저어진다.
노엘은 B조도 눌러보고 후보들의 대해서 점수를 메기고 혼자 떠드는 태한을 왠지 모를 미소를 지으며 지긋이 바라보았다.
뭐, 말하자면 난 이 사람들 직접보고 얘기도 해봤지. 이런 느낌이랄까.
"이 여자 진짜 이뻐! 인형같다! 사람맞아?"
"사람 맞던데,"
얼굴이 붉어져서 자신에게 소리치는 태한을 보며 노엘은 작게 중얼거렸다.
입담이 정말 걸쭉해. 사투리도 쓰시고. 노엘은 그때 자신의 옆에서 신랄하게 떠들던 그녀를 떠올렸다.
그러나 이미 푹 빠져버린 태한은 노엘이 뭐라하든 말든 안중에도 없는듯 했다.
노엘은 가만히 그런 녀석을 바라보다가, 흥미가 떨어져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침대에 늘어지듯 기대, 지겨운 보충교재를 뒤적거리며 쿠키나 깨작대는데, 문득 갑자기 혼자서 열광하던 태한이 말이 없어졌다.
"...............말도안돼."
"뭐가 말도안돼. 야 그런 한심한짓 그만하고 일루 와서 이제 공부해야 하지 않겠냐?"
".........이노엘."
"왜-에"
노엘은 여전히 시선은 책에 꽂은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너 꿈이 뭐랬지?"
"정신과 의사."
"...........그치? 근데.....너....왜....."
아, 대체 쟨 또 왜 저렇게 심각해. 노엘은 침대에 기대고 있던 몸을 살짝 뉘이며 목을 침대위에 올려 침대를 두고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태한을 바라봤다.
멍하니 자신을 보며 말이 없는 태한을 보다가, 살짝 눈썹을 꿈틀거리니 그제야 다시 모니터로 파묻힐 듯 고개를 돌리는 태한이다. 하지만 이내 다시 노엘은 보는 태한.
"뭐야, 너 맛갔냐?"
"맞다, 확실해. 저 개싸가지 이노엘"
"뒤질래? 갑자기 왠 시비야."
노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태한은 좀비처럼 침대를 건너뛰어 노엘의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멱살을 잡은 채 탈탈 턴다.
악- 이게 내가 봐줬더니 이젠 머리꼭대기까지 기어오를라고 하나!!!!!
이리저리 흔들리던 노엘은 울컥하는 짜증감에 있는힘껏 손을 내치고는 인상을 확 구긴채 태한을 바라봤다.
근데 이 놈, 전같으면 아프다고 난리 부르스를 칠 놈이, 심각하게 노엘의 눈을 응시한다.
"이노엘, 너......"
[지이잉-]
"아 뭐야 또. 잠만, 나 문자 좀."
노엘은 가로막고 있는 태한을 밀어내고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던 핸드폰을 주웠다.
그리곤 별 생각 없이 홀드를 풀어, 문자확인을 한다.
-E조 후보 24번 이노엘 · 주제: 천사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행운이 함께하길-
......................뭐냐 이게.
"E조 후보 24번........이노엘?, 주제는 천사.......야. 이노엘. 너, 진짜. 허, 참나. 우리가 몇년 친구냐? 18년 친구 아니냐?"
".............이게, 이게..."
"찬이랑 해라는 이거 알고 있냐? 엉? 와, 나 이거 진짜 배신 제대로 때리네."
"야, 야!!! 잠깐만, 잠깐만."
멍-을 때리던 노엘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컴퓨터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곳엔 노엘의 머리를 다시한번 크게 강타하는 사진이 있었다.
"후보 24번 이노엘........이거 나 맞지. 나 맞지?!"
"아-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본인이 더 잘알거 아냐?!"
".....................아 이 새끼가."
처음에는 황당함에 정신이 없었다.
멍-하다 못해 멍하더니, 시간이 지나자 깊숙한 아래부터 뭔가 터져나온다. 뜨겁고 짜증나는 무언가가.
그리고 그것은 머리까지 차올라 곧- 펑- 하고 터져버렸다.
"씨발.....그 새끼가. 아 진짜 짜증나게 하네. 그 새끼가 진짜!!!!!!"
들고 있던 핸드폰을 들어 번호를 꾹꾹 누르며 입은 계속 험악한 욕만 씨부리고 있다.
이미 눈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삐진 티 팍팍- 내려던 태한은 그런 노엘의 악마같은 모습에 잠시 짜져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기로 했다.
익숙하지 않은 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르면서 노엘은 이를 아득 갈았다.
씨발, 내가 좋게 말했는데 기권을 안해? 이 사기꾼 새끼가 끝까지 이러냐.
단조로운 연결음이 노엘의 귀를 파고든다.
-으....누구야....-
자다가 받았는지, 낮게 가라앉은 보이스가 수화기 밖으로 흘러나온다.
낮은 목소리가 매력적이지만, 일단 그건 개나 주기로 하자.
노엘은 이를 갈며 일단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참 편하게도 주무시고 계시네요 이 상황에. 남은 홧병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이노엘씨냐....-
"홈페이지 봤어요. 어머나, 문자까지 확실하게. 감사해서 이걸 어째요? 제 말 아주 맛있게 잘근잘근 씹어드신 성자유씨 너무 고마워서 어째요."
-......내 말 좀 들어봐.....-
"사기꾼 말 더 들어서 뭐 어쩌라고. 더 뒷통수 후려쳐 맞으라고?"
-하,사기꾼?....이봐...-
"당장. 기권시켜요. 아님 내가 직접, 전화할까요? 아 그게 좋겠네, 그게 안전하겠어."
-이노엘.......-
"당신 내 말 말같지도 않죠? 당신 좋으면 다 되는거죠? 어? 아주 이기주의최고봉 나셨어요. 내가 말했잖아. 내가 싫다고. 우리 부모님 속이는것도 싫고, 부모님한테 들킬까봐 전전긍긍 하는 것도 싫다고!"
상대편에선 한동안 말이 없다.
분위기를 파악하던 태한도, 흥미진진한지 귀를 쫑긋이 세우고 듣고있다.
노엘은, 화가 밀려오는 걸 꾹꾹- 참으며 크게 숨을 한번 쉬었다.
"난 모델 일 정말 정말 관심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관심없는 애꿎은 사람 끌어들이지 말고 저기 널리고 널린 모델에 관심 아-주 많은 이쁜 애들 들어다 쓰시죠."
-..........안돼.-
"안돼긴 뭐가 안돼. 닥치고 당장 기권 하세요. 끊어요."
-잠까-
노엘은 가차없이 종료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노엘은 핸드폰을 있는 힘껏 침대에 던져버렸다.
씩씩- 노엘의 거친 숨소리만이 조용한 방안을 떠돌았다.
침대에 앉아있다가 아닌밤중에 홍두깨로 날아오는 핸드폰을 기겁을 하고 피한 태한은, 조심히 노엘의 상태를 살폈다.
"노엘아.........."
"아 짜증나."
"..........야."
"야, 오늘은 더이상 아무것도 못하겠다. 나 집에 가봐야겠어."
".........이노엘."
태한의 부름에도 묵묵히 코트랑 책을 챙겨든 노엘은 방문을 열려다 말고, 갑자기 휙- 뒤돌아 태한을 마주한다.
덕분에 태한은 심장이 벌렁벌렁-
"김태한. 말하지마라. 홍찬, 강해라. 아무것도 모르거든? 내가 나중에 다 말해줄테니까 그때까지 입닦고 있어."
"........알았다."
노엘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태한인걸 알았지만 애써 모른척하며 손짓으로 가볍게 인사하고는 태한의 집을 나섰다.
궂이 녀석의 배웅따위 없었다.
털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대문이 닫힌다.
그와 동시에 노엘은 지친듯- 대문에 몸을 기댔다.
온통 머릿속은 폭발한 화로 가득차있었다. 침착하자, 침착해.....
하아- 한숨을 쉬자 하얗게 입김이 피어오른다. 저절로 하얀 입김을 따라 고개가 따라올라간다. 그리고 그 끝엔 참 파란하늘이 있었다.
그 파란하늘이 왠지 속을 긁는다. 짜증이 욱- 하고 올라온다.
괜히 저 파란하늘이 그 사기꾼을 떠오르게 만든다.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짜증나는 인간이야..."
애써 복잡한 생각 털어내려고 고개를 저으며 멀리 갈것도 없이 바로 옆집인 자기집으로 가려고 계단을 한칸 내려서는데,
근데 그런 노엘 앞으로 갑자기 날쌘 파란 스포츠카 한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곧 급정거.
"뭐야 저건."
노엘의 머리에 ???? 가 가득 떠오르며 자신의 집 앞에 급하게 선 차를 응시했다.
왠지 저 차 익숙한데..
일단 다가가지 않고 태한의 집 대문앞에서 빼꼼히 바라보고만 있는데, 얼마 안가 그 익숙한 차의 운전석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말끔한 뒷태가 튀어나온다.
헐.
"스토커다."
황당한 듯 툭- 뱉어낸 노엘의 말에 그 말끔한 뒷태가 천천히 돌아선다.
"......이노엘."
".........성자유씨."
*
*
*
노엘은 아무말 없이 자신의 차 문을 열어주는 자유를 따라 차에 탔다. 그리고 재빠르게 돌아가 운전석에 앉아 차 시동을 거는 자유를 바라봤다.
차는 매끄럽게 골목을 지나고 도로를 쌩쌩- 달렸다.
"스토커."
"전에 주소 알려준거 기억안나?"
"........왜 왔어요?"
"내 말좀 들어보랬잖아."
"들을 말 없댔잖아요."
"난 있어."
"난 없네요."
자유는 갑자기 핸들을 확 틀어 갓길에 차를 세웠다. 세민은 고꾸라진 몸을 일으켜 벌렁거리는 심장부근을 움켜쥐었다. 또,또!!!!!!!! 이번엔 진짜 죽을뻔 했어!!!!!
"맨날 이딴 식으로 운전해요?!?! 죽고싶어요?! 1차선이었다구요!!"
"죽기싫으면 사람말 좀 들어!!!"
"이봐요,"
"내가 저번에 말했지. 이 오디션 스폰서들,"
뻔뻔하게 말을 돌리는 자유를 바라보며 노엘은 반응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노엘의 반응은 상관없는지 혼자 먼저 다시 말을 꺼낸다.
"그 사람들과의 싸움이야."
"뭔소리래."
"그들은 싸움에서 지든 말든 충격이 없을거야. 다들 든든한 뒷배경이 있으니."
"아 뭐래! 앞뒤 야금야금 잘라먹지 좀 말라구요!"
자유는 짜증 이빠이 났음. 을 이마에 떡 붙이고 있는 노엘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잠시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 다혈질.....과연 이 말을 하면 화를 낼까, 아니면 받아들일까......걱정된다.
사실 아닌 척 했지만 자유는 꽤 긴장하고 있었다. 노엘의 싸가지없고 무서운 성격때문에.
왠지 때릴수도 있을거 같은데,
그러나 확실하게 말해야 할 상황이다. 주먹을 꼭 쥔 자유는 맘을 단단히 먹고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오디션은 나랑 그들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어."
"......엥? 어째서요?"
"......그들과 내기를 했거든. 것도 엄청난."
"에?내기?!"
"우리 모두는 패션계에서 모두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라고 스폰서가 된거야. 그래서, 이 패션계 사람들이라는게....하늘높은 자존심이 발동한거지. 과연, 차후 탑모델이 될 인재를 볼 안목이 있을것인가. 처음엔 장난처럼 튀어나온 말이 어느센 죽자고 커지더라."
"...............헐......지금 장난해요...?"
"내기에 걸린 것은, 하고 있는 일들 중 가장 큰 일을 평생 그만둘 것."
자유는 더이상 말을 잇지않고, 가만히 창문에 기대 창 밖만 풍경만 바라보았다.
분명히 쏟아질 짜증들을 받을 준비를 하며 피식- 하고 웃는데,
어라? 어째 시간이 쫌 지난거 같은데도 조-용하다.
무슨일인가 싶어, 흘끔 노엘을 살피는데.
헉-
"......그래서.....지금, 날....그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시작된 바보같은 내기에 희생시키려고 했단 말이예요?..."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말하는 노엘의 말은....상상했던 것이 아니었다.
아니, 상상했던 것을 넘어설 정도였다 무서울정도로.
슬쩍 확인한 노엘의 얼굴은 있는대로 올라온 짜증과 홧덩어리들을 억지로 눌러 참는게 보였다.
무표정하지만, 입꼬리가 조금씩 움찔 움찔- 거리는게, 자유의 몸이 따라 저절로 움찔거릴정도였다.
악마같다;;;;;;;
"왜.....말이 없어요? 대답을 해보시죠....... 어디 좀 더 말해보세요...."
"........화,화나는 건 알아, 이노엘씨. 그러나....난 정말 절박하다고. 자존심에 시작하긴 했지만, 이 내기는 바보같은 정도가 아니야."
"............"
"요즘 난 모든 일들을 다 내려놓고, 한 작업에만 집중하고 있지. 사진 찍는 것을 시작할 때 부터 매일 꿈꿨던 일이었어. 그런데 나보고 그런 일을 그만두라고 한다면..........내 평생은 모두 다 헛된것이 되고 말꺼야...."
노엘은 핏줄이 터질듯 꽉 쥐어진 자유의 주먹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일이 대체 뭔데요."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첫번째 나만의 사진집을 내는 거."
".......엥?"
"오래전부터 사람들을 찍어왔어. 길거리에 앉아있다보면, 참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지나가더라고. 떼를 쓰며 우는 아이를 혼내며 끌고가는 애기엄마부터, 회사에 늦었는지 뛰어가는 회사원, 학교 땡땡이치고 놀고있는 고등학생, 엄마 심부름 나온 꼬마까지......
우는 사람부터 행복하게 웃는 사람까지.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멋진 모델들인지 넌 모르지?"
"...........무슨 시 쓴데요?"
"까칠하긴, 하여간. 난 그런게 너무 좋았어. 그래서, 난 처음 사진기를 들었을때 결심했지.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따뜻하고 포근한 사진집을 내겠다고."
노엘은 작게 키득거리듯이, 웃는 자유를 가만히 응시했다.
매번 느끼지만, 이 남자 웃는 모습하나는 진짜 이쁘다.
가만, 이게 문제가 아니고.....
"이노엘씨. 알아, 곤란한거. 하지만, 불쌍한 남자 인생하나 구해준다 치고, 한번 오디션 해보지 않겠어?"
"그래도, 난 안돼요. 딴 사람 써요."
"이미, 오디션은 시작했어. 난 노엘씨 한명만 원서냈고."
".................."
"제발 이노엘씨."
까만 자유의 눈동자를 가만히 직시 했다.
그러더니, 아- 진짜. 하며 짜증난다는듯이 이마를 짚는다. 자유의 심장이 두근두근 기대감에 떨렸다.
"만약 4명 다 우승을 안하면요?"
"가장 높은 오디션까지 올라간 사람이 내기에서 이기게 되겠지."
"....아무래도 성자유씨 당신을 포함해 패션계 사람들을 진짜 미친것 같아요."
"원래,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일들을 할 수 없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엘이다.
그러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헝크리기도 하였다.
자유는 아무말없이 그런 노엘을 가만히 둘 뿐이었다.
아무래도 쉽진 않은지 노엘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한참을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머리를 미친년처럼 흔들다가도, 한숨을 땅이꺼져라 쉬고.
그렇게 꽤 한참이 된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이고 역시나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던 노엘이 갑자기 고개를 쳐들더니 자유를 빤히- 빠안-히 바라보았다.
눈한번 깜빡이지 않은 것 같은데......자유는 피하지도 않고 눈이 빨개져라 자기를 바라보는 노엘을 마주했다.
그리고, 저러다 눈 빠지겠는데........싶을 때,
노엘은 겨우 입을 뗐다.
"..우리 엄마아빠한테 들키면 당신이 다 책임져. 난 당신의 흉계에 억지로 빠진 죄 밖에 없으니까. 알았어?"
퉁퉁거리는 말투였지만, 분명히, 분명히!
자유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분명히 저것은 허락의 말이었다. 비록 싸가지 없는 반말이긴 하지만.
자유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고맙다는 표시로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노엘은 꼴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아......저 싸가지.
"주제는 천사인데. 내일 오디션인데, 난 기본도 없고. 괜찮은가...?"
"걱정마. 내일 새벽에 내 사무실로 와. 간단하게 기본만이라도 알려줄테니."
"오디션이 몇신데요?"
"E조지? 11시 오디션이야."
".......진짜 우리 엄마아빠한테 들키면 당신 죽는거야. 나한테 죽고 우리부모님한테 죽고."
"걱정마! 안들켜 안들켜!"
노엘은 신나서 방글방글인 자유의 얼굴을 보며 아 개얄미워, 확- 취소해버릴까.....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쉬운 일은 아닐것이 분명했다.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는 거 부터......곧 보충을 시작할 학교도 문제였고.
어느세 다시 출발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로 접어든 풍경을 보며 생각에 빠져있던 노엘은,
문득 한 궁금증이 떠올랐다.
"성자유씨."
"응?"
"왜 하필 나예요?"
"어?"
"왜.....하필이면 나같은 생 초짜를 골랐냐구요."
창문에 비친 자유의 모습은 신호에 멈춰선 틈에 잠시 핸들에 팔을 올려놓고 허공을 바라보며 곰곰히 생각하는 모습이다.
노엘은, 귀를 쫑긋 세웠다.
"이뻐서."
".......헐. 구라."
"진짜 이뻐서."
"내가?"
"내 눈엔 넌 분명히 모델의 끼가 있어. 왠만한 모델들보다 비율도 좋고."
"진심?"
"속고만 살았냐."
헐.........쟤 아무래도 눈이 삔듯.
"당신은 날 고른것 부터가 이미 당신 인생 반은 망쳤네요."
"글쎄. 그럼 좋아 내기 할까?"
노엘은 장난스럽게 제안하는 자유를 향해 도끼눈을 떴다.
이 남자가!
"내기 때문에 이 개고생하면서 또 내기하고 싶답니까?!"
"하하- 이건 그냥 가볍게. 어때?"
"....내기 내용은?"
"2차오디션이 합격하고 나면, 내가 물어볼게. '이노엘씨, 내가 전에 한말에 동의해?' 만약, 오늘 내 말에 YES면 내가 Win, 아니면 노엘씨가 Win."
"음...괜찮은데? 무조건 다르게 대답하면 이기는 거 아니예요? 뭐야, 당연히 내가 이길 내기잖아요."
"글-쎄."
뭐야, 저 찜찜한 대답은.
노엘은 미심쩍게 자유를 바라보다가. 어느세 집앞에 정차하는 차에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오늘 일찍 자고, 팩 꼭 하고 자. 메이크업 뜨면 안되잖아. 아, 화장하고 오지마. 메이크업, 오디션장에서 해주니까. 코디는 센스를 보기 위해 자유니까. 맘대로 원하는대로 입고와. 이상하게 입으면 알지?"
"시끄러워요. 잔소리꾼처럼 다다다다-"
"자 여기, 내 사무실 약도. 내일 새벽 5시까지 와."
"헐! 돌았어요?!!! 첫차도 없을 시간이네!!"
"택시타고 와 택시. 택시비는 내가 내줄테니까."
돈이 펑펑 남아도나시나보지...노엘은 인상을 있는대로 구기며 낚아채듯 종이를 받아들고 차에서 내렸다.
물론 있는 힘껏 차문을 닫아주는 센스-
"차문 부서지겠다 노엘씨."
"빨리 갈길이나 가죠?"
"말안해도 그럴거야. 꼭 일찍자! 그리고 내일 늦으면 안돼!"
"늦게 일어나면 늦게 가는거지 뭐."
"절대 5시까지."
"아, 알았다고!"
그럼 빠잉, 하고 창문을 닫고 부르릉- 사라지는 자유의 스포츠카 뒷꽁무니를 사라질때까지 째려봤다.
손해보는 느낌이야........짜증나는 듯 머리를 마구 헝크린 노엘은 천근만근한 몸을 이끌고 대문을 들어섰다.
그나저나 우리집에 팩이 있나?
-
아 노엘이 싸가지 없습니다;;;
꼭 절 보는거 같아서 쫌 찔린다는ㅋㅋㅋ
아무래도 글에 작가의 사상이 들어가긴 한다죠?
전 개인적으로 얼빵한 애가 좋다만요...
그나저나 자유 좋습니다.
저 내기에 미친 모습ㅋㅋㅋ
만약 노엘이 없었으면 어쩔려고;;
아자 담편에 드디어 오디션 보러 간다네요~!
댓글 부탁드려요오오오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