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유재하 싱글 앨범 '별 같은 그대 눈빛', https://youtu.be/y-oPThzqz7k?si=tokDd0wNbdH6sHeZ
다시 돌아온 유재하의 새 노래
"별 같은 그대 눈빛"
유재하는 생전에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남겼음에도 한국형 발라드는 그의 전과 후로 나뉜다고 평가받는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이다.
1987년 첫 앨범이 발표되고 불과 몇 달 만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불행히도 그의 목소리는 음반에 수록된 8곡 만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여기 소개하는 유재하의 노래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별 같은 그대 눈빛”이라는 곡이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이 곡은 유재하의 자작곡이 아니다.
유재하와 레모네이드
유재하는 학창시절 레모네이드(Lemonade)라는 밴드의 멤버였던 유혁, 유욱상 형제와 가깝게 지내며 그들과 부담 없이 기타 치고 노래하며 음악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를 나누는 사이였다.
당시 유재하는 작곡은 이미 활발히 하고 있었지만 대중음악인으로 데뷔하기 전이었고, 레모네이드는 대학가요제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많은 자작곡들을 만들고 있었다.
대학생활을 1년 마친 1982년 겨울 유재하는 한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 “캠퍼스 싱어”로 초대받았는데, 당시 방송사 여건상 피아노를 연주하며 자작곡을 부르기는 곤란하여 간단한 기타 반주로 부를 노래를 찾게 되었다.
그는 유혁, 유욱상 형제에게 출연 바로 전날 전화하여 그가 들어본 적이 있는 레모네이드의 “별 같은 그대 눈빛”이란 노래를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그 곡은 레모네이드의 키보드 주자였던 한석우가 작곡한 것인데,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유혁은 기타로 편곡한 버전을 밤 늦게까지 전화로 가르쳐 주었다.
유재하는 많은 연습을 할 시간도 없이 바로 그 다음날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하여 그 곡을 라이브로 부르게 된다.
그 기록은 유혁이 방송을 들으며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한 것이 유일하여 유재하 데뷔 후에도 대중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카세트 데이프에 간직된 목소리
그로부터 40년후, 그간 미국에서 마케팅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던 유혁은 팬데믹을 계기로 음악활동을 재개하며 2021년 싱어-송라이터로 솔로 데뷔하게 된다.
유혁은 “향기에 젖어”, “굳은살”, “Silent Treatment”, “사랑스런 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꾸준히 발표하며 긴 인생경험에서 우러난 그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던 중,
2023년초 그간 잊고 있었던 유재하의 노래가 이대로 묻히기엔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그 트랙을 현대기술로 재생해 보기로 마음먹게 된다.
문제는 그 녹음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고, 게다가 유재하의 기타 조율이 많이 어긋나 있어 음원으로 발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타 반주를 입히기 위해 우선 보컬과 원래의 기타 반주를 분리하는 작업부터 해야만 했다.
음원분리를 포함한 모든 엔지니어링 작업은 그간 유혁 발표곡들의 믹싱을 맡아온 안동환 프로듀서가 했는데, 여러 방식을 시도한 끝에 2023년 Beatles가John Lennon의 목소리를 옛 카세트 테이프에서 분리하여 그들의 신곡 “Now and Then”에 사용한 방식과 마찬가지로 AI를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보컬과 기타를 분리하였다.
이 과정에서 AI는 분리에만 사용하고 목소리를 새로 창출하는 용도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표되는 음원은 유재하 본연의 목소리만을 담고 있다. 분리된 보컬 트랙을 다듬는 과정에서 옛 아날로그 감성을 유지하면서 남아있는 잡음을 일일이 제거하는 데에 아주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40년 사이를 둔 협연
새로운 기타 반주는 유혁이 연주하여 녹음했는데, 여러가지 스타일을 시도해 본 끝에 유재하가 당시 사용했던 기타 주법이 그의 노래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되어 최대한 원래의 스트로크 스타일과 강약을 유지하여 마치 유재하가 기타를 다시 친 것 같은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다른 악기들을 더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유재하의 목소리를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기타 한가지만을 사용했으며, 악기도 80년대 것을 새로 손질해 사용하여 옛 통기타 감성을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부드러운 음색의 나일론 스트링 기타로 연주된 간주 멜로디는 레모네이드 밴드 버전에도 사용된 것으로 유재하가 이 퍼포먼스 중 즉석에서 흥얼거린 음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유재하는 훗날 밴드 연습실에 놀러갔다가 그 간주를 듣고 자신이 부른 음인 것을 기억하지 못한 채 유혁에게 “그 기타 간주 잘 나왔는데”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가리워진 길로 다시 돌아온 유재하
1년이 넘는 긴 작업 끝에 마침내 유재하가 직접 선택하여 부른 “별 같은 그대 눈빛”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간 유재하의 새로운 노래를 들을 수 없었던 그의 많은 팬들에게는 이 곡이 비록 유재하의 자작곡은 아니지만 통기타 감성으로 다가오는 그의 감춰져 있었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Credit]
Composed by 한석우 (Han Suk Woo)
Lyrics by 최은정 (Choi Ennjung)
Arranged by 유혁 (Stephen H. Yu)
Vocal by 유재하 (Yoo Jae Ha)
Guitars by 유혁 (Stephen H. Yu)
Mixed by 안동환 (Alex Ahn)
Mastered by 안동환 (Alex Ahn)
Artwork 강유진 (Kang Yujin) @3.14
Executive Produced by Stephen H. Yu (유혁)
첫댓글 노래 너무 좋다 🩷🩷
선물같다..
기술의 발전이란거너무 신기해.. 노래 너무좋다! 글 고마워 여시야🩵
글써줘서 고마워 오늘은 이거 들음서 일해야지
라디오에서 딱 이 노래랑 설명 나와서 들었는데 잔잔하고 좋더라고.. 나는 발라드 안좋아하는데도 듣기 편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