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성(鄭喜成)-그 꽃 좀체 필 기색 없으니
안 아픈 데가 없는 내 친구 김형영 시인은 종합병원이다
시신 기증 서약도 해놓은 터에 쓸 만한 장기가 있을까 모
르겠단다
젊어서는 병명도 낯선 특발성 혈소판감소증을 앓은 적이
있는데
그가 살아서 병원 문을 걸어나올 수 있을지 걱정한
이종상 화백이 목련 꽃봉오리 하나 그리주면서
봄이 와서 꽃이 벙글 때까지는 살아야 할 게 아니냐고
그 꽃 좀체 필 기색 없으니 그의 명이 길기는 길 터이지
*정희성(鄭喜成, 1945. 2. 21~, 경남 창원 출생, 대전, 익산, 여수 등지에서 자람) 시인은 절제된 감정과 차분한 어조로 민중의 일상에 내재된 건강한 생명력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1970년대의 대표적 참여시인으로 1960년대 참여시를 개척한 김수영 시인, 신동엽 시인의 뒤를 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인의 대표작으로는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이봄의 노래” “일월” “답청” “옹기전에서” “얼은 강을 건너며” “씻김” “불망기” “전설바다” “새벽이 오기까지는” “쇠를 치면서” “이곳에 살기 위하여” “시를 찾아서” “술꾼” “서울역 1998” “사랑 사설” “너를 부르마” “해가사” “꽃자리” “양말 깁는 어머니” 등이 있습니다.
*시인은 김수영문학상, 만해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위 시는 정희성 시집 “그리운 나무(창비시선 368)”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본 것입니다.
첫댓글 친구의 사랑....그리고 안타까움
친구의 우정 그리고 기다림...
생로병사의 노정 속에 갈수록 친구도 줄어들고,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충실해야 할 듯 합니다.
회장님의 댓글에 감사드리고,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