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례
이레네오 성인은 130년 무렵 소아시아의 스미르나(오늘날 튀르키예의 이즈미르)에서 태어났다. 로마에서 공부한 그는 프랑스 리옹에서 사제품을 받고, 뒤에 그곳의 주교가 되었다. 이레네오 주교는 특히 프랑스 영지주의 이단들의 오류를 거슬러 가톨릭 신앙을 옹호하는 일에 많은 힘을 쏟았다. 2세기 교회의 중요한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활동한 그는, 영지주의 이단의 오류를 낱낱이 지적한 「이단 논박」이라는 유명한 저서를 남겼다. 성인은 200년 무렵 순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이레네오 성인을 일치의 학자(Doctor unitatis)라는 칭호와 함께 교회 학자로 선포하였다.
본기도
하느님,
복된 이레네오 주교가 진리를 가르치며
교회의 평화를 이루게 하셨으니
그의 전구를 들으시고
저희도 믿음과 사랑으로 새롭게 되어
일치와 화목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게 하소서.
제1독서
<아브라함이 하느님을 믿으니 하느님께서 믿음을 의로움으로 인정해 주셨다(로마 4,3ㄴ). 주님께서는 그와 계약을 맺으셨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15,1-12.17-18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그 무렵 1 주님의 말씀이 환시 중에 아브람에게 내렸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의 방패다. 너는 매우 큰 상을 받을 것이다.”
2 그러자 아브람이 아뢰었다.
“주 하느님, 저에게 무엇을 주시렵니까?
저는 자식 없이 살아가는 몸,
제 집안의 상속자는 다마스쿠스 사람 엘리에제르가 될 것입니다.”
3 아브람이 다시 아뢰었다. “저를 보십시오. 당신께서 자식을 주지 않으셔서,
제 집의 종이 저를 상속하게 되었습니다.”
4 그러자 주님의 말씀이 그에게 내렸다.
“그가 너를 상속하지 못할 것이다. 네 몸에서 나온 아이가 너를 상속할 것이다.”
5 그러고는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말씀하셨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그에게 또 말씀하셨다.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6 아브람이 주님을 믿으니, 주님께서 그 믿음을 의로움으로 인정해 주셨다.
7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주님이다.
이 땅을 너에게 주어 차지하게 하려고, 너를 칼데아의 우르에서 이끌어 낸 이다.”
8 아브람이 “주 하느님, 제가 그것을 차지하리라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묻자,
9 주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삼 년 된 암송아지 한 마리와 삼 년 된 암염소 한 마리와 삼 년 된 숫양 한 마리,
그리고 산비둘기 한 마리와 어린 집비둘기 한 마리를 나에게 가져오너라.”
10 그는 이 모든 것을 주님께 가져와서 반으로 잘라,
잘린 반쪽들을 마주 보게 차려 놓았다. 그러나 날짐승들은 자르지 않았다.
11 맹금들이 죽은 짐승들 위로 날아들자, 아브람은 그것들을 쫓아냈다.
12 해 질 무렵, 아브람 위로 깊은 잠이 쏟아지는데,
공포와 짙은 암흑이 그를 휩쌌다.
17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연기 뿜는 화덕과 타오르는 횃불이
그 쪼개 놓은 짐승들 사이로 지나갔다.
18 그날 주님께서는 아브람과 계약을 맺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집트 강에서 큰 강 곧 유프라테스 강까지 이르는 이 땅을
너의 후손에게 준다.”
복음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7,15-2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5 “너희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옷차림을 하고 너희에게 오지만 속은 게걸 든 이리들이다.
16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거두어들이고,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거두어들이겠느냐?
17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18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19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잘려 불에 던져진다.
20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나의 열매가 좋은 열매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거짓 예언자에게 속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잘못된 가르침으로 자신과 일가족의 인생을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사이비와 같은 것에 빠지는 이들은 사실 외적으로 주어지는 다른 만족감에 도취하여 교주가 거짓 예언자인지, 제대로 된 예언자인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잃습니다. 그러나 책임은 결국 자신이 져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누군가에게 배우기 이전에 먼저 그 사람이 하느님으로부터 온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거짓 예언자를 알아보는 법을 알려주십니다.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열매’는 무엇일까요? 이 말씀이 있기 전에 ‘황금률’ 이야기를 하셨고 ‘좁은 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황금률은 사랑하라는 것이고 좁은 문은 주님의 뜻을 따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누가 주님의 뜻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인지 알아보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JTBC ‘싱어게인’ 노래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이승윤’ 씨의 아버지 이재철 목사의 ‘눈물로 얼룩진 아내의 일기장’에 관한 내용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아내가 어떻게 술주정뱅이 남편을 회개 시켜 목사가 되게 하였는지, 이재철 목사의 간증을 있는 그대로 옮겨봅니다.
“아마 제 처는 제가 믿음이 좋은 집사라고 생각하고 결혼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매일 술독에 빠져 살았습니다. 매일 술에 취해서 늦게 들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어쩌다가 빨리 들어가면 술친구들을 집에 데리고 들어갑니다. 제 처는 성악을 전공했습니다.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객기를 부리고 싶으면 아내를 불러 노래를 시켰습니다. 그런데도 저에게 한 번도 싫은 내색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한 번도 거부한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래 성품이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매사에 착한가 보다 하고 감사했습니다.
1984년 8월 2일 새벽 2시에 그날도 꼭지가 돌도록 술을 마시고 그날 우연히 주머니에 손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열쇠가 손에 잡히는 거예요. 저는 술을 먹고 아무리 늦게 집에 들어가도 꼭 벨을 눌렀습니다. 그래야 아내가 깨서 저녁 밥상을 차려주거든요. 저는 술집에서 아무리 술안주를 많이 먹어도 밥 배가 따로 있었습니다. 집에서 밥을 안 먹으면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오는 거예요. 새벽 1시든 2시든 벨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주머니에 아파트 열쇠가 잡혀서 열고 들어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들어갔는데 거실도 어머니 방도 캄캄해요. 부부 방으로 들어갔더니 불은 다 꺼지고 방바닥에 작은 전등이 켜져 있는데 제 처가 저를 기다리다가 엎드려 잠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머리맡에 노트 하나가 펼쳐져 있는데 노트에 물이 흘러서 얼룩이 져 있었습니다. 원래 그러지 않는데 왠지 그 노트의 글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는 제가 그 글을 읽었다는 것을 6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6년 뒤 쓰게 된 나의 고백이라는 책의 내용을 통해서 아내는 제가 어떤 계기로 주님께 사로잡히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 노트의 글의 내용이 이렇습니다.
‘나는 오늘도 버스를 타고 수유리 너머로 갔다. 시골 길을 하염없이 걸으며 오늘도 죽음을 생각했다. 약을 먹고 죽을까 아니면 손목을 그어 죽을까… 그러나 그것은 내가 취할 길이 아님을 나는 다시 한번 더 확인하고 되돌아왔다. 나를 살리기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께서 주님의 뜻을 위해 내게 주신 남편이니 나는 사랑해야만 한다. 나는 할 수 없지만 주님께서 사랑하라 명령하시므로 나는 사랑해야만 한다. 주님 도와주세요. 나의 약함을 주님께서 잘 아시잖아요.’
제가 이 글을 읽는데, 제 마음과 귀에서 북 소리가 풍풍 울리는데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큰 북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모태 신앙으로 교회를 다니며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사랑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 사랑은 성경에 문자로만 기록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 사랑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을 저는 그동안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재철 목사의 아내는 분명 좋은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그 열매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결국엔 알아보았습니다. 그때 커다란 북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놀라움’입니다. 진정 자기 자신과 또 누군가에게 놀라움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좋은 징조가 아닙니다.
호두는 딱딱한 껍질에 쌓여 있습니다. 그 가녀린 새싹이 그 딱딱한 껍질을 뚫고 나와 커다란 나무가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습니다. 호두 열매가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땅의 역할이 큽니다. 땅이 그 엄청난 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호두 열매가 나무가 되는 그 신비한 장면을 보며 땅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없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열매는 하느님이 계신다는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좋은 열매란 내가 죽고 그리스도의 마음이 나를 통해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런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좋은 예언자가 될 수 없습니다. 내 뜻을 죽이고 주님의 뜻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웁시다. 그러면 틀림없이 구원에 이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신비한 과정에서 나도 놀라고 이웃도 놀랍니다. 모세가 본 불붙은 떨기 나무처럼 나무인데 꺼지지 않는 불이 붙어 있어서 놀라워야 주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우리는 지금 직접 하느님 아버지를 보지 못합니다. 또 일상 삶 안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기도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과연 하느님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면서 신앙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십니다. 혹시 답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말씀드려 봅니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안에서 ‘어머니’의 존재를 알았을까요? 볼 수 없고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성장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 역시 하느님 안에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 안에 있으니 하느님을 볼 수 없고 하느님을 직접 느끼기도 힘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그 하느님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요? 이 세상 삶을 모두 마치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때가 될 것입니다.
어머니 배에서 나올 때는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루고 나서입니다. 비록 걷지도 또 말하지도 못하지만, 부모의 보호 아래에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때 어머니 배에서 나오게 됩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도 바로 그런 순간이 아닐까요? 그래서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느님 뜻에 맞게 살 것을, 사랑의 계명을 철저하게 지켜야 함을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이 세상 삶을 마치고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직접 뵐 그날을 기대하면서, 그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 스스로 좋은 나무가 되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시지요. 그런데 많은 이가 나쁜 나무를 바라봅니다.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거둘 수 없고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 당연한데, 그 나쁜 나무에서 포도나 무화과가 나오는 것처럼 착각합니다. 실제로 주님의 뜻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의 거짓된 말과 행동에 빠져듭니다. 좋은 나무가 아닌 나쁜 나무를 바라보면서 속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기에 분명히 좋은 나무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나쁜 나무의 모습을 따르면서, 하느님의 뜻에 반하는 나쁜 열매를 맺고 있다는 것입니다. 먼 훗날 주님 앞에 섰을 때, 크게 후회할 모습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알맞은 햇빛과 비, 풍부한 거름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그 열매를 보면,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농부는 좋은 열매를 맺게 하려고 구슬땀을 흘리며 나무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농부이신 주님께서 만들어주신 이 좋은 환경에서 우리는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을 얻게 됩니다.
좋은 일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나쁜 일을 생각하면 나쁜 일이 생긴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온종일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것의 조합이다(조셉 머피).
성 이레네오 주교 순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