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부동산 교환전문 중개업소. 50대 주부를 포함한 5∼6명이 부동산 교환 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 주부는“가게를 팔아 수도권의 땅을 사려 했지만 가게가 6개월째 나가지 않아 교환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찾았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사장은 “부동산 거래가 침체한 때문인지 부동산 교환을 의뢰하는 고객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30% 정도 증가한 것 같다”며 “상담 직원을 더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교환시장 뜬다
교환거래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은 부동산을 1대 1로 교환하는 것으로 불황기에 주로 이뤄지는 계약 유형이다. 자신의 매물을 처분하면서 큰 돈 들이지 않고 원하는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교환거래 시장에 나오는 매물 가운데 시세가 턱없이 부풀려지거나 권리 관계가 복잡한 물건이 많아 무턱대고 계약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웨딩숍을 운영하는 김모(50)씨. 이달 초 이 가게의 보증금 3000만원을 전세 7500만원이 들어 있는 은평구 갈현동의 1억1500만원짜리 30평형대 빌라와 맞교환 계약을 했다.
빌라 전세 보증금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모자라는 1000만원은 잔금 때 현금으로 청산하기로 했다. 김씨는“사업을 접고 싶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없었는데 빌라와 맞바꾸자는 제의가 들어와 받아들였다”며“요즘 같은 불황기 땐 교환은 서로에게 ‘윈·윈 거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최모(56)씨도 경기도 수원에 있는 시가 2억원 상당의 15평형 오피스텔 2채를 강원도 삼척의 상업용지 120평과 교환했다. 최씨는 “오피스텔 시장이 얼어 붙어 분양가보다 싸게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차선책으로 교환거래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환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상가 임차권·빌라·토지·전원주택 등이 주류를 이룬다. 요즘엔 성매매단속 영향으로 매출액이 많이 줄어든 모텔·여관 등도 눈에 띄게 늘었다. 아파트는 수도권 나 홀로 아파트를 중심으로 간혹 나온다.
신사동의 한 중개업자는 “수도권의 상가나 주택을 지방의 농지·임야 등과 바꾸겠다는 고객이 전체의 절반 정도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교환이 성황을 이루면서 이를 전문으로 영업하는 중개업소도 늘었다. 서울지역에서만 강남구 신사동·논현동, 동대문구 신설동, 종로 일대를 중심으로 400∼500곳이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은 알아둬야
교환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환금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하자물건이 적지 않다. 부동산 007 김지홍 사장은 “교환은 매매계약과는 달리 계약일에서 잔금일까지 시간이 짧아 하자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하자 책임 등을 계약서에 명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교환물건 가운데 융자를 많이 낀 경우가 많은데 융자금을 승계할 수 있는지 사전에 파악한 뒤 계약해야 한다.
땅으로 교환할 때는 해당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지 여부도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농지는 세대원 모두 주소를 현지로 옮겨 거주(임야는 6개월 이상)해야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교환거래도 일반 매매처럼 양도차익이 있으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관계자는 “중개수수료는 교환대상 물건 중 고액을 기준으로 한 번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지철호 변호사는 “교환 상대자가 시세를 속이더라도 계약을 무효처리를 하거나 사기 혐의로 소송해 승소하기가 쉽지 않다”며 “시세 뻥튀기가 심한 지방 땅은 반드시 현장을 답사해 시세를 파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