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metizen.co.kr/중국집-탐험-10/
‘짜장면계의 평양냉면’이라 불리며 짜장면 맛집 리스트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는 이곳. 1957년생 이문길 사부님이 1981년 문을 연 이 식당은 개업 당시의 물건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지구촌의 그 누구라도 눈물을 흘릴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는 오늘도 혼신의 힘을 다하여 수타면을 뽑고, 화학 조미료나 면 강화제를 넣지 않은 청정한 짜장면을 만든다.
거동조차 불편하신 팔순 넘은 노사부님이 남은 힘을 짜내어 만들어내는 음식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을까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고기를 진흙처럼 잘게 갈아낸 유니짜장도 유명하지만, 이 집에서는 오후 두 시 이후에만 판매하는 삼선짬뽕을 꼭 먹어봐야 한다. 우유를 넣은 듯 부드러운 오렌지 빛깔의 국물과 여기에 스며든 부드러운 면발, 그리고 풍성한 해산물과 채소. 더 늦기 전에 달려가 꼭 경험해 보시기를.
‘사부들의 사부’로 불리는 왕육성 사부님이 수제자 황진선 사부님과 함께 10여년 전 서교동의 한 조용한 골목에 차린 식당. ‘싱거운 음식은 맛이 있을 수 없다’는 왕사부님의 지론대로 음식들이 하나같이 직관적으로 맛이 있고 입맛을 당긴다. 빵이 과자처럼 바삭바삭한 멘보샤, 황금빛을 띠는 뼈 있는 깐풍기 등 모든 음식이 빠짐없이 맛있지만 이곳에서 꼭 주문하는 메뉴는 볶음밥이다. 고슬고슬하고 기름이 넘치지 않으며 자연스런 불맛이 나는 이상적인 볶음밥.
여타 중화요리점에서 파는 밋밋한 마파두부와는 구분되는 ‘마파두부 디 오리지널’을 만날 수 있는 곳.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는 진씨 부인(진마파)이 처음 만들었다고 알려진 이 두부 요리는 그녀의 자손들에 의하여 청두의 ’진마파두부‘라는 식당으로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는데, 서울에서 이런 현지의 맛을 가장 잘 구현했다고 느낀 곳이 바로 ‘은하루’다. 고추기름, 화자오의 짜릿함과 얼얼함에 두반장, 더우츠의 고소하고 짭짜름한 맛이 연두부를 휘감고 있다. 마라 매니아라면 절대 놓치지 말 것.
어느 중화요리집을 가든 탕수육은 무조건 시키는 편이라 그만큼 기억에 남는 탕수육들이 많다. 대가방, 효제루, 도원, 가담, 신락원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내 마음 속 일등을 차지한 곳은 방배동에 있는 ‘주’이다. 조선호텔 ‘호경전‘의 창립 멤버였던 주덕정 사부가 개발한 이곳의 탕수육은 육즙이 살아있는 고기와 파삭한 튀김옷이 조화를 이루는, 내게 이상형과도 같은 탕수육이다.
내게 이 곳의 깐풍기는 파블로프의 개에게 울리는 종소리다. ‘덕순루’ 이름만 들어도 침을 질질 흘리게 되는 조건반사의 트리거. 불향, 맵싸한 고추의 향과 함께 콧속으로 훅 치고 들어오는 시큼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바삭바삭한 겉을 한 입 베어 물면 매운맛, 단맛, 짠맛, 신맛이 혀를 총공격한다. 특히 과감하게 배치한 신맛은 튀김 요리의 피로감을 없애고, 멈추지 않고 흡입하도록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곁들이는 볶음밥도 역시 서울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다.
‘뜨거운 기름을 뿌린 닭고기’란 뜻을 가진 요리 유린기. 채소와 닭튀김을 차곡차곡 쌓고 매콤달콤새콤한 소스를 부어내는 이 요리는 거의 호불호가 없어 단체 모임을 할 때 내가 자주 주문하는 요리다. 이 요리와 관련해 추천하고 싶은 곳은 화양동에 있는 중식주점 ‘화양식당’. 영화 ‘화양연화’의 색감과 그 시절의 감성을 담고 있는 공간에서 고량주로 만든 하이볼과 술안주 삼기에 최적의 간을 보여주는 유린기를 함께 먹으면 한 마리 닭이 되어 날아갈 것만 같다.
마치 해파리 같은 식감이 나는 전분으로 만든 피(皮)에 각종 채소들을 곁들인 뒤 겨자 소스를 부어 먹는 요리 양장피. 대개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는 이 요리를 특출나게 잘한다고 소문난 곳이 대림동의 노포 ‘동해반점’이다. 차게 식힌 해산물과 채소를 가장자리에 빙 두르고, 김이 모락모락 나게 볶은 채 썬 고기와 채소를 대접의 가운데에 담은 뒤 단맛이 배제된 시큼하고 알싸한 겨자 소스를 그 위에 부어서 먹는다. 뜨거움과 차가움, 부드러움과 아삭함이 입속에서 부딪히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팔각, 정향, 계피, 후추/초피, 회향/진피의 다섯 가지 향이 장과 함께 배어든 고기 요리 오향장육. 대중적으로 더 인기 있는 곳들이 있지만 나의 마음은 영등포의 한 노포로 향한다.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지정된 ‘대문점’. 오향장육이라는 요리 자체가 어른의 음식 같은 느낌인데 이 곳의 오향장육은 개중에서도 더 어른스러운 느낌이다. 삶은 고기를 차갑게 식힌 후 두툼하게 썰고 별다른 소스를 더하지 않고 짠슬, 부추무침, 오이채, 양배추채, 생마늘을 곁들여 낸다. 푸석푸석한 장육의 반대급부로 담백한 육향, 향신료의 향미와 짠슬의 찝찌름한 맛이 아주 선명하게 느껴진다.
늘 몇 개월 치 예약이 꽉 차있는, 어쩌면 서울에서 가장 방문하기 어려운 중화요리점이다. 유명한 요리가 많지만, 그래도 이 집의 대표 메뉴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군만두이다. 통째로 튀겨버리는 여타 중국집의 그것과 달리 현지의 방식대로 한 면은 튀기듯이 바삭하게 굽고 다른 한 면은 찐 것처럼 촉촉함이 살아있도록 한다. 내게 연희동 ‘편의방’, ‘오향만두’와 함께 서울 3대 군만두집으로 꼽고 싶은 곳.
첫댓글 방배 주🧡
짜장 대박이다
저 가지튀김 먹고싶다
신성각… 진짜춘장이랑밀가루맛만나던데..
산동만두 ㅠㅠㅠ
글을 참 잘 쓰신다..맛 묘사부터 스토리라인 빌드업까지
와..잘 쓴 미식칼럼은 이렇게 입맛을 돋울 수도 있구나 싶네
다 가보고 싶어!!
아 존✘ 배고파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