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광고칼럼니스트 권진선
예전에 “열심히 일한 사람, 떠나라!”라는 광고카피가 있었습니다.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휴식' 역시 노동의 가치만큼 중요하다는 현대인의 마음을 꼭 집어주는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가 방송됐을 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래! 나에게도 휴식이 필요해!”라며 한번쯤 멋진 휴가나 휴식을 꿈꾸곤 했을 것입니다.
휴식의 중요성은 일찍이 주말 공휴일 제도에도 나와 있습니다. 주말이 휴일인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동 생산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1주일 내내 일한 사람과 1주일에 1~2일 쉬고 일한 사람 중 어느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했을까요? 상식적으로 본다면 더 많은 시간을 일한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할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한 사람의 생산성이 더 높습니다. 휴일을 만든 것은 '신의 명령'이기도 하지만, 휴식의 의미를 알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정한 '인간의 의지'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이러한 인간의 의지를 하나로 모았던 광고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광고·마케팅 사상 가장 걸작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 광고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The Best Job in the World)”이라는 제목의 캠페인이었습니다. 이 광고가 위대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최저의 예산으로 최고의 효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인데, 그 효과의 원동력은 '휴식'에 대한 인간의 욕구였습니다.
호주의 '대산호초섬'으로 유명한 퀸즐랜드관광청은 지난해 1월, 인터넷과 신문에 조그마한 광고를 냅니다. 그 광고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직업에 지원자 모집”이라는 내용이었는데, 7월부터 6개월 동안 산호초 섬을 관리할 '관리인'을 구하는 광고였습니다. 6개월간의 급여는 무려 1억5천여만 원이었고 할 일은 섬 주위를 청소하고, 물고기 밥을 주고, 우편물을 받아놓고, 자기가 하루 종일 놀았던 일을 인터넷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었습니다(한마디로 그냥 “놀라”는 거죠. 최종 합격자는 동반 1인과 함께 지낼 수 있는 특권도 주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미미한 소문만 돌던 이 구인광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는데, 신청지원을 받는 인터넷 홈페이지는 수시로 다운이 돼 정상적인 신청 작업을 처리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세계 최고의 직업이라는 명성에 맞게 최종 경쟁률은 1:34,000이었고, 1차, 2차 합격자가 발표될 때마다 전 세계 언론은 경쟁적으로 합격자의 신상명세를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광고 때문에 무려 1억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퀸즐랜드관광청에 접속을 하고, 대산호초섬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 광고로 인해 증가한 수입은 무려 ,1500억 원. 1억5천만 원을 투자해서 1천배의 효과를 거두었으니 세상에 이렇게 효율적인 광고가 두 번 다시 나올까요? 결국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을 가진 사람은 영국의 벤 사우스올(Ben Southall)이었고, 그는 6개월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을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http://www.islandreefjob.com).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이라는 이름 하에 “쉬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건드린 이 광고를 높게 평가하는 데는 휴식을 교묘하게 일과 연계한, 미워할 수 없는 마케팅 전략에 있습니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 휴식에 대한 욕구도 있지만 일을 하고 싶은 욕구도 있습니다.
사람이 휴식을 하지 않고 일을 하면 쉽게 지치는 반면, 일하지 않고 휴식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불안해합니다. 아무런 대책 없는 휴식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요소를 줄 수 있는데요, 이 광고는 그러한 불안을 잠재웠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에도 또 다른 멋진 직업이 아일랜드에서 탄생했습니다. 아일랜드의 신혼여행 전문여행사인 '런어웨이브라이드앤그룸'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허니문테스터' 구인광고. 이 직업은 전 세계 신혼여행지를 돌아다니면서 신혼여행지가 얼마나 편안하고 황홀한지를 평가하는 직업인데, 구체적인 임무는 “휴양지의 그물침대가 얼마나 편안한지, 샴페인이 얼마나 맛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 직업을 얻은 행운의 커플은 지난 5월부터 뉴욕-케냐-모리셔스-탄자니아의 휴양지를 돌면서 신혼여행지로 적합한지 살펴보고 있고, 11월까지 이러한 직업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보수는 산호초섬 관리인보다 낮은 약 3천만 원 수준인데, 보수가 낮은 이유는 교통비와 숙박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염장 지르는 그들의 격무를 보고 싶다면 홈페이지(http://www.thehoneymoontesters.com/)를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내년에도 이 직업에 도전할 커플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휴식 같은 직업, 직업 같은 휴식이 많이 있네요. 어떤 휴식을 원하세요? 꿀맛 같은 휴식, 일하는 기쁨, 짭짤한 보수라는 3마리 토끼를 잡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포기하지 마세요. 이 세상 어디인가에는 분명히 이러한 휴식이 있으니까요. 여러분 모두 최고의 휴식을 즐기길 기원합니다.
-이상 펀글
윗 글을 읽다보니, 문득 개그개의 낙오자 곽 한구씨에게는 어쩌면 "대리기사"라는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아니었을까하는 재미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울러 많은 분들이 긴 글 읽기 싫어하시는걸로 아는데, 본의 아니게 펀글이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첫댓글 허니문테스터라도 지원해야되는데 자격미달이네요 ㅠ.ㅠ
ㅎㅎ 저도 자격 미달이랍니다. 다만, 세계 많은 사람들은 월급 많이 주고, 휴식이 많은(쉬운 말로 잘 놀고 돈 많이 버는 직업)직업을 최고로 여기나 봅니다. 그래도, 곽한구처럼 차에 대한 도벽이 있으신 분들, 방랑벽이나 차 운전을 즐기는 분들, 지리감각이 뛰어나고 밤에 잠이 오지 않는 분들(대리기사로 타고나신 분들)에게는 다소 부정적인 면이 있긴하지만,,,,"대리기사"도 최고의 직업이 아닐까 싶습니다^_^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진짜 밤새고 나면 두 눈이 음푹 꺼진다는 말씀 동감하네요...그래도 미래님께는 미래가 있잖아요~ 강남을 활개치면서 다니시게 되면,,,,콜좀 불러주세요! 부천상동 안가는데,,,미래님께서 개인콜로 불러주시면 댁에 모셔다 드릴께요 ㅋ
the best job...것도 세상에서 가장 best라..
글 밥이 좀 많치만 흥미를 가지고 정독 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그것도 이 세상에서 내놓으라 하는곳믈 답사하면서 돈을 번다니..그야말로 축복받은 生일듯~ㅎ
근데 곽한구가 짐 대리운전 하나요???
ㅎㅎ 아뇨 그건 확인된 바 없는데요....대리운전하면 성공할 사람입니다....대리회사 차려서 "한구대리"라고 간판 내걸면 대박날지도 모르죠^_^
잘 보고 갑니다. 편안한 이미지와 상반되는 닉때문에 어떤 분일까 궁금 했었는데 지난 번 풀었네요. 그 궁금증...ㅎ~
/ 닥쳐님도 함 이런 광고주가 되셨음.....좋겠네요. 그렇게 되길 기원할랍니다. 죻죠! / 건강하세요.
ㅋㅋ 못생겨서 죄송요~ 그래도 얼굴 콤플렉스는 없이 살아요ㅋ, 좋은 미래를 꿈이라도 꾸면서 살아야 행복해지겠지요...야인의 밤님도 건강하세요..^_^
왠지 곽한구 하구 비슷한 데쟈뷰 현상이...호홓호
견세님 천식이 ㅋㅋ
존글 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