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어쩌다 간 괴산 아가봉~옥녀봉의
감흥도 잊은채...
소소하고 편안한 일상의 나태에 빠져 있다가
한 달 만에 천관산에 예약하고
출발하기 4일 전,
오른쪽 눈 망막 안 혈관이 터졌다.
울 마눌님 왈 '꼭 흡혈귀 눈 같다'고 하여
이대로 정다운에 갔다간 다 도망가겠다 싶어
이틀 전에 산행 취소를 하고,
그 다음 산행지 천태산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가?
텃밭 들깨를 눕혀놓고 건조를 시키는데
이넘의 날씨가 꼬장을 부리면서
폭우를 쏟아댄다.
산행 출발 아침까지 내리면 어쩌나...
노심초사는 아침 하늘이 해결해 주셨다.
나무관새음보살!
할레루야!
천태산 주차장에 하차
출발 전 일동 기념 촬영.
천태산 산행 코스는 천태산주차장-은행나무-
영국사-천태산-남고개-옥새봉-구수봉-
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는 9㎞ 코스다.
쌀쌀해진 가을햇살이 기분 좋게 내리던
창원날씨와는 다르게 천태산에는
먹구름이 모여들며 을씨년스럽게
진눈깨비를 뿌릴 것 같은 염려가
차츰 차분해지는 하늘로 마음이 놓인다.
임도를 따라 천태산 속살로 들어서면
느티나무 우듬지에 단풍이
애처럽다 못해 삭막하게 물들고 있다.
임도를 벗어나 본격적인 등로를 조금 오르면
삼단폭포가 가을비 도움으로 힘차게 내리는 모습에
산우들도 다 모였다.
천태산영국사 일주문을 들어서면
곱게 물든 감나무가 먼저 반겨주고,
영국사 은행나무는
수령 1천여 년으로 높이 31.4m, 둘레 11.5m이며
황금빛으로 물들면 장관이라고 하는데
이제 날씨가 쌀쌀해지니까 1주일 후에는
노랗게 물들지 않을까 싶다.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된 천년고찰 영국사는
바쁜 걸음으로 셔터만 누르고 지나친다.
영국사를 빠져나와 등산로 찾아 들면
옛 산길같은 육산의 등로가
송림사이도 부드럽게 산객을 안내해준다.
거친 세월을 뼈마디로 부딪치며 견뎌내는
솔뿌리를 밟고 지나면 암벽이 나타나고
피부가 고운 등을 타고 올라야 한다.
마침 비가 개이고 바위가 말랐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첫 암릉 위에서 바라본 영국사 방향
45~60도로 비스듬이 누었기도 하고
로프가 설치돼 있어 안전에 도움을 주지만
그래도 방심하면 안되는 코스.
드디어 나타난 75M 직각에 가까운 암벽 코스
스릴과 짜릿함을 맛볼 산우는 로프를 타고
일부는 절벽 밑 우회로 돌아 오른다.
붉나무 등이 단풍으로 물들고 있지만
단풍나무보다는 갈참나무 등 잡목만 있어
가을 단풍은 볼품이 없고
암릉만 돋보이는 천태산.
우회 암벽에는 계단을 파 만들고
나름 묘미가 있는 코스라 할 수 있다.
바위마다 선이 곱고, 질감이 부드러워
시선도 온화해지고 마음도 고와지는
암릉의 풍경이 이채롭다.
75M 암벽 위에서 바라본 출발지 방향
계속되는 크고 작은 암벽코스를 지나면
천태산 정상(715.2m)
천태산 정상을 내려와 갈잎매트 위에 앉아
오손도손 점심식사를 하는 중
흔들리는 돌뿌리를 조심조심 피해가며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공룡등벼 바위?
내려오다 좌측으로 들어서면
가을하늘 아래 햇살받아 빛나는
큰바위군이 포개져 있다.
넓다랗게 누운 전망석
천태산 정상 서쪽 아래 암릉
전망석과 소나무
이제는 남고개를 향한 하산길이기도 하고,
옥새봉으로 가는 도전길이기도 하다.
남고개에서 좌로 가면 주차장,
직진하면 옥새봉으로 가는 도전길이다.
우선 생각할 것도 없이 일행따라 직진이다.
곧 나타난 것은 통천문이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90도 굽혀 지나갈 정도.
예의 바른 하늘길.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다보니
체력이 소진된 듯
옥새봉으로 오르다 바라본 천태산
우여곡절 끝에 오른 옥새봉(481m)
남고개에서 나약한 마음에 꼬여 하산할 뻔 했다가
체면때문에 다시 도전한 옥새봉 ㅋㅋ
옥새봉의 동쪽 조망.
다음 목표 구수봉으로 가던 중,
산우들의 위험한 호기심.
구수봉(503.3m)
옥새봉이나 구수봉에는 정상석이 없고
산객들도 잘 찾지 않는 산으로
누군가 펜으로 '구수봉'이라고 적어 두는 센스!
등로가 세월에 묻혀서 잘 보이지 많는다.
발길이 끊어진 옛길에는 장애물로 가득하고
경사가 심하여 위험하기도 하다.
암릉으로 어우러진 천태산을
애정의 눈길로 다시 바라본다.
천태산을 안겨준 정다운산악회에 감사하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되고
우리의 체력과 우정을 충전시켜 준 천태산을
고운 마음으로 오래 간직하겠다는 결심.
2024. 10 23
영동 천태산에서 인곡
첫댓글 햇볕이좋아 들깨 건조는 아주 잘 되겠습니다^^
간만에 오셔서
힘드셨을긴데~~
사진들 감사히 잘밨습니다^^
덕분에 들깨가 잘 말라 오늘 오후에는 털어도 될 듯
진짜 간 만에 가서 풀코스를 완주하는 모범을 보였습니다.
상세한 산행기 또다른
산행공부 ㅎㅎ~~
긴 밧줄구간도 잼나고
멋진 암릉들 산 그리메
첨 가본 천태산
200% 만족하고
왔습니다~~
작품 활동하신다고
하루 수고하셨어요^^
덕분에 천태산을 만나고 체력도 보강하고
입도 호강하는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담에는 단풍도 보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