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추모의식에서 정의평화위원회 등 참석자들이 추모기도를 올리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최근의 종북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국가정보원과 같은 국가 권력기구들의 개혁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기로 하고 불법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정부의 해명과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또한 제주 강정마을 등 전국 각지에서 사회적 공론이 결여된 채 강행되는 국책사업 등 대규모 사업에 반드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법제화를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정의평화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상반기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정의평화위원회는 한국 천주교를 공식 대표하는 주교회의 내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다.
정평위는 정기회의 시작에 앞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종북 논란과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주제로 내란음모와 정당해산 등 최근 불거진 논란들의 배경을 이루는 '종북 담론'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강의 후 정평위는 건강한 민주사회의 필수 요건인 다양성에 대한 관용이 사라지고 '배제'와 '증오'의 논리가 주를 이루는 근래 한국사회의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종북 논리는 비단 이념적, 정치적 불관용에 머무르지 않고 고용불안과 사회 양극화, 복지의 후퇴 등으로 인한 시민들의 정치경제적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치적 억압의 기제로 활용돼 결국 '공안 통치체제의 일상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평위는 "내란음모와 정당해산으로 드러난 현상적 논란만이 아니라 그 근저인 사회 전반의 배제와 증오의 정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내적 연대성 강화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공안기구' 정도로 전락한 최근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국가권력기구들의 개혁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자"고 의견을 모았다.
정평위는 "대선 과정 중 벌어진 국가기관들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불법을 '개인의 일탈'로 일축하는 등의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고 다시 한 번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노동절을 기해 위원회 주최로 봉헌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한 미사'에서 발표한 '노동절 메시지'를 올해도 발표하고 정례화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이 겪고있는 절박한 처지를 교회 내외적으로 환기시킴은 물론 사회적 갈등의 극복을 위해 인내와 양보, 성실한 대화의 자세를 노사정과 시민사회 모두에게 촉구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몇 년간 펼쳐 온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노동자 가정의 자녀 교육비 지원과 같은 노동자들에 대한 구체적 지원과 연대도 지속하기로 했다.
정평위는 제주 강정마을, 밀양과 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사회적 공론이 결여된 채 강행되는 국책사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야기되는 일상과 인권의 심각한 침해"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정평위는 국책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업에 반드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구체적 법제화를 정부에 촉구하기로 했다.
senajy7@news1.kr